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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작년 인세 수입 26억원 소설가 한한 … 카레이서·영화감독까지 ‘팔방미인’ (중앙일보 2015.05.16 01:39)

작년 인세 수입 26억원 소설가 한한 … 카레이서·영화감독까지 ‘팔방미인’

[세계 속으로] 중국 대학생들이 뽑은 인기남
세계 10위 부호의 아들 왕쓰충, 신랑감 1위 ‘국민 남편’ 종종 말실수
10대 아이돌 그룹 TF보이스, 곱상한 외모 덕 한국에도 팬 많아
스타 강사 출신 조선족 뤄융하오, 439억 벤처 투자 유치 … 스마트폰 출시
표절·학력 위조 족집게 팡저우쯔, 네이처가 주는 ‘존 매덕스 상’수상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EXO)만큼 인기 있는 10대 남성 그룹, 별명이 ‘국민 남편’인 재벌 2세, 스타 영어 강사에서 스마트폰 기업가로 거듭난 40대 조선족 창업가. 이들은 중국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인물들이다. 중국에서 이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 간첩으로 오해받을 정도다.

 중국의 3대 명문대로 꼽히는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는 지난 4일 ‘인터넷과 대학생의 상관관계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인물 명단을 발표했다. 중국 대학생들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 1708개에서 2013~2015년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 9인을 추렸다. 대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인기남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었다. 대학생들은 시 국가주석이 다양한 민생 행보를 펼치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명단에는 시 주석과 함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4위),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5위), 30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부동산 평론가 런즈창 전(前) 화위안(華遠)부동산 회장(8위) 등이 포함됐다.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중국의 유명 인사 5인을 소개한다.

왕쓰충(王思聰·27·左), 한한(韓寒·33·右)


 ①소설가 겸 카레이서 한한(2위)=한한(韓寒·33)은 10대에 소설가가 된 ‘스타 작가’다. 17세 때 내놓은 소설 『삼중문(三重門)』이 200만 부가 팔리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중국의 신춘문예인 ‘신개념(新槪念)’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30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대회에서 고교생인 그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학적 재능은 뛰어났지만 기말고사에서 7개 과목을 낙제해 자퇴했다. 학력은 포기한 채 블로그를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면서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그가 자퇴한 뒤 중국 교육계에서는 ‘천재에게 억지로 의무교육을 받게 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붙었다.

한한은 2010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인세로만 1500만 위안(약 26억원)을 벌었다. 2014년 영화 ‘기약 없는 만남(後會無期)’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는 개봉 이틀 만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취미는 카레이싱이다. 2012년 중국 랠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②‘국민 남편’ 왕쓰충(3위)=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의 아들 왕쓰충(王思聰·27)의 별명은 ‘국민 남편’이다. 재산이 많은 데다 외동아들인 그가 ‘탐나는 신랑감’이라는 의미에서다. 그의 아버지는 순자산 386억 달러(약 41조7500억원)를 보유해 포브스가 지난 6일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 10위에 올랐다.

왕쓰충은 아버지가 세운 완다(萬達)그룹 주식 1000만 주를 갖고 있다. 영국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UCL)를 졸업한 전형적인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다. 웨이보에는 그의 소식을 받아 보는 ‘팔로어’가 수십만 명이다. 하지만 ‘국민 남편’이란 별명이 무색하게 종종 말실수를 한다. 그는 “친구를 만날 때 돈이 많든 적든 상관 안 한다. 어쨌든 다들 나보단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 네티즌은 “어쨌든 나보단 ○○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흉내 내며 ‘왕쓰충 문체’라고 명명했다.

최근 레이쥔(雷軍) 샤오미(小米) 회장의 영어 발음에 대해 “영어 못하는 기업가는 해외에 나가지 마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밉상’ 소리를 들어야 했다.

