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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18홀65타 꿈의 맛’ 스토리텔링으로 대히트 (동아닷컴 2010-03-13 03:00:00)

‘18홀65타 꿈의 맛’ 스토리텔링으로 대히트



골프 18홀을 65타에 칠 수 있게 해주는 와인’, ‘18세부터 65세까지 즐겨 마시는 와인’, ‘1865년산(産)으로 헷갈릴 수 있는 와인’….

칠레 와인 ‘1865’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1865에 대해 다양한 설(說)이 난무하지만, 원래는 이 와인을 생산한 칠레 와이너리 산페드로(San Pedro)의 설립연도(1865년)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1865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이 최대 소비국이다. 국내 업계에선 통상 연간 1만 박스 이상 팔리면 성공한 와인으로 꼽힌다. 1865는 연간 2만4000박스 이상 팔려 나간다. 750mL짜리 와인 12병이 1박스에 들어가므로, 연간 29만 병가량 팔리는 셈이다. 현재 주요 백화점, 할인점 등을 통해 판매 중인 와인 종류는 대략 2000여 가지. 1865는 이 가운데에서 매년 ‘판매순위 톱 10’(매출액 기준)에 들어간다.

1865가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데에는 골프의 ‘드림 스코어’(18홀 65타)와 결부시킨 마케팅 활동 등 한국 유통업체의 조직적인 브랜드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1865에 관해 다양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심지어 산페드로 측이 베트남 등 신흥 와인시장을 공략할 때 한국의 브랜드 마케팅 비법을 접목시킬 정도다. 한국의 브랜드 전략이 수출된 셈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3호(3월 15일)는 1865 수입 유통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 드림 스코어와 결부시킨 1865

금양이 2003년 산페드로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기 전, 1865는 여러 수입상을 통해 국내에 유통됐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3만 원대 이하 저가 와인이나 10만 원대 이상의 고가 와인이 잘 팔리는 편이었다. 한마디로 ‘아주 싸거나 혹은 아주 비싸야’ 했다. 반면 1865는 5만 원대로 중간 가격이었다. 금양은 한국 시장에서 5만 원대 와인 시장이 ‘블루 오션’이라고 보고 산페드로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후 금양 마케팅 담당자들은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고심했다. 한국 와인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합리적 가격대와 독특한 브랜드만으로 차별화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마침 국내 골프 인구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 와중에 1865를 골프의 ‘드림 스코어’와 접목시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1865를 두 숫자씩 끊어 읽으면 ‘18홀을 65타에 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골프 경기에서 18홀의 홀마다 파(Par·각 홀에서 정해진 스코어를 달성)를 기록해도 72타다. 따라서 65타는 아마추어들에게 꿈의 점수다.

스토리를 정하고 난 뒤, 금양은 골프장 중에서도 비즈니스 골프를 많이 치는 안양베네스트 등의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소믈리에와 종업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은 클럽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18홀에 65타를 치라’는 행운의 뜻으로 1865를 권했다.

이 전략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골프 스코어와 브랜드를 연결한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골프 와인’(1865를 의미함)을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또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도 1865 마니아가 생겨났다. ‘와인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소믈리에 및 종업원)를 공략한 덕분에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대기업 임원 등)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맞춤형 스토리

2007년 신세계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신상품을 발표했을 때다. 건배 제의 요청이 들어오자 당시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평소 즐겨 마시는 1865를 주문했다. “18홀을 65타로 치라는 의미로 라벨을 읽기도 합니다만, 18세부터 65세까지 누구나 PB 고객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1865를 마시고 싶습니다.” 이마트 PB 상품의 성공에 대한 이 대표의 바람까지 기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됐다.

단순명쾌한 라벨 디자인, 브랜드 정체성과 조화

금양은 1865로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접목시킬 수 있는 맞춤형(customization) 스토리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와인 애호가들도 ‘18세부터 65세까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와인’, ‘18세부터 65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와인’, ‘18세부터 65세까지 우리 고객이 될 수 있게 기원하자’ 등 상황에 맞게 1865의 스토리를 변형해 갔다. 심지어 “어느 부잣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1865’를 아주 오래된 최고급 와인으로 착각해 다른 모든 귀중품을 제쳐두고 들고 나왔다”는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퍼져 나가며 1865의 인기는 높아졌다.

