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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관심兵이었던 예비역 "GOP 근무 때 더 많이 죽일 기회 놓쳐 아쉬워" (조선일보 2015.05.14 03:00)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관심兵이었던 예비역 "GOP 근무 때 더 많이 죽일 기회 놓쳐 아쉬워"

[군복 뒷주머니에서 유서 발견… 계획적 범행인 듯]

최근 1m짜리 일본刀 소지 신청해 허가 받아

-이웃들 "평소에 이상 행동"
"길거리서 윗도리 벗은채 이유없이 고함 지르고 다녀… 주민들이 민원 넣기도"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범 최모씨의 군복에서 발견된 유서.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범 최모씨의 군복에서 발견된 유서. /육군 제공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다가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최모(23)씨는 하루 전인 12일 총기를 난사해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씨는 군 복무 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의 중점 관리를 받았고, 그의 이웃들도 최씨가 평소 동네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증언해 이날 사건이 정신적 문제를 겪던 최씨가 저지른 계획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씨는 또 지난 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101㎝짜리 일본도를 소지하겠다며 '도검(刀劒) 소지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당시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신체검사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규칙 규정에 따라 정신감정 등 신체검사 없이 소지 허가를 받았다.

육군은 이날 사건 발생 뒤 언론에 최씨가 작성한 원고지 4장 분량의 유서를 공개했다. 최씨는 유서에서 삶에 대한 무기력증과 함께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의(殺意)를 나타냈다. 최씨는 유서에서 "언제부터인가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내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깨어 있는 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낮은 느낌이 밀려온다"며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했다.

최씨는 이어 "나는 늙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나의 현재 진행형도 싫다"며 "그래서 (군 복무 시절) GOP(근무)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쉽다. 후회된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면서 "내일 사격을 한다"며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고 총기 난사를 예고했다.

최씨는 특히 "내가 죽으면 화장 말고 매장했으면 좋겠다. 인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화상당했을 때와 화생방 (훈련을) 했을 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여 죽는 게 두렵다" "죽으면 화장하게 되는데 그 자체는 훼손 및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는 등 횡설수설했다. 그는 "모든 상황이 싫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유서를 끝맺었다.


	13일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송파·강동·동원예비군 훈련장의 사격장 모습.
13일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송파·강동·동원예비군 훈련장의 사격장 모습. 왼쪽 점선 부분이 최모씨가 사격을 하던 1사로 구역이다. 최씨는 오른쪽 2·3·5사로에서 사격 중이던 동료 예비군을 향해 7발을 쏜 뒤 자살했다. 최씨는 사격장 한가운데에 있는 통제소에서 가장 먼 1사로를 일부러 선택해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서울신문 제공

이와 관련해 최씨는 현역 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부대 내에서 중점 관리 대상이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B급 관심병사(도움·배려병사)로 분류돼있던 최씨는 5사단 GOP(일반 전초)에서 20여일 근무하다 GOP 근무에서 빠졌다"며 "우울증 치료 경력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은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를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해 왔다.

2013년 9월 전역한 최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아버지는 숨져 어머니와 둘이 송파구에서 살았다. 최씨의 이웃들은 "최씨가 평소에 고함을 지르는 특이 행동을 자주 해 '이상한 사람'이란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이웃이었다는 김모(66)씨는 "키가 180cm 가까이 되는 최씨는 길거리에서 윗도리를 벗고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등 기이한 행동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전 최씨를 봤다는 다른 이웃 주민은 "평소 소주병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고 11일에도 욕설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웃은 "최씨 고함으로 시달리던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10대 때인 2006년부터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는 등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심리학)는 "유서 내용이나 주변의 증언 등으로 볼 때 최씨는 전형적인 사회부적응자"라며 "자존감이 없는 상황에서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해 총격까지 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통제소에서 먼 맨 왼쪽 射路, 일부러 고른 듯… 표적에 1발 쏴본 후 일어나 주변으로 7발 난사

(조선일보 2015.05.14 03:00)

목격자 "웃는 얼굴에 소름… 살아야겠다 싶어 굴러서 도망"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은 예비군 동원훈련이 한창이던 13일 오전 10시 37분에 일어났다. 통제 간부 3명과 현역병 6명이 20개 사로(射路·사격구역)를 통제하며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예비역 병장 최모(23)씨는 20개 사로 중 가장 왼쪽인 1번 사로를 배정받았다. 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예비군들에게 탄알 10발이 든 탄창을 지급했고, 각 사수가 사로에 들어가 '엎드려 쏴' 자세로 사격을 시작했다"고 했다.

