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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카다피” 환호하던 그들, 오늘 피로 저항하다 (서울신문 2011-02-25)

“카다피” 환호하던 그들, 오늘 피로 저항하다

파시 바자르(57·리비아 벵가지대 교수)는 1969년 9월 고교 시절, 혁명에 성공한 27세 무아마르 카다피의 환호 인파에 동참했지만, 이번에는 당시 그의 나이인 17세 딸과 함께 카다피 축출 시위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자유와 인권의 기대가 잔인한 독재로 무너졌다. 딸의 세대에게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싶다.”고 열망했다. 하지만 리비아의 민주화는 엄청난 피를 대가로 요구하며 중대 고비로 향하고 있다.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25일(현지시간) 카다피의 ‘요새’인 수도 트리폴리에서 ‘피의 금요일’을 맞았다. 유혈 진압으로 트리폴리를 사수하려는 카다피 국가원수와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를 준비해 온 반정부 시위대가 서로 결사 항전을 외치며 최후의 결전으로 치닫고 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순교자를 자처한 지난 22일 대국민연설 이후 이미 트리폴리와 그 주변에 수천명의 용병을 풀어 무차별 살육을 자행해 왔다. 민간인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 트리폴리는 피바다를 이루고 있다고 24일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특히 반정부 시위대의 대규모 금요 시위에 대비해 더 많은 용병들이 트리폴리로 모여들어 용병과 시위대 간 충돌은 대혈투로 얼룩질 전망이다. AFP등 외신은 “수천명의 아프리카 용병과 민병대가 트리폴리행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거주하는 트리폴리의 아지지야 구역에서는 민병대와 용병이 몇겹으로 둘러싼 채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살육전에 임하고 있다.

토브루크와 벵가지 등 사실상 동부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카다피 국가원수가 트리폴리라도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정부 시위 진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자, 지구촌은 ‘카다피 아웃’을 외치며 카다피 국가원수를 압박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 등은 리비아에 대한 본격 제재에 착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잔혹행위의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비난했고, 유럽연합(EU)은 리비아와의 무기 거래를 중단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비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리비아의 유혈사태는 국제 규범과 모든 상식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논의를 위해 오는 28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스위스 제네바로 급파하는 등 모든 대응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자산동결,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지정 등을 검토중이다.

리비아 정국이 ‘시계 제로’로 빠져들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의 ‘리비아 엑소더스’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BBC와의 회견에서 자국민 구조를 위해 모든 방안을 설정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혀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국민 구출에 필요하면 무력 사용” 군용기·군함까지 ‘육해공’ 총동원
각국 정부 대대적 대피작전

리비아의 혼돈과 유혈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자 다급해진 각국 정부가 전세기와 선박은 물론 군용기와 군함까지 동원하며 하늘길·바닷길에 육로 이동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각종 수단을 사용해 자국민을 구해 내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또 자국민 구출에 필요하다면 리비아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리비아에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고 심지어 구출 작전을 위해 무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자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대대적인 입체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세기·프리깃함 속속 도착

AP, AFP통신은 24일 터키 정부가 2만 5000명의 자국 근로자가 갇혀 있는 리비아로부터 항공기 착륙 승인을 거부당하자 23일 두 척의 배를 급파, 3000여명의 근로자를 태워 이들을 귀국시켰다고 전했다.

미국도 이번 주 초 전세기를 동원한 자국민 소개 계획이 무산되자 600명 정원의 전세 페리를 통해 리비아 인근 섬나라인 몰타로 자국민들을 피신시켰다.

프랑스는 이날 공군기 3대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로 보냈으며, 네덜란드는 150명 정원의 공군 수송기와 해군 프리깃함을 리비아로 출발시켰다. 독일은 국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여객기와 군용기 2대를 보내 자국민 400명의 철수작전에 돌입했다. 영국 해군의 프리깃함 컴버랜드호는 이날 밤 리비아 해역에 도착했으며, 같은 시간 리비아를 탈출하려는 영국인들을 태울 민간 항공기가 이탈리아에서 트리폴리로 떠난 데 이어 추가 항공편의 출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등 1만 5000여명의 소개 작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23일과 24일 잇따라 리비아로 에어차이나 소속 전세기에 긴급 구호물자와 의료품을 실어 보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첫 전세기는 이미 250여명의 교민을 태우고 베이징으로 떠났다. 이들은 전원 여성과 어린이들이라고 중국 정부는 밝혔다.

