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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한국과 아세안은 역내 소비를 늘려야 (조선일보 2009.06.08)

한국과 아세안은 역내 소비를 늘려야

  •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입력 : 2009.06.08 22:44 / 수정 : 2009.06.08 22:44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금융파트너십을 만들라 역내 구매력을 늘려라
수출 의존도를 줄여라 한국은 그 변화의 중심이다
그러나 경쟁자를 잊지 말라"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 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세안 정상들은 지난주 제주도에 모였다. 북한 핵실험과 군사적 위협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었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아세안 각국 정상은 향후 아시아 질서 재정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내용에 대해 폭넓은 협의를 하였다.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관계 발전은 아시아 국가 간 경제적·외교적 및 문화적 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수많은 방안 중 하나이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의 지정학적 구조가 개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세계 경제 불황을 탓하면서 보호주의를 내세울 수 없다.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고 강력한 금융 파트너십을 추구함으로써 아시아는 세계 경제가 회복할 때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아시아 지역 내 교역 및 투자의 성장은 수백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며 이는 역내 구매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세계 경제의 최대 불균형 중 하나인 아시아 역내 과소 소비를 완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역내 과소 소비는 지역 내 경제를 서방세계에 대한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게끔 하였다. 따라서 한국과 아세안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는 진정한 단결을 하게 되었다. 외환위기가 아시아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역내 정책입안자들 간에 연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4월 런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경제가 세계무대에 당당한 주역으로 부상했음을 공표하는 장이었다. 구심점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감에 따라 기존의 G7의 선진국들이 의사 결정권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으며 2010년 G20 의장국을 맡기로 되어 있다.

많은 방면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 관계는 아시아가 세계 경제 발전소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며 진화하는 역학 관계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엄청난 경제적·기술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 반면 아세안은 10개 신흥경제국가로 구성된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이다. 불과 몇십년 내 아세안 인구의 7억명 중 3억명이 아시아의 신흥 중산층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과 능력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측면에서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선진적인 방법을 금융 시장에 도입했고 자본 시장에 투명성과 깊이를 증대했다. 아세안의 신흥경제국은 이러한 자본과 선진 기술, 스킬 및 선진 금융 방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역으로 아세안은 서구의 소비자를 대신할 만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한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너지에 비추어 볼 때 아세안과 한국은 최상의 경제 및 외교 파트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현대·LG와 같은 한국의 유수 기업은 아시아의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한진과 현대상선과 같은 한국의 조선업체는 아시아 운영 본부를 동남아에 두고 있고, 삼성과 LG 같은 다국적 전자기업은 싱가포르에 아시아 자금 허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현대 및 대우와 같은 건설업체는 역내 규모 있는 인프라 계약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비교적 선진화된 아세안 회원국과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회원국 간의 현격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7억달러 이상의 경제 지원을 통해 빈곤 퇴치, 기관 설립 및 기술 연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 간 교역 증대는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여 아세안은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EU와 중국에 이어 한국의 3번째 교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한국은 아세안의 5번째 교역국가이다.

그러나 아세안과 협력을 다지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동남아에 제조 기반을 다지고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하는 일본·중국·대만을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경제국들과 경쟁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는 자유로운 교역과 자금 흐름의 중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아시아는 빠르게 개편되는 세계 질서 중심에 있으며 한국과 아세안은 많은 부분에서 본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향후 몇십년 동안 펼쳐질 아시아의 무궁무진한 경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서 서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