사건은 훈련 시작 직후에 일어났다. 최씨는 일단 사격장에서 표적을 향해 1발을 발사해 총의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 자신의 K-2 소총으로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부사수를 쏘고, 엎드린 자세로 사격하고 있던 2~5사로 사수들을 향해 7발을 쐈다. 현장의 통제 장교와 군인들도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제 조교는 1사로에서 6m가량 떨어져 있었고, 사격 시 소총을 고정해 놓는 '안전고리'는 채워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손쓸 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씨는 남은 탄알을 자신의 머리에 쐈고, 그 자리에서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참가자 A씨는 "최씨로부터 불과 3~4m 떨어져 있었던 예비군 B씨가 '최씨가 총구를 돌릴 때 총구보다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분명 웃고 있었다'며 '순간 소름이 끼쳤고 살기 위해 굴러서 도망쳤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최씨는 사격을 하기 전에 계획적으로 맨 왼쪽 1사로로 가려고 했고, 조교에게 "나는 1사로에 서야 사격이 잘된다"고 말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야를 한쪽으로 넓게 확보하고 통제 조교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훈련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예비군 4명이 총상을 입었고, 그중 2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다. 사고 후 현장을 확인한 경찰 관계자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사격장 사로에 사상자들의 피가 튀어 있었다"고 했다.

부상자 중 박모(24)씨는 사고 직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오른쪽 쇄골 윗부분에 총상을 입은 윤모(24)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가 심폐소생술로 심폐 기능을 회복했으나, 13일 밤 결국 숨졌다. 윤씨는 한 대학 자동차정비학과를 휴학하고 학비를 벌고자 피자, 음식 재료 배달 일을 하다 입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얼굴에 총상을 입은 황모(22)씨는 총알 제거 수술을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측은 "출혈이 많은 상태이며 총상으로 뼈가 으스러져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모(26)씨는 왼쪽 어깨뼈에 총상을 입어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관계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총탄이 아직 몸에 박혀 있고 우측 폐 손상도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날 부상자 중에 통제 장교와 병사는 없었다.

군 관계자는 "최씨가 현역병 시절 B급 관심병사(도움·배려병사)였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정보가 없다"며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번 사건과 공식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했다. 군은 최씨가 부대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주변의 다른 예비군들과 갈등이 있었는지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사고 현장에 있던 C씨는 본지에 문자 메시지로 "사고 후에도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던 D씨도 "사고 이후에도 한동안 사격 소리가 계속 들렸다"며 "사격 훈련을 중지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의아했다"고 했다. 그러나 육군은 "사건 직후 인근 부대까지 훈련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며 "아마 사고 소식이 알려진 시차 때문에 예비군들이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일부 예비군 부모들은 직접 훈련장에 오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날 2박3일(12~14일) 일정으로 입소한 동원 예비군 545명에 대한 조기 퇴소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단독]"예비군 총기난사 범인, 총구 돌릴 때 웃고 있어 소름 끼쳤다" 증언 나와

(조선일보 2015.05.13 18:37)

예비군 최씨, 맨 왼쪽 1사로에서 사격... "계획 범행 가능성"

 


	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 최모(23)씨가 사건 당시 웃으면서 총을 난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같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은 A씨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사건 당시 부사수로 인근 사로에 있었던 예비군 B씨의 말을 전했다. B씨는 동료 예비군들에게 “최씨가 총구를 돌릴 때 총구보다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분명 웃고 있었다”면서 “순간 소름이 끼쳤고, 살기 위해 굴러서 도망쳤다”고 했다.

A씨와 B씨는 현재 군 관계자들로부터 목격자 조사를 받은 뒤 다른 예비군 50여명과 함께 52사단 211연대 생활관에서 대기 중이다.