중국은 전세기와는 별도로 그리스와 몰타 주재 중국 공관을 통해 선박 4척을 임대해 리비아 부근으로 보냈다. 또 이집트 주재 중국 대사관은 100여대의 버스를 빌려 리비아로 투입하는 등 육·해·공 합동 철수 작전을 벌이고 있다.

●中, 여성·어린이부터 전세기로

앞서 83명의 중국인 근로자들이 23일 항공편으로 이집트를 거쳐 베이징으로 향했으며 또 다른 83명도 리비아 벵가지 동쪽 투브루크를 떠나 국경 너머 이집트로 피신하는 등 23일 밤 12시부터 1000여명의 중국인들이 리비아를 떠났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인도의 SM 크리시나 외무부 장관도 1만 8000여명에 달하는 리비아 내 인도인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소개하기 위해 군함을 통한 대규모 수송 작전을 준비한 상태라고 밝혔다. 크리시나 장관은 이미 군함 한 척이 이집트에 대기하면서 트리폴리나 벵가지를 통해 자국민들을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시설 폭파” 카다피 자해위협에 원유생산 속속 중단
카다피 벼랑끝 발악?… 타깃 석유시설은 어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보안군에 석유시설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자해극’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리비아 내 석유시설에 대해 공격 행위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면초가에 놓인 카다피가 마지막 발악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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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중동문제 전문가 로버트 베어가 22일 미국 시사주간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카다피 원수가 보안군에 석유시설 파괴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카다피 정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게 들었다면서 이는 카다피가 자신에게 반대하는 부족들에게 ‘나를 따르지 않으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비아에서 유전은 대부분 동부 내륙인 시르테 지역과 서부 연안에 집중돼 있다. 카다피가 자해극을 벌일 경우 가장 유력한 목표물이 될 수 있는 원유 정제시설과 저장 시설은 트리폴리 주변에 하나씩 있는 것을 빼고는 모두 동부에 집중돼 있다. 공교롭게도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세력이 강한 지역에 상당수 석유시설이 밀집해 있는 셈이다. 최근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카다피를 위협했던 알주와야 부족 지역도 대표적인 유전 지역이다.

직접 공격이 아니더라도 격화하는 리비아 상황 때문에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주요 석유회사들이 원유 생산을 중단하는 것도 국제사회에 큰 타격이다.

트리폴리 앞바다에는 적잖은 유전과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엑손모빌, BP, 가스프롬, 토탈 등 유전 탐사를 하고 있는 전 세계 주요 석유회사들이 시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미 22일자로 원유 터미널이 폐쇄되는 등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최대 석유회사인 빈터스할은 안전을 이유로 8개 유전에서의 석유 생산을 중단했다. 스페인 최대 석유회사인 레스폴도 리비아에서의 석유 생산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하루 평균 5만 5000 배럴을 생산하던 프랑스 기업 토탈도 이날 석유 생산을 일부 중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카다피 전범재판 회부’ 시사… 페루 “외교 단절”
주민학살 응징나선 지구촌

리비아를 제재하기 위한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비판하는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리비아의 막대한 석유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에 구체적인 행동에 미온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이런 가운데 페루 정부는 처음으로 유혈 진압에 항의해 리비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 전범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비아 정부는 ‘ICC 설립을 위한 로마규정’ 서명국이 아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기소하면 전범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유엔, 미국, EU 등 제재 움직임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폭력행위를 멈추라는 언론발표문을 의결한 바 있다. 아울러 유엔 인권이사회도 리비아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아랍권 22개국이 가입한 국제기구인 아랍연맹은 리비아의 회원자격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리비아 사태에 대한 연설을 통해 “리비아의 유혈사태는 너무나 충격적”이라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전 세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헤르만 판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리비아 시위대에 대한 폭력과 공격, 위협 행위를 비난하며 즉각적인 무력 사용의 중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리비아를 경제제재할 것을 EU에 촉구했다.

●비난은 풍성, 행동은 빈약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지만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에 비해 대응이 너무 안일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는 “세계 지도자들이 카다피를 비난하지만 유혈진압을 멈추게 하기 위한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지난 21일 EU 외무장관들이 카다피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서를 체결했지만 정작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제안한 징벌적 조치는 부결됐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여러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리비아와 경제협력을 해온 사실을 상기시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아예 리비아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경제제재 자체를 반대한다. 이런 입장은 영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디언은 최근 영국 무기거래상이 리비아에 수백만 달러 짜리 시위 진압 장비를 수출했던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중동 사태에 대한) 외부 압력을 강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서방이 중동 민주화를 영향력 강화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상으로 드러난 리비아의 참혹상

  • 연합뉴스 2011.02.24 15:33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치달으며 민간인 대량학살이 자행되는 가운데 전쟁의 처참한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과 사진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22일 영국 더타임스가 확보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 젊은남자가 제2도시 벵가지의 알-잘라 병원으로 급히 이송된다.

