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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중국 현지 유학생 채용과 인력관리 (매경신문 2010.09.24 11:16:07)

중국 현지 유학생 채용과 인력관리
기사입력 2010.09.24 11:08:11 | 최종수정 2010.09.24 11:16:07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원자재를 조달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좀 비싸고 물류비가 더 들더라도 한국에서 원자재를 가져오는 것이 고전적인 방식이다. 품질을 믿을 수 있고 납기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수록 이런 방식은 줄어들고 현지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원가경쟁력이 높은데다 조달하는데 시간을 아껴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을 충원하는 방식에도 같은 고민과 원리가 작동된다. 한국 본사에서 채용하여 중국에 파견되는 것이 주류를 이루는데 기업 측에서는 이직률이 거의 없어 안정적으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 주택임차비에 교육비 등이 더해지면서 상해와 북경에 거주하는 경우 미국의 뉴욕에 준하는 생활비를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기업 주재원이라면 월 3천 달러 안팎인 아파트 임대료와 연간 2만 달러 정도의 국제학교 수업료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회사의 몫이다.

한 가지 대안이 있다. 중국어도 잘하고 중국문화와 현장 경험도 많은 중국내 한국유학생을 뽑으면 기업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월급여도 낮고 자녀 학자금과 주택비 부담도 거의 없거나 크게 줄어든다. 유수 대학마다 한국학생이 넘쳐 인재를 선발하면서도 행복한 고민을 한다. 근시안으로 보면 비용도 줄이고 곧바로 현업투입도 가능하여 유학생 채용이 월등히 유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경력도 쌓고 중국에서 배운 것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입사자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그러나, 한국 유학생과 우리 기업의 밀월은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일을 하는데 한국에서 온 주재원과의 월급과 복지 등에서 너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승진에서도 당연히 밀리면서 상하관계가 역전되고 부딪치는 일이 많아진다. 이로써 현지 채용자는 입사 2∼3년 만에 고비가 찾아오고 회사를 옮기기나 귀국길에 오른다. 반드시 한국 본사에서 입사해서 주재원으로 다시 나오리라 다짐하면서.

최근 현지 채용인력도 본사 입사자와 동일하게 대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향후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보다 획기적으로 유학생을 우대하는 인력채용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진정한 현지화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승진시 현지 채용인력을 홀대하지 않으면서 과감하게 핵심업무를 맡기는 기업도 나타난다. 이런 변화를 보다 빨리 이끌어 내기 위해 유학생도 변화해야 한다. 어학위주의 전공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로 다양화하고 선진화된 업무처리에 기본이 되는 사무처리 능력과 경험(인턴) 쌓기에도 보다 많이 투자해야 한다. 중국내 주된 업무가 글로벌 비즈니스(가공무역)라는 차원에서 영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학생 스스로 업무에 대한 열정과 적극성, 그리고 중국 것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해야 한다.

중국에서 필요한 인재는 고객인 중국인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지 내수시장 진출이 대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형식과 관행에 매달려 많은 준비를 통해 중국 속으로 들어간 유학생이라는 뛰어난 인프라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낭비다. 흔히 중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절반이 한국학생이라고 한다. 이를 활용하는 자와 방치하는 자의 결과는 세계시장인 중국에서 디딤돌을 찾느냐와 걸림돌에 넘어지느냐로 직결시키면 너무 비약일까.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