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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이란 대규모 시위 종착점은?> (연합뉴스 2009.06.16)

<이란 대규모 시위 종착점은?>
(AFP) Nic369936 이란대선후유증(자료사진)


대중정서와 정치세력 결합해 폭발력 커


선거부정 조사결과, 세력 간 타협 가능성 주목

이란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대통령선거 결과 불복 시위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개혁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들, 버스가 불타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광경, 경찰의 대학교 기숙사 급습 등 시위의 격렬한 양상은 지난 1999년 7월과 2003년 6월의 대규모 학생 시위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시위는 며칠만에 별 성과없이 잦아들었던 당시 학생 시위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고, 그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변화와 개혁이 좌절된데 대한 울분의 표출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당시 학생 시위는 정치인들과 연계되지 않은 대중들의 자발적인 시위였다. 응집력도 없었고 시위를 확산시켜나갈 정치적 동력도 부족했다.

특히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란 학생 시위를 지지했기 때문에, 개혁파 정치인들은 자칫 `반역자'로 몰릴 것을 우려해 시위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이란 정치체제에서 성장하고 입지를 뿌리박은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적 불만과 행동이 시위와 결합돼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낙선한 개혁파 대선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15일 이란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리 시위대의 행진에 참여, 수십만 군중의 시위를 이끌었다.

BBC는 "이번 시위는 대중들의 정서와 정치적 동력이 결합돼 있다"며 "과거 시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이고, 체제 불만이 이슬람 권력 체제의 심장부에까지 파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위에 동조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은 무사비 전 총리만이 아니다.

우선 이란내 막강한 실력자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실용적 보수파로 분류되는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무사비 전 총리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로 활동했다.

지난 2005년 대선때 아마디네자드에 패한 바 있는 그는 12년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최고지도자를 보좌하며 장기 국가정책을 입안하는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계와 종교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모흐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도 무사비 전 총리의 편에 서 있다.

반면 첫 비(非) 성직자 출신 대통령인 아마디네자드는 이란 최고의 이슬람 성직자 양성기관인 쿰(Qom)를 비롯, 강경파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일치단결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의 핵심 지지층은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군과 그의 포퓰리즘 정책을 추앙하는 서민 계층이다.

BBC 방송은 "이란 사회내 현재의 갈등은 개혁파대 보수파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고 있다"며 "오히려 일부 개혁파와 보수파가 아마디네자드의 군사주의-포퓰리즘 노선을 함께 반대해 연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란 사태를 좌우할 열쇠는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이다. 다수 이란 국민들은 이번 선거가 부정하게 치러졌다고 믿고 있다.

거리 시위의 확산 여부, 이란 당국의 폭력적 진압 양상, 헌법수호위원회의 선거 적법성 여부 판단 결과 등이 맞물려 향후 이란 사태가 달라질 전망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헌법수호위원회에 부정선거 의혹을 면밀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한 만큼 막후에서 이란 내 중요 정치세력 간에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슬람 체제는 통상 위기의 순간에 안정을 되찾기 위해 결집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 상항이 충돌 양상으로 치닫을 경우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다.

현재의 이란 사태에 대해 "이란 체제의 통제 기능이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이라고 BBC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