○ 제품군 확장으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이른바 ‘1865의 고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한정판 와인 ‘1865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제품 기획 개발 단계에 금양이 직접 참여했다. 금양 측은 묵직하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포도품종인 시라를 65%, 카베르네 소비뇽을 35%의 비율로 섞어 블렌딩 와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제품은 연간 1000박스(1만2000병)를 생산하는데 이 중 300박스(3600병)가 한국에 우선 할당된다. 가격은 기존 제품의 두 배 수준(10만 원)으로 책정해서 브랜드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했고 1865 마니아 중에서도 고급 와인을 원하는 사람이나 명절 선물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 독창적 디자인도 브랜드 이미지 떠받쳐

1865 와인 병 디자인은 ‘골프 와인’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육중하고 남성적이며 강한 느낌이다. 와인 병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데 와인 이름은 병의 상단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종이 라벨은 일반 와인의 절반 크기로 와인 병 하단에 작게 붙어 있다. 병 하단에 제법 비중 있게 종이 라벨이 붙어 있고, 그 위에 와인 이름이 작게 쓰여 있는 다른 제품들과는 차별화된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 전략부서장은 “대부분의 와인 라벨은 약 5년을 주기로 바뀌고 1865도 예외는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칠레 본사에 요청해 한국에서 팔리는 1865는 기존 라벨을 그대로 유지토록 했다”고 말했다. 현재 디자인이 골프 애호가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 한국 시장에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최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 체계적 전략으로 브랜드 정체성 구축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금양이 펼친 다양한 마케팅 요소들은 합리성과 모던함, 세련됨으로 요약되는 1865의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기여했다”고 평한다. 우선 1865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라벨 디자인은 모던함과 심플함을 추구하는 1865 브랜드 정체성의 상징(symbol) 역할을 한다. 이는 사업 초기 금양이 타깃으로 삼았던 고객군(골프 애호가)의 취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또 골프의 드림 스코어와 연결시킨 스토리 마케팅에 고객들은 열광했고, 소비자들은 1865를 마시는 것 자체로 ‘골프를 즐기며 모던한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자아 이미지(self-image)를 연상하게 됐다. 또 ‘1865를 마시는 사람은 골프를 즐길 줄 아는 활동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사용자 투영 이미지(reflection)도 불러일으켰다.

김 교수는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 구성 요소인 주요 연상들을 통해 1865는 ‘합리적이고 모던하며 세련된 사람들이 마시는 와인’이라는 핵심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골프 18홀을 65타에 칠 수 있게 해주는 와인’, ‘18세부터 65세까지 즐겨 마시는 와인’, ‘1865년산(産)으로 헷갈릴 수 있는 와인’….

칠레 와인 ‘1865’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1865에 대해 다양한 설(說)이 난무하지만, 원래는 이 와인을 생산한 칠레 와이너리 산페드로(San Pedro)의 설립연도(1865년)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1865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이 최대 소비국이다. 국내 업계에선 통상 연간 1만 박스 이상 팔리면 성공한 와인으로 꼽힌다. 1865는 연간 2만4000박스 이상 팔려 나간다. 750mL짜리 와인 12병이 1박스에 들어가므로, 연간 29만 병가량 팔리는 셈이다. 현재 주요 백화점, 할인점 등을 통해 판매 중인 와인 종류는 대략 2000여 가지. 1865는 이 가운데에서 매년 ‘판매순위 톱 10’(매출액 기준)에 들어간다.

1865가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데에는 골프의 ‘드림 스코어’(18홀 65타)와 결부시킨 마케팅 활동 등 한국 유통업체의 조직적인 브랜드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1865에 관해 다양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심지어 산페드로 측이 베트남 등 신흥 와인시장을 공략할 때 한국의 브랜드 마케팅 비법을 접목시킬 정도다. 한국의 브랜드 전략이 수출된 셈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3호(3월 15일)는 1865 수입 유통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 드림 스코어와 결부시킨 1865

금양이 2003년 산페드로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기 전, 1865는 여러 수입상을 통해 국내에 유통됐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3만 원대 이하 저가 와인이나 10만 원대 이상의 고가 와인이 잘 팔리는 편이었다. 한마디로 ‘아주 싸거나 혹은 아주 비싸야’ 했다. 반면 1865는 5만 원대로 중간 가격이었다. 금양은 한국 시장에서 5만 원대 와인 시장이 ‘블루 오션’이라고 보고 산페드로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이후 금양 마케팅 담당자들은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고심했다. 한국 와인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합리적 가격대와 독특한 브랜드만으로 차별화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마침 국내 골프 인구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 와중에 1865를 골프의 ‘드림 스코어’와 접목시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1865를 두 숫자씩 끊어 읽으면 ‘18홀을 65타에 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골프 경기에서 18홀의 홀마다 파(Par·각 홀에서 정해진 스코어를 달성)를 기록해도 72타다. 따라서 65타는 아마추어들에게 꿈의 점수다.