A씨는 또 최씨가 사격을 하기 전 계획적으로 1사로(射路)에 섰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격장 사로에는 줄을 선 순서대로 들어가게 되는데, 최씨가 사격 전부터 계속해서 1사로로 가려고 서성였고, 조교에게 ‘나는 1사로에 서야 사격이 잘된다’고 말해 자리를 옮겼다”면서 “1사로에 서면 오른쪽만 봐도 되기 때문에 ‘시야 확보’를 위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할 당시 사격장 밑에서 자신의 차례를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총성 이후 ‘피하라’는 군 관계자의 말을 듣고 일어나면서 사고 현장을 힐껏 뒤돌아보니, 부상자들 얼굴이 피범벅이 돼 있었다”면서 “겁이나 재빨리 도망쳤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예비군들 사이에서는 “최씨가 ‘엎드려 쏴’ 자세에서 일어서서 바로 뒤에 있던 부사수를 쐈고, 이후 2사로, 3사로, 5사로에서 사격중인 예비군들을 쐈다” “다른 예비군들은 대충 훈련을 받는데, 최씨는 아주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다”는 등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이 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번 총기 난사사건은 최씨의 계획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탄 받자마자 총 난사…"사격장에 피가 튀고 참혹했다"

(조선일보 2015.05.13 21:01)

예비군 사격장 총기 난사 사건 현장 재구성

 

13일 오전 10시37분,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210연대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에서 불규칙적인 빠른 총성이 잇따라 울렸다.

이날 사격 훈련장에서 예비군 최모(23)씨가 25m 실 사격을 앞두고 지급받은 실탄 10발들이 탄창을 K2 소총에 장착한 뒤였다. 그는 사격장 1사로(射路)에 엎드려 표적을 향해 1발 쏜 뒤 갑자기 함께 훈련 받던 동료들을 향해 7발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현역 시절 ‘관심병사’였던 그는 총 없이 자신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예비군(부사수)과 2·3·5사로에 있던 예비군 등에게 총을 난사한 뒤 자신의 이마에도 쐈다. 모두 9발이었다. 최씨를 포함해 순식간에 5명이 쓰러지며 예비군 50여명이 모여있던 사격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함께 있던 예비군들은 혼비백산했다. 사격을 통제하던 군 간부 3명과 조교 6명 등 9명도 마찬가지였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 송파 예비군훈련장 입구에서 군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 송파 예비군훈련장 입구에서 군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최씨를 포함한 사상자는 모두 2박 3일 동원 훈련차 지난 12일 입소한 예비군들이었다. 총을 난사한 최씨는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부상자 4명 중 3사로에 있던 박모(24)씨는 머리에 중상을 입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숨졌다.

다른 부상자인 윤모(24)씨, 황모(22)씨, 안모(25)씨도 각각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국군수도병원으로 나뉘어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목 관통상을 입은 윤씨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와 안씨는 중상이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병원 측이 밝혔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장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에서 장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사고 후 현장을 확인한 군 관계자는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사격장 사로에는 사상자들의 피가 튀었다. 인근 주민들은 “사격장에서 평소와는 다른 간격의 총성이 울렸고 잠시 후 갑자기 조용해졌다”고도 했다.

사고 현장인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의 동원 예비군들은 퇴소를 못 하고 현재 내무반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훈련장에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예정돼 있던 4시간짜리 다른 예비군 훈련은 취소됐다. 군은 훈련장에 도착한 예비군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장 출입을 통제하고 사고 대책반을 편성해 사건 경위를 확인 중이다. 최씨가 유서나 다른 메모를 남겨놨는지도 확인 중이다. 그러나 그가 총기를 난사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최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경찰에도 수사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건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와 관련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국과 필리핀 등을 돌며 군사외교 활동 중인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14일 조기 귀국키로 했다.

 

 

예비군 훈련장서 고의 난사는 이례적

(조선일보  2015.05.13 11:58)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 중이던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오발 등 무기 오용으로 발생한 사고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예비군이 고의로 총기를 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비군 훈련장 사고에는 1993년 연천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있다.

1993년 6월 10일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육군 155mm 포 사격장에서 수도군단 제967포병대대가 동원예비군 포사격 훈련을 하던 중 폭발사고가 일어나 예비군 16명, 현역 장병 4명 등 모두 20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양주시 남방동 사격장에서 사격 훈련을 받던 예비군이 쏜 K2 소총 총알이 훈련장에서 직선으로 1.5km 떨어진 민간업체 사무실에 날아들어 박히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총기 방향 고정 안한 예비군 훈련장..네티즌 "맘만 먹으면 옆 사람에게 총 쏠 수 있어"

(조선일보 : 2015.05.13 13:48)

 


