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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콜택시 기사들, 이런 경우엔 대략 난감 (조선닷컴 2010.04.19 14:43)

[택시기사 이선주의 세상사는 이야기-10] 콜택시 기사들, 이런 경우엔 대략 난감

입력 : 2010.04.19 14:42 / 수정 : 2010.04.19 14:43

서울의 전체 택시 7만3000여대 중에서 콜이 가능한 택시가 3만여대입니다. 손님이 콜을 부르면 근처에 있는 택시운전자는 손님에게 바로 확인전화를 겁니다. 손님이 있는 정확한 위치에 택시를 갖다대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신의 위치를 쉽게, 빠르게 설명하는 손님들은 잘 찾기 어렵습니다. 콜을 부른 손님을 찾아가기 위해 운전하면서 전화통화를 5분, 7분씩 해야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얼마나 답답한지 솔직히 전화기를 확 집어던져 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영국에는 전화기 멀리 집어던지기 대회도 있다죠?).

가끔은 손님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도 문제가 됩니다. 승객은 금방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콜 받고 이동하는 시간, 전화비용, 승객대기 시간 등이 모두 콜을 받은 택시운전자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원칙적으로는 승객이 부담해야 하지만, 아직 승객에게 콜 대기료를 정식으로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23년 택시운행 중에 3년여를 콜 회사에 가입해 콜택시 운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콜을 부른 승객들의 서비스 이용 형태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어 콜을 탈퇴하고 그냥 일반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찾아가기 쉬운 길 설명요령'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콜택시를 부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치를 알려줄 때 유용한 방법입니다. 우선 걸어서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길에 있는 간판 위주로 설명을 해주면 좋습니다.

그러나 택시 또는 차를 운전하며 찾아오는 사람에게 위치 설명을 할 때는 간판보다는 길 위주로 설명을 해주셔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서대문 방향으로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서 첫 번째 골목 우회전 후 첫 사거리를 좌회전하시어 100m 들어오시면 ‘잘부른다’ 노래방이 있습니다” 하고 설명을 해주면 아무리 복잡한 골목길이라도 찾아가기가 쉽습니다.

주의할 점은 제발 야간에 길 설명하실 적에 불 꺼진 간판을 기준삼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차량으로 이동을 하면서 간판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불 꺼진 간판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죠.

콜을 받고 이동을 하다보면, 길 설명을 잘 해주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시각장애인들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이에 있는 표지판을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길 설명을 아주 간단명료하게 잘 해줍니다. 대체적으로 비장애인들의 길 설명보다 낫습니다. 예를 들면 “시청에서 을지로 입구방향으로 신호등을 받자마자 우측에 보시면 60km 속도제한 표시가 있습니다. 그 표지판 길 건너에 골목이 있는데, 그 골목으로 50m만 들어오십시요” 하는 식입니다. 길 설명하는데 30여초가 채 안 걸립니다. 눈 뜬 분들은 왜 이리 어려운지요?

참고로 혹시 시각장애인을 택시 또는 승용차에 태워드릴 일이 있는 분들은 시각장애인을 차량의 손잡이까지만 안내해 주시면 됩니다. 문을 열어드리다가는 문짝 끝 부분에 다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새벽 3시쯤, 서울시청에서 경기도 부천에 가시는 시각장애인 두 분이 타셨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로서 느끼는 이야기를 몇 가지 듣게 되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의 반말이라 합니다. 젊은 사람이건 나이든 사람이건 무조건 반말을 한다더군요. 호텔에 가서 안마를 할 때는 비교적 존칭을 많이 듣는 편인데, 안마시술소 등에서 안마를 할 때는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반말을 많이 듣는다고 하더군요.

요즘 운수종사자님들 친절서비스 교육기간입니다만, 앞으로는 사회적으로 ‘갑-을’ 관계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갑’의 교육도 ‘을’의 교육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주유소 급유, 피자배달, 중국집배달, 신문배달하는 종사원들께 반말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택시운전자들에게 반말하는 사람은 누구셔요?

추신 : 서울 5만대 개인택시 운전자의 평균연령은 55세, 법인택시 기사의 평균연령은 51세 입니다.


◆ 이선주는 누구?

이선주(47)씨는 23년 경력의 택시기사다. 2008년 5월부터 차 안에 소형 카메라와 무선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동영상 사이트인 ‘아프리카(afreeca.com/eqtaxi)’에 ‘감성택시’란 이름으로 실시간 생방송하고 있다. 택시 뒷좌석에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카피씨(Car-PC)를 설치해 무료로 승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미 ABC 방송, YTN, SBS 등에 소개된 바 있다. 1999년에는 교통체계에 대한 정책제안 등의 공로로 정부가 선정한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조선닷컴에서 ‘eqtaxi’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다. ‘만만한게 택시운전이라고요?(1998)’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배꼽잡고(1999)’ 등 두 권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