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중 국

[인터뷰] 중국 名酒의 조건? 입에 닿는 순간 청량감 번져야 (조선일보 2015.03.07 00:13)

[인터뷰] 중국 名酒의 조건? 입에 닿는 순간 청량감 번져야

['중국 인문 기행' 송재소 성균관대 교수]

1989년부터 50여 차례 중국 방문, 지금껏 중국 전통주 100여 종 섭렵
문향·차향으로 가득한 중국 여행기… 한시 중심으로 名酒·茶 기행문 써

 


	'중국 인문 기행' 책 사진

 

 

 

 

 

 

 

 

 

 

 

 

 

 

 

 

 

 

 

 

 

송재소(72) 성균관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는 "1년 365일 가운데 360일은 술을 마신다"고 하는 자타 공인 애주가다. 밖에서는 소주 2~3병까지 마시지만, 집에서 식사할 때도 반주(飯酒) 삼아 소주 1병은 빼놓지 않는다. 1989년부터 50여 차례 중국을 방문한 그는 지금까지 중국 전통주를 100여 종 섭렵했다.

송 교수는 중국 여행기를 구상하면서도 독특한 생각을 했다. 자신의 전공인 한시(漢詩)를 중심에 놓되, 중국 명주(名酒)와 전통 차(茶) 소개를 곁들인 기행문을 쓴다는 것이었다. 그가 최근 펴낸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창비)은 제목처럼 문향(文香)과 차향(茶香), 주향(酒香)으로 가득한 중국 여행기다. 장시성(江西省)·안후이성(安徽省) 일대를 담은 첫 권을 탈고한 그는 이미 저장성(浙江省) 등을 배경으로 하는 두 번째 여행기의 집필에 들어갔다. 송 교수는 "욕심 같아선 중국 전체를 무대로 10권까지도 쓰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중국은 '꽃을 꺾지 말라'는 안내문마저 시(詩) 한 편으로 표현하는 인문학의 나라다. 유네스코 문화·자연유산인 중국 황산(黃山)에서 내려오는 길가의 표지판에는 "두견화 오랫동안 산에 살면서, 봄에 싹터 여름엔 활짝 핀다네. 권하노니 그대는 꺾지 마오. 아름다움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니"라고 적혀 있다. 그는 "평범한 안내문마저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리는 힘은 표의문자(表意文字)인 한자가 지니고 있는 압축적 매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백과 두보의 한시는 우리 전통과도 맥이 맞닿아 있는 동양 문화의 진수”라며 “전공 학자로서 보다 많은 사람이 한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이백과 두보의 한시는 우리 전통과도 맥이 맞닿아 있는 동양 문화의 진수”라며 “전공 학자로서 보다 많은 사람이 한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처음 가보는 지방에선 그곳의 차와 술부터 맛본다'는 것이 송 교수의 여행 철학이다. 그러다 보니 "다만 한스러운 것은 살아 있을 때, 실컷 술을 마시지 못한 것이네"라고 읊었던 도연명(陶淵明)과 "술잔을 들어 달을 맞이하다" 하고 노래했던 이백(李白)의 묘소를 지나칠 리 없다.

그는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두 시인의 묘소에 올렸다. 송 교수는 "술을 좋아했던 시인들이기에 평생 드시지 못했던 한국 술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길에도 팩 소주 10여 개는 '비상식량' 삼아 챙겨놓는다.

시선(詩仙) 이백이 '3000척을 날아서 아래로 떨어지니(飛流直下 三千尺)'라고 노래했던 여산폭포(廬山瀑布) 앞에서 송 교수는 직접 한시 한 수를 지었다. '날아오르는 폭포수는 여전하지만, 시인은 달을 잡으려 영원히 귀천(歸天)했네'라는 구절이다. "어설픈 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송 교수의 겸양이라면, 자작시(自作詩)를 여행기에도 수록한 건 오롯한 자긍심의 표현일 게다.


	기사 관련 사진
/토픽 이미지
애주가 사이의 동질감 때문일까. 송 교수가 이번 여행기에 가장 많이 인용한 시인은 역시 이백이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강렬한 비판 의식을 담은 두보의 애민시(愛民詩)를 좋아했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이백의 호방하고 낭만적인 기질에 더 끌린다"고 말했다.

중국 명주에 대한 평가를 책 중간중간에 삽입한 것도 특징. "처음 털어 넣었을 때 맑고 순수한 청량감이 입안에서 퍼져 나가고,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안개 걷히듯 숙취가 사라진다"는 것이 그가 꼽은 명주의 조건이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수정방(水井坊)'에 90점, '사특주(四特酒)'에 85점을 각각 매겼다.

"중국 술은 언제나 석 잔을 마신다고 해요. 처음 마셨던 술이 넉 잔째에 깨고, 두 번째 술은 다섯 번째 잔에 깬다고 해서." 그의 중국 기행은 밤낮이 공히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