	사격 훈련장에 설치된 총기 고정대의 모습./뉴시스
사격 훈련장에 설치된 총기 고정대의 모습./뉴시스



13일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예비군 사격 훈련장이 총기 방향을 고정하지 않아 사고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서 “강남서초 예비군 훈련장이면 내가 작년에 동원갔던 그 곳”이라며 “내 기억에 거기는 사격용 총이 있는게 아니라 각자 지급받은 총으로 쐈고, 총기고정은 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도 트위터에서 “작년까지 다니던 예비군 교장은 사격장의 총기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며 “맘만 먹으면 옆 사람에게 총을 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SNS에서는 총기가 고정돼 있었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보통 군 사격 훈련장은 총기 사고 방지 차원에서 총구가 전방을 향하도록 총기를 고정시킨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예비군은 보통 고정 총을 쏘는데 (사고가 난 훈련장은) 고정이 안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46분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52사단 211연대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중이던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軍, 총기 사건 발생 직후에도 옆 훈련장에선 훈련 강행해 논란

(조선일보 2015.05.13 16:09)

 

13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곳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210연대 서울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이다. 그런데 이 훈련장과 딱 붙어 있는 강남·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도 지휘관들이 상황 설명 없이 훈련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사고 발생 시각, 강남·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던 예비군 A(34)씨는 “옆 훈련장 사격장 쪽에서 갑자기 총성과 비명소리가 들리길래 다들 ‘뭐지?’ 했는데 잠시 후 총기 난사 사건 속보가 떴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들 웅성대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 입구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총기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훈련장 입구에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뉴시스
문제는 그 이후였다. A씨는 “사람이 죽었다는데 교관은 ‘예비군들은 휴대전화 집어넣으라’고 하면서 웃는 얼굴로 ‘교관 생활 십 몇 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훈련을 받고 있던 예비군들에겐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데 별 일 없느냐” “괜찮냐”는 가족·친지·친구들의 안부 문자와 전화가 쇄도했다. 예비군들의 동요가 심해지자 그제서야 군 지휘관은 “그럼 1분 줄 테니 가족들에게 본인이 살아있다고 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같은 장소에서 훈련을 받은 예비군 권모(34)씨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이든 인근 훈련장이든 일이 터졌으면 즉각 상황을 설명하고 일을 수습한 뒤에 훈련을 해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예비군 김모(34)씨도 “원칙적으로는 예비군 훈련장에 휴대전화 반입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 군을 어떻게 믿고 내 연락 수단을 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의 동원 예비군들은 퇴소를 못 하고 현재 내무반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훈련장에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예정돼 있던 4시간짜리 다른 예비군 훈련은 취소됐다.

 

 

예비사격 없이 훈련… 실탄 10발든 탄창 지급해 피해 커져

(동아일보 2015-05-14 05:52:17)

‘관심병사 출신’ 관리허술… 제지도 안받고 사격훈련 참가

 



“어어, 저 사람 왜 저러지….”

13일 오전 10시 37분경 서울 서초구 내곡동 육군 52사단 예하 예비군 부대 내 사격훈련장. 동원훈련 이틀째 사격훈련을 하던 예비군들의 시선이 사로(射路)에 엎드려 있던 최모 씨(23·사망)에게 집중됐다.

‘사격 개시’라는 구호에 따라 각 사로에서 예비군들이 수준유지사격(10발 발사)의 첫 발을 쏜 직후였다. 최 씨가 갑자기 뒤돌아 일어서 실탄이 장전된 K-2 소총을 바로 뒤에 앉아있던 다른 예비군(부사수)에게 겨눴다. 그러고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사격장은 순식간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최 씨는 옆 사로의 다른 예비군들을 향해 총격을 했다. 황모 씨(22) 등 4명이 머리와 가슴, 배 등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부상자들의 비명과 신음소리가 쏟아졌고 사격장엔 유혈이 낭자했다.

13일 오전 예비군 훈련 중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육군 52사단 예하 송파·강동 예비군 훈련장 사격장의 모습. 왼쪽 점선 부분이 예비군 최모 씨가 총기를 난사한 장소다. SBS 제공

사격장에 모였던 예비군 200여 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또다시 ‘탕’ 하는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최 씨가 자신의 총기를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박모 씨(24)와 윤모 씨(24)는 치료 도중 숨졌다.

사건이 발생한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발표에 이어 중국을 방문한 김요환 육군참모총장(대장)도 현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총기난사 최씨 시신 수습 13일 오전 예비군 훈련 중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육군 52사단 예하 송파·강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인들이 가해자인 최모 씨의 시신을 구급차 쪽으로 옮기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군은 부대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육군 중앙수사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수사 인력 68명과 기무 헌병 인사 감찰 법무 등 5부 합동 조사단을 현장에 보내 감식과 부검을 하는 등 사건 경위 조사에 나섰다.