그를 감싼 피투성이가 된 담요를 끌어내리자 두 다리가 모두 몸통에서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란 사실이 드러난다.

다른 사진에는 남자 2명의 시신이 침대에 눕혀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의 하반신은 폭격에 의한 것인 듯 가슴부위에서 거의 떨어져 나갔다.

이 영상은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에 의해 자행된 폭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시신 상태를 살펴보면 곤봉이나 고무총 등 시위진압용 무기에 맞아 사망한 것이 아니란 것만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들의 상처는 너무 심각해 희생자들은 리비아 보안군이나 흑인 용병 등이 사용한 전투기나 탱크, 기관총 등 중화기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리비아 정권의 잔혹 행위에 관한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수도 트리폴리 서부에 사는 한 영국인 여성은 “군부대가 박격포와 대포, 견착식 대공미사일 등으로 시위대를 공격했다”면서 자택 앞에서 벌어진 긴박했던 시위상황을 전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가까스로 대피한 다른 영국인도 “밖에서 대량학살이 자행됐다”면서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도 용병과 카다피 보안군의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동부 도시 알-바이다에 사는 마라이 알 마흐리씨는 “시위대가 탱크와 전투기에 공격을 받았다면서 동생을 포함해 26명이 총에 맞았다”면서 흐느꼈다.

그는 “그들은 거리에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쏜다면서 우리가 죽든 살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서 이는 명백한 대량학살이라고 분노했다.

리비아 국민들은 목숨을 걸고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영상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공개하고 있다.

벵가지에서 촬영된 한 영상에는 노란 모자를 쓴 용병들이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비디오에는 의식없이 병원침대에 누운 어린이를 가운데 두고 부모가 오열하면서 종이로 지혈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밖에도 시민들이 카다피의 초상화를 칼로 찢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으며 건물이 불에 타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한 도심의 모습도 보인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몰래 촬영한 이 영상들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리비아의 참상을 외부세계로 전달해주고 있다.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리비아 야당인 리비아 구원을 위한 국민전선당(NFSL)의 이브라힘 사하드 당수는 시위대 600명이 살해되고 3천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신들은 리비아 진입이 차단되고 리비아 정권은 정보공개를 차단하고 있어 희생자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리비아 정부는 최근 111명의 군인을 포함해 300명이 시위사태로 사망했다고 밝힌 뒤 추가 희생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다피는 22일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시위대의 사임 요구를 일축하면서 “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강경 진압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

[리비아 쇼크] 카다피 8남1녀 利權 '진공청소기'

(조선일보 2011.02.24 06:42)

석유·가스서 호텔까지 매년 수백억달러 챙겨

2009년 1월 1일 중남미 카리브해 한 고급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 사이프는 미국의 유명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에게 노래 4곡을 부른 대가로 10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당시 서구 언론들이 전했다. 리비아 시위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던 지난 21일 시위대를 향해 "피의 강물이 흐르는 내전(內戰)"을 언급하며 "최후의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던 잔혹한 황태자의 '통 큰' 모습이다.

아홉 자녀, 석유에서 유통까지 이권 장악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비밀 외교전문은 카다피의 아들들이 리비아의 '오일 머니'를 어떻게 독점하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06년 트리폴리 주재 미국 외교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의 제목은 '카다피 주식회사'. 이에 따르면 카다피의 8남1녀는 석유·가스·호텔·미디어·유통·통신·사회기반시설 산업 등에 개입해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전체 규모는 확인되지 않지만 매년 수백억달러가 이들 손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외동딸 아이샤는 에너지와 건설

차남 사이프는 카다피가 쿠데타를 일으킨 1969년 9월 1일에서 이름을 딴 석유회사 '원나인 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국영 방송사 두 곳도 그의 소유다. 장남 무함마드는 국영 우편통신회사를 지배한다. 휴대전화·위성통신 사업도 그의 몫이다. 리비아 축구협회장인 셋째 사디는 축구팀 몇 개를 소유하고 영화 산업도 총괄하고 있다. 그는 리비아 서부 지역 신도시 개발 이권도 챙겼다. 변호사인 외동딸 아이샤는 에너지·건설 부문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섯째 한니발은 200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수행원을 폭행해 체포되는 등 자주 '사고'를 쳤다. 그는 둘째 형 사이프와 함께 석유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카다피의 아들들은 이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장남 무함마드, 셋째 사디, 넷째 무타심이 코카콜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놓고 혈투를 벌였다고 적었다.

