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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알기

한국고고학의 최신(最新)ㆍ최고(最高)를 만난다 (연합뉴스 2007.05.21)

한국고고학의 최신(最新)ㆍ최고(最高)를 만난다
문화재청ㆍ중앙박물관 공동기획전 ’발굴에서 전시까지’ 개최

경복궁 경회루 호수 바닥에 잠자던 용과 전설의 도료 황칠, 한국 고대목간의 보고 함안 성산산성 목간과 ’화장실 고고학의 총아’라고 불리는 익산 왕궁리 유적….

최근 한국 고고학이 이룬 성과 가운데 정수(精髓)만 가려낸 특별전 ’발굴에서 전시까지’가 21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시작됐다.

조선시대에서부터 고려, 신라, 가야, 백제 순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27개 유적지에서 발굴한 772점의 유물을 전시한다.

전시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유물은 경복궁 경회루 앞 호수에 잠겨있던 금동제 용. 창건 이후 잦은 화재로 건물이 소실된 경복궁의 화기(火氣)를 억누르기 위해 집어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11월 발견 당시 대선과 맞물려 큰 화제가 됐으며 공교롭게도 경회루에서 용을 인양한 뒤 외환위기 사태가 터져 구설수에 올랐던 유물이기도 하다.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발굴된 전설의 도료 황칠도 공개됐다. 남해안과 서해안의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종 황칠나무에서 추출하는 황칠은 나무나 금속에 황금빛 광택을 덧입히기 위한 도료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 ’테무진의 갑옷, 천막의 황금색도 이 나무의 수액을 사용하였고 황실이 아니고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재료였다’라고 쓴 것 처럼 황칠은 최고급 무역상품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무리한 공물 요구에 시달리던 전남지방 백성들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잿물을 붓거나 도끼로 찍어버려 20여 년 전 전남 해안에서 우연히 야생종이 발견되기 전까지 황칠나무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황칠을 입힌 유물도 전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2006년 경주 황남동 유적에서 황칠을 담은 도장무늬토기가 발굴되기 전까지 황칠은 기록으로만 전해오던 전설의 황금빛 도료였다.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목간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350여 점의 한국고대목간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대부분 물품 꼬리표인 하찰(荷札)로 구성된 성산산성 목간의 발견은 한국고대사학계의 지형을 바꾼 사건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문헌기록과 금석문에 토대를 둔 한국고대사에 목간이라는 새로운 자료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화장실 고고학의 총아’라고 불린다. 삼국시대 최대 규모의 공동 화장실이 유구는 물론 구조물도 함께 발굴됐다.

또 휴대용 변기 유물과 뒤처리용 나무막대 등 화장실 유물을 비롯해 유적 주변의 토양에서 기생충 알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왕궁리에서 발굴된 기생충 알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채소를 섭취할 때 감염되는 회충과 편충의 알인 것을 확인하고 백제인은 고기보다 주로 채소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해 널리 알려진 경복궁 소주방 터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경주 분황사에서 발굴된 세계 최고(最古)의 15줄 바둑판, 백제 초기의 수도인 하남위례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 출토 유물 등 최근 한국고고학계를 화려하게 장식한 유물들이 소개된다.

발굴ㆍ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문화재청과 유물의 전시ㆍ교육을 주 업무로 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는 7월1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