TF보이스(The Fighting boys) 왕쥔카이(15·앞줄 왼쪽) : 리더, 충칭 출신 / 왕위안(14·뒷줄) : 보컬, 충칭 출신 / 이양첸시(14) : 댄서, 후난 출신


 ③중국 최연소 아이돌 그룹 TF보이스(6위)=중국 아이돌 중 가장 ‘핫’한 그룹이다. TF보이스는 ‘더 파이팅 보이스(The Fighting boys)’의 약자로 중국 최연소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리더인 왕쥔카이(王俊凱·15)와 왕위안(王源·14), 이양첸시(易<70CA>千璽·14)로 구성된 TF보이스는 한국 SM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한 중국의 대형 기획사 ‘스다이 펑쥔(時代峰峻)’ 문화예술발전의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2013년에 데뷔해 ‘개학 1교시’ ‘행운부호(幸運符號)’ ‘마법의 성’ 등을 발표했다. 데뷔한 지 2년 정도 됐지만 곱상한 외모 덕에 여성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초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로 선정됐다. 한국에도 TF보이스 팬들이 늘고 있다.

뤄융하오(羅永浩·43·左), 팡저우쯔(方舟子·48·右)


 ④애플 꿈꾸는 조선족 사업가 뤄융하오(7위)=조선족 뤄융하오(羅永浩·43)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고향이 지린성 허룽(和龍)인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양고기 꼬치, 약재, 컴퓨터 부품 등 안 팔아본 것이 없다.

유명해진 건 29살에 중국 유명 영어학원인 신둥팡(新東方)학원에서 미국 대학원 시험(GRE) 영어강사가 되면서다. 그는 2001~2006년 신둥팡학원의 간판 강사였다. 그가 나온 인터넷 강의 동영상은 대학가에서 해적판이 돌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는 인기 강사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스마트폰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는 ‘추이쯔커지(錘子科技·망치과학기술)’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자금을 끌어모았다. 망치과학기술은 2년 만에 2억5000만 위안(약 439억원)의 벤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인 ‘스마티잔 T1(Smartisan T1)’을 출시했다. 스마티잔은 스마트와 ‘장인(匠人)’을 합친 단어다. 뤄융하오는 모토롤라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출신 첸천(錢晨)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스마트폰 생산을 애플 외주업체인 대만 폭스콘에 맡기면서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인터넷 선주문 판매를 통해 30만 대의 예약 주문을 받았다.

중국인들은 “스마티잔의 성능에 결함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뤄의 도전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좌충우돌 창업 도전 경험을 그려낸 『나의 분투』와 『이상주의자의 창업 이야기』를 출판했다. 중국 전역에 순회 강연도 다녔다.

 ⑤논문 표절 사냥꾼 팡저우쯔(9위)=‘과학 경찰’을 자처하는 팡저우쯔(方舟子·48)는 주로 유명인의 논문 표절과 학력 위조 사실을 폭로해 유명해졌다. 중국 정보통신 업계의 신화였던 신화두(新華都)그룹의 최고경영자(CEO) 탕쥔(唐駿)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팡의 명성도 높아졌다.

2010년에는 비뇨기과 의사인 샤오촨궈(肖傳國)의 이력과 수술 성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샤오촨궈는 중국과학원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 뒤 팡은 샤오촨궈가 고용한 청부업자들에게 급습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한한과도 악연이 있다. 팡이 “한한의 소설은 사실 아버지가 대필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는 글도 종종 쓴다. 적을 몰고 다니는 그이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상도 받았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의 공식 언론매체인 법제일보로부터 ‘2010년 정의의 인물’로 선정됐다.

2012년에는 과학잡지 네이처가 주는 ‘존 매덕스 상’을 수상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편집장을 20년 이상 지낸 존 매덕스의 이름을 딴 상으로 과학 진흥에 기여한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팡저우쯔(方舟子)는 필명으로, ‘과학’과 ‘문학’이라는 두 척의 배가 같이 가는 모습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