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조선데스크]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전략 (조선닷컴 2010.07.15 23:09)

[조선데스크]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전략

입력 : 2010.07.15 23:09

최원규 사회부 차장대우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 4월 9일 '뇌물 5만달러 수수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재판 전략의 승리"라고 말하는 법조계 인사들이 많았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논외로 치면 재판 전략을 잘 세운 것이 무죄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전략은
검찰에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 철저한 '입 닫기'였다. 그는 일찌감치 검찰 수사에 '정치 공작'이란 포장지를 씌우고 검찰 수사나 신문(訊問)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검찰에 나왔을 때도, 심지어 법정에서도 검찰 신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들은 한 전 총리가 불구속기소된 뒤 검찰의 수사기록을 모두 보고 법정에서 검찰 수사 내용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한 전 총리에게 2006년 공기업 사장 자리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곽영욱대한통운 사장은 진술의 약점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변호인 앞에서 오락가락했다. 반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로부터 한마디도 이끌어내지 못한 검찰은 한 전 총리 주장의 모순은 하나도 들춰내지 못했다. 결국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진행 중인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의혹 사건'에서도 '5만달러 사건' 때와 똑같은 양상이 재연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뒤 지난달 27일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 "공작 수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민주당사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한 전 총리의 '집사' 김모(여)씨는 지난달 검찰에 나오긴 했지만, 역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 그는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수감 중)씨가 2007년 한 전 총리에게 현금·달러·수표로 9억원을 건네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받았다는 9억원 가운데 수표 1억원을 2009년에 전세금으로 사용한 의혹을 사고 있는 한 전 총리의 여동생도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이 그에 대해 재판 전에 미리 신문을 해달라고 법원에 '공판 전 증인신문'을 요청했지만, 그는 법원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증언거부권이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13일 "출석할 의무가 있다"며 그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그가 나중에 법정에 나오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한 전 총리나 변호인들이 5만달러 사건 1심에서 성공한 전략을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쓸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니고 '전술'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재판 전술이 이번 사건에서도 성공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일국의 국무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나 그의 변호인들이 국민 앞에서 아주 안 좋은 선례(先例)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법(國法)을 집행했던 한 전 총리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버티면 그만이고, 그게 아주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재판 전술 앞에서 법은 이용당하고, 무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