런던엔 호화주택, 이탈리아엔 호텔스파

리비아가 해외에 투자한 자본도 이들 몫으로 추정되고 있다. 규모는 약 7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탈리아 최대 정유회사 에니(Eni), 항공방위산업체인 핀메카니카 등을 비롯해 자동차·이동통신 기업 등의 지분을 1%에서 15%까지 갖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를 소유한 피어슨 그룹의 지분도 3%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의 지분도 있다.

해외 부동산도 상당하다. 차남 사이프는 2009년 수영장과 영화감상실, 방 8개가 있는 런던의 호화 주택을 1000만 파운드에 사들였다.
런던 옥스퍼드가(街) 1만3614㎡ 규모의 건물 '포트만 하우스'도 리비아 소유로 되어 있다. 리비아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 라퀼라 인근의 호텔 스파와 생수 회사를 짓는 데도 219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들 재산 대부분이 카다피 일가의 소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 전문가들은 두바이와 동남아시아 지역 은행에 카다피 일가의 비밀계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 리비아에 강경대응

(조선일보 2011.02.24 09:5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백악관에서 리비아 사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반정부 시위대의 철저한 진압을 다짐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나오자 국제사회 또한 리비아 사태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 폭력진압은 국제규범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리비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리비아 사태에 대한 연설을 통해 “리비아의 유혈사태와 고통들은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며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리비아에서의 폭력 사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리비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이며, 리비아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위해 오는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을 스위스 제네바로 급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입장은 더욱 강경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BBC와의 회견에서 리비아에 고립된 자국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설정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헤이그 장관은 영국인 구조를 위해 리비아 당국의 허가가 없어도 군용기를 리비아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영국 관리는 프리깃함 ‘컴버랜드’호가 이날 밤(현지시간) 리비아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국제기구들도 리비아 사태에 대한 규탄에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뿌리게 한 잔혹행위의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 카다피 국가원수와 약 40분 동안 전화로 통화한 데 대해 “긴 토론과 강력한 호소를 했지만 그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그의 행동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체코 프라하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에서 자유와 정의를 위해 일어선 사람들에게 자행되는 끔찍한 범죄 행위를 목격했다”며 “리비아 시위대에 대한 폭력과 공격, 위협 행위를 비난하며 즉각적인 무력 사용의 중단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EU는 리비아와의 무기 거래를 중단했다.

한편 페루 정부는 리비아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리비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리비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외교 관계를 끊은 나라는 페루가 처음이다.

국방부, 청해부대 최영함 리비아 급파(종합)

"3월 초 리비아 북부 도착 예정"

연합뉴스 | | 입력 2011.02.24 19:33 | 수정 2011.02.24 20:01

국방부는 24일 리비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민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 최영함(4천500t급)을 현지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악화하고 있는 리비아 등 아프리카ㆍ중동 사태와 관련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교민을 안전하게 철수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해외 교민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 군함이 현지에 파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최영함은 우리 시각으로 오늘 오후 아덴만 해역에서 리비아를 향해 출발했다"며 "최영함은 3월 첫째 주에 리비아 북부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영함은 전세 항공기 등을 통한 교민 철수 계획이 제한될 경우에 대비해 파견하는 것"이라며 "항공기로 충분히 철수가 되면 중간에 회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함은 길이 150m, 폭 17.4m, 높이 40m, 탑승인원 300명에 최대 30노트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1만200km에 달한다.

5인치 주포 1문과 근접방어 무기체계인 골키퍼, 대함.대공 유도탄, 어뢰 등으로 무장한 이 함정은 대함, 대공, 대잠, 대지, 전자전 수행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최영함은 승조원을 포함해 최대 1천명까지 태울 수 있다"면서 "일단 항공기로 철수시킨 뒤 남은 우리 교민이 이동이 어려울 경우 리비아 북부의 한 항구도시를 통해 수송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현재 리비아 현지에는 1천300여명의 우리 교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