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가때 복귀 않겠다는 아들… 등 떠민 내가 죄인이오”
軍 가혹행위로 정신이상… 8년째 고통받는 부모의 후회
군에 입대한 뒤 첫 휴가를 나온 아들(27)의 뺨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입은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고, 입안은 상처투성이였다. 아버지 이모 씨(63)는 2007년의 그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들은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군대 가면 맞아 죽을 거니까 돌아가지 않을 거야. 탈영해 버릴 거야.”
아들은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창에 다녀온 상태였다. 싸움 때문이라고 어렴풋이 전해 듣긴 했지만 내막은 몰랐다. 이유를 묻자 아들은 “난 바보야”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씨는 ‘부선망 독자(아버지가 없는 외아들)’로 군대를 면제받았다. 막연히 군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아들만큼은 군대를 만기 제대시키고 싶었다. 부대에 돌아가기 싫다는데도 등을 떠밀었던 이유다.
아들은 중학생 시절 교내 야구선수였다. 고교 재학 시절에는 반장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성격이 활달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수송부대에서 일하고 싶다”며 운전면허도 땄다.
대학 1학년을 마친 아들은 경기 가평군 제102기계화보병대대에 2007년 입대했다. 잘 지낼 줄 알았지만 군에서는 아들이 영창에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은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 뒤 아들이 또 영창에 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들이 제대한 후에야 발견한 당시 병영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 상병의 손이 내 뺨을 강타했다. 손과 발이 떨렸다…. 아무리 사수라도 그렇지 진짜 한 번 붙을까. 그러나 나의 입은 예 알겠습니다…. 진짜 죽이고 싶다.’
얼마 후 군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알려왔다. 아들이 정신이 이상한 것 같으니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조리 있게 말을 잘하던 아들은 어느새 혼자 횡설수설하고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병원은 ‘양극성 정동장애(기분이 너무 좋거나 우울한 증상을 보이며 감정에 기복이 오는 장애)’라고 진단했다.
군에서는 아들을 전역시키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이 씨는 “군에서 완치해서 전역시켜 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도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것 같다. 병영일기에 적힌 내용은 이랬다.
‘나 자신도 정말 신경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부턴 정신을 세워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꼭 내 군 생활에 대한 글을 쓰고… 나를 회복해야 한다는 정신뿐이었다.’
아들은 제대할 때까지 군에서 특별관리를 받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제대하던 2009년 1월, 이 씨는 군에다 “아들이 나중에 취직할 때 신원조회에서 불리한 게 나오지 않도록 나쁜 기록은 다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언젠가는 호전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야 이 개××야.”
제대 직후 아들은 부모를 이렇게 불렀다. 생전 부모에게 욕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욕을 할 때마다 병영일기에 적혀 있던 사람들의 이름도 불렀다. 이후 부모를 주먹으로 때리면서 패대기쳤고, 계단에서 떠밀어버리기도 했다. 키우던 개를 때려죽이기도 했다.
가족은 정신질환 치료비마저 전액 자비로 부담하면서 지쳐가기 시작했다.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소송도 걸어봤지만 2012년 패소했다. “질환이 공무로 인해 발병한 걸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군은 아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었다.
지금도 아들은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고, 부모에게 욕을 하면서 주먹을 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모는 아들에게 맞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13일 기자와 만난 아들 이 씨는 “군대가 나를 망쳐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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