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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우리도 아세안文化알아야 ‘진정한 동반자’ (동아일보 2009.06.03)

우리도 아세안알아야 ‘진정한 동반자’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최고경영자(CEO)서밋은 한-아세안의 정치 경제분야의 협력을 다지기 위해 개최된 모임이었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 정치 경제만큼이나 단골로 등장한 화제가 있었다. 바로 ‘한류’라고 불리는 한국의 문화였다.

한류는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의 서먹서먹함과 어색함을 풀어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자신의 딸이 열렬한 한국 팬이고 자신 역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제주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루나이에서 왔다는 한 기업인은 “어디서나 쉽게 DVD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며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삼성, LG 등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더 높아지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아세안 지역에 직접 가보면 이는 피부로 느껴진다. 몇 달 전 태국을 방문한 기자는 여권에 적힌 ‘KOREA’라는 글씨를 보고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뒤 가수 ‘샤이니’의 노래 ‘누난 너무 예뻐’를 한국어로 부르는 호텔 직원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직원에게 영어로 “그 노래 가사가 무슨 뜻인지 알고 부르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어로 “알아요”라고 답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좋아 정식으로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는 그는 “동방신기, 원더걸스 노래도 다 안다”며 즉석에서 ‘노바디’의 ‘총알춤’을 춰 보이기도 했다.

호텔 밖에서도 놀라움은 계속됐다. 택시 라디오에서는 원더걸스의 노래가 광고 배경음악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레코드 가게에 붙은 한국 가수의 포스터 위에는 태국 팬들이 한국말로 적어 놓은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적었다’기보다는 ‘그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글씨체도 많았지만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이가 적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이번 CEO서밋 기조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마음이 가까워지면 알고 싶어지고, 알고 싶어지면 또 같이 일하고 싶어질 것”이라며 한-아세안 협력을 위해 문화관광 부문의 교류를 키워가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세안에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나라치고 아직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아는 것에 비해 그들의 문화를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류가 ‘잘나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방적인 관계는 언제나 한계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한국이 아세안과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면 한국 역시 그들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