최 씨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고통과 울분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전날 그는 자필로 쓴 유서에서 세상에 대한 원망과 절망, 타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2013년 육군 병장으로 전역한 최 씨는 현역 복무 당시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동료들의 집중 관리를 받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예비군 부대에 전달되지 않았다. 최 씨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사격훈련에 참가했다.

이번 사건은 예비군 사격훈련의 규정 미비가 빚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많다. 사고 당시 20개 사로에서 진행된 예비군 사격훈련의 통제요원은 위관급 간부 3명과 조교(병사) 6명 등 9명에 불과했다.

육군은 동원훈련을 담당하는 향토사단에서는 가용병력이 많지 않아 부대 지휘관의 재량과 판단에 따라 사격 통제요원을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훈련 인원을 고려한 통제요원의 배치 규모 등 관련 안전규정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사격절차 규정도 허술했다. 해당 부대는 실탄 10발이 든 탄창을 예비군들에게 지급한 뒤 가늠자 조정을 위한 영점사격(3발)을 하지 않고 곧바로 수준유지사격(9발)을 했다. 예비군의 숙련도가 높아 부대 지휘관이 영점사격을 생략했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영점사격을 먼저 실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규정이 있었다면 추가 사격을 위해 탄창을 갈아 끼워야 해 만일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수사 관계자는 “사건 당시 최 씨의 사로를 비롯해 일부 사로의 총기를 고정하는 안전고리가 풀어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전날 입소한 최 씨가 전날 부대에서 다른 예비군들과 충돌이나 불화가 있었는지, 개인적 분노를 품은 ‘묻지 마 범죄’인지 등은 군 당국이 풀어야 할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최 씨와 사상자 4명이 같은 중대 소속으로 확인됐다”며 “사건현장에 있었던 예비군들을 상대로 최 씨의 행적 등에 대해 진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 씨의 휴대전화 내용을 분석하는 한편 유족 진술을 토대로 범행 단서를 찾고 있다.

일각에선 예비군 훈련의 ‘느슨한 군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예비군 사격훈련 시 군이 방탄복 등 보호장구를 제공하는 등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독]난사 최씨 “내일 사격… 다 죽여버리고 싶다” 유서

(동아일보  2015-05-14 03:00:00)

가족들 “軍생활때 괴롭힘 당해… 전역후 혼자 욕하고 고함 질러”
이웃들 “소주병 들고 활보 등 불안정”… 최근 1m 일본도 소지 허가 받아

 

총기를 난사한 최모 씨(23·사망)의 유서에는 심한 우울감, 무력감과 함께 강한 범행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최 씨는 유서에서 “왜 살아가는지, 무슨 목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며 “내 자아와 자존감, 내·외적인 것들 모두가 싫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덧붙였다.

일반전방소초(GOP)에서 군 생활 당시 부대원들을 죽이고 자살하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내일 (예비군 훈련에서) 사격을 한다. 다 죽여버리고 나는 자살하고 싶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총기 난사가 우발적 행동이 아닌 계획범죄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 씨와 함께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는 이모 A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카가 제대 3개월 전부터 ‘죽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조카가 후임들 앞에 누운 채로 ‘이대로 잠들고 싶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최 씨는 경기 연천군의 한 부대에서 생활할 때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B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아 후방 부대로 전출됐다고 한다. 최 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 부대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전역 후) 조카가 샤워기를 틀어놓고 갑자기 욕을 하거나 옥상에 올라가 소리를 질렀다”며 “누구에게 욕을 한 것인지 물어보면 ‘(나를) 괴롭힌 선임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제대 후 잠실역 인근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용접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그때마다 “잘못된 군 생활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예비군 훈련을 가면 실탄을 만지게 돼 걱정을 했다”며 “조카가 어머니에게 위병소까지 태워달라고 했는데 ‘짐도 없으니 혼자 가라’는 말을 들었다. 홀로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A 씨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최근 수차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근처 빌라의 한 주민은 “최 씨가 웃옷을 벗고 옥상에 올라가거나 소주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고 전했다.

또 최 씨는 1일 송파경찰서로부터 도검소지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가 허가받은 도검은 일본도로 길이가 1.1m(날 길이 72cm)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경찰서에 도검소지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사용 목적을 ‘수련용’이라고 명시했다.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상 도검은 날 길이가 15cm 이상인 칼, 검, 창 등으로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심신장애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마약 등 항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의존증환자 등은 소지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전과가 없고 현행법상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따로 신체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운전면허가 있는 최 씨의 신체상태를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