스토리를 정하고 난 뒤, 금양은 골프장 중에서도 비즈니스 골프를 많이 치는 안양베네스트 등의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소믈리에와 종업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은 클럽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에게 ‘18홀에 65타를 치라’는 행운의 뜻으로 1865를 권했다.

이 전략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골프 스코어와 브랜드를 연결한 스토리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골프 와인’(1865를 의미함)을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또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도 1865 마니아가 생겨났다. ‘와인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소믈리에 및 종업원)를 공략한 덕분에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대기업 임원 등)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맞춤형 스토리

2007년 신세계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신상품을 발표했을 때다. 건배 제의 요청이 들어오자 당시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평소 즐겨 마시는 1865를 주문했다. “18홀을 65타로 치라는 의미로 라벨을 읽기도 합니다만, 18세부터 65세까지 누구나 PB 고객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1865를 마시고 싶습니다.” 이마트 PB 상품의 성공에 대한 이 대표의 바람까지 기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됐다.

단순명쾌한 라벨 디자인, 브랜드 정체성과 조화

금양은 1865로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접목시킬 수 있는 맞춤형(customization) 스토리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와인 애호가들도 ‘18세부터 65세까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와인’, ‘18세부터 65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와인’, ‘18세부터 65세까지 우리 고객이 될 수 있게 기원하자’ 등 상황에 맞게 1865의 스토리를 변형해 갔다. 심지어 “어느 부잣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1865’를 아주 오래된 최고급 와인으로 착각해 다른 모든 귀중품을 제쳐두고 들고 나왔다”는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퍼져 나가며 1865의 인기는 높아졌다.

○ 제품군 확장으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이른바 ‘1865의 고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한정판 와인 ‘1865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의 제품 기획 개발 단계에 금양이 직접 참여했다. 금양 측은 묵직하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포도품종인 시라를 65%, 카베르네 소비뇽을 35%의 비율로 섞어 블렌딩 와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제품은 연간 1000박스(1만2000병)를 생산하는데 이 중 300박스(3600병)가 한국에 우선 할당된다. 가격은 기존 제품의 두 배 수준(10만 원)으로 책정해서 브랜드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했고 1865 마니아 중에서도 고급 와인을 원하는 사람이나 명절 선물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 독창적 디자인도 브랜드 이미지 떠받쳐

1865 와인 병 디자인은 ‘골프 와인’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육중하고 남성적이며 강한 느낌이다. 와인 병 색깔은 검은색에 가까운데 와인 이름은 병의 상단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종이 라벨은 일반 와인의 절반 크기로 와인 병 하단에 작게 붙어 있다. 병 하단에 제법 비중 있게 종이 라벨이 붙어 있고, 그 위에 와인 이름이 작게 쓰여 있는 다른 제품들과는 차별화된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 전략부서장은 “대부분의 와인 라벨은 약 5년을 주기로 바뀌고 1865도 예외는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칠레 본사에 요청해 한국에서 팔리는 1865는 기존 라벨을 그대로 유지토록 했다”고 말했다. 현재 디자인이 골프 애호가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는 한국 시장에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최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 체계적 전략으로 브랜드 정체성 구축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금양이 펼친 다양한 마케팅 요소들은 합리성과 모던함, 세련됨으로 요약되는 1865의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기여했다”고 평한다. 우선 1865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라벨 디자인은 모던함과 심플함을 추구하는 1865 브랜드 정체성의 상징(symbol) 역할을 한다. 이는 사업 초기 금양이 타깃으로 삼았던 고객군(골프 애호가)의 취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또 골프의 드림 스코어와 연결시킨 스토리 마케팅에 고객들은 열광했고, 소비자들은 1865를 마시는 것 자체로 ‘골프를 즐기며 모던한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자아 이미지(self-image)를 연상하게 됐다. 또 ‘1865를 마시는 사람은 골프를 즐길 줄 아는 활동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사용자 투영 이미지(reflection)도 불러일으켰다.

김 교수는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 구성 요소인 주요 연상들을 통해 1865는 ‘합리적이고 모던하며 세련된 사람들이 마시는 와인’이라는 핵심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