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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얻어맞던 신병, 고참되자 폭력의 주동자로 (동아일보 2014-08-11 06:05:22)

얻어맞던 신병, 고참되자 폭력의 주동자로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피해자가 가해자로… 폭력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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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내 구타와 가혹행위는 ‘악마 같은’ 일부 사병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대 전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없는 병사도 일부는 군대에서 후임병을 구타하게 된다. 형언하기 힘든 구타와 가혹행위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을 죽게 한 이모 병장(26)도 이등병 시절 선임병의 폭언 등으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부대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선임병이 되면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이등병도 막상 선임이 되면 왜 아무 죄의식 없이 후임병을 구타하게 될까.》

본보가 현역 사병 7명과 최근 전역자 3명 등 10명을 면담조사한 결과 군내 폭력이 대물림되는 배경에는 ‘계급·호봉별 내무반 군기 책임’이 깔려 있었다. ‘군기 유지’라는 미명하에 ‘내리 구타’가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육군의 한 포병여단에서 전역한 병사가 복무한 중대의 사례는 적나라하다. 오전 점호가 끝난 뒤 병장이 “아침 구보 때 목소리가 왜 이리 작으냐”고 지적하면 병장 진급 직전의 상병들이 각 내무반 선임 상병을 밤에 창고나 보일러실 등 간부들의 감시가 소홀한 장소로 집합시켜 구타했다. 선임 상병 전체가 ‘원산폭격’을 하고 내무반별로 한 명씩은 삽자루, 대걸레자루, 텐트 기둥 등으로 맞았다. 일부는 주먹과 발로도 맞았다.

이어 내무반별 선임 상병이 내무반 상병들과 일병 선임을 집합시켜 때렸고, 그 다음 날 일병 선임이 중대 내 맡은 구역을 청소하러 가서 일병·이등병을 구타했다. 신병들은 취침 시간에 교육을 맡은 이등병 선임이나 일병들에게 침낭을 뒤집어 쓴 채 “군가를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맞았다. 맞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병, 일병 등이 이등병에게 “뽀뽀를 하기 전까지는 잠을 재우지 않겠다”며 성추행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전역자는 “내가 (선임병에게) 맞지 않기 위해서는 후임병을 때릴 수밖에 없다”며 “때리거나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 모두 입대 전에는 ‘멀쩡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구타와 병사 간 얼차려를 금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대관리훈령’을 통해 군기 유지의 책임을 지휘관에게 지우고 있다. 또 ‘병의 계급은 서열을 나타낼 뿐 상호 명령·복종 관계가 아니며 분대장을 제외하면 명령·지시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군기 유지’라는 명분 아래 구타를 당하던 병사들은 구타가 당연하거나 필요악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1963년 발표한 ‘복종 실험’에서 실험 도우미는 실험대상자들이 비명을 지르는데도 실험 담당자의 권위적 지시에 따라 잔인하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자가 지시하면 평범한 이들도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필립 짐바르도 박사의 1971년 실험에서도 평범한 대학생들을 2주간 폐쇄된 가짜 교도소에서 교도관과 죄수로 역할을 나누어 지내게 했는데 학생들이 교도관 역할에 몰입돼 죄수 역할의 학생들에게 가혹 행위와 위협을 가했다.

보복심리도 생겨난다. 8일 서울역에서 만난 한 육군 상병은 “후임병 때는 ‘내가 선임이 되면 악습을 끊겠다’고 다짐하지만 내가 ‘개고생’했는데 후임병들이 편한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이라고 모두 구타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병들 간의 폭행으로 군기를 유지하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 ‘최초의 선인(善人)’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타를 근절하겠다고 마음먹은 병사가 고참 병장이 돼 “이제부터 폭행은 없다”고 선언해도 “곧 제대할 병장이라 한가한 소리 한다”는 인식 아래 후임들이 말을 안 듣게 되는 것이다. 한 육군 전역자는 처음 후임병을 때렸을 당시에 대해 “내가 안 때리니까 후임들이 나를 우습게 보고 일을 똑바로 안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계적인 사회조직에는 ‘공식적 관료제’와 별개로 주먹다짐 같은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공존하는데, 사병은 계급이 오를 때 공식적 직위뿐 아니라 왜곡된 ‘비공식적 위계질서’가 같이 올라가는 것으로 인식한다”며 “암암리에 사병에게 부과된 군기 유지 책임을 덜어내야 폭력의 대물림을 근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기있는 증언, 보호하고 보상해야”

 (동아일보  2014-08-11 07:43:04)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양심의 목소리’ 더 커지려면
사고발생후 올바른 조치 취한 경우 간부들 인사상 불이익 주지말아야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전말이 드러나게 된 단초는 같은 부대 김모 상병(21)의 신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김 상병이 큰 용기를 내야 했을 정도로 현재의 군 문화에선 신고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 또한 노출시켰다.

구타와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를 신고하는 병사는 상을 받기는커녕 ‘고자질을 한 배신자’라는 낙인만 찍히기 일쑤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인권침해 사건을 신고한 병사에게 분명한 포상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0일 “병사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특박(특별외박)”이라며 “인권침해에 대한 신고 덕분에 해당 부대 병영문화 개선의 계기가 됐다고 판단되면 특박 등 포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발각되면 영창을 보내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함께 뒤따라야 신고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재 대상은 가해자뿐 아니라 인권침해에 가담하지 않은 목격자, 인권침해 사실을 사후에 알게 된 인지자, 심지어 인권침해의 피해자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병사뿐 아니라 병사 관리의 책임이 있는 소대장 중대장 등 장교들도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올바른 절차에 따라 제대로 처리했을 경우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 문화로 고쳐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은폐 지휘관, 옷 벗기고 형사처벌을”

 (동아일보  2014-08-11 07:41:11)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침묵과 방관’ 사라지게 하려면 강력한 징벌시스템 확립 필요
“군인연금도 삭감해야” 주장도

 

구타 등 군내 반인권적 가혹행위를 근절하려면 일선 지휘관들이 이를 숨기거나 쉬쉬할 수 없도록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확실하고 강도 높은 ‘페널티 처방(처벌 조항)’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지휘관들이 병영악습을 숨기거나 방조할 경우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가혹행위를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도 초급간부(하사)의 방조 및 가담, 지휘체계의 은폐 의혹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며 “군내 폭력과 가혹행위를 숨기는 지휘관은 사기와 전투력을 좀먹는 암적 요소로 보고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영폭력을 눈감거나 은폐한 지휘관은 인사기록에 이를 ‘중대 과실’로 반영해 진급에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도록 함으로서 불명예전역 조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고의성이 의심되면 군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해 혐의가 입증되면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군내 악습을 은폐했다가 적발돼 불명예 전역한 지휘관에 대해서는 군인연금을 깎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인사회의 무능과 기강 해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군인연금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

아울러 반인륜적 반인권적 병영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지휘책임을 물어 해체함으로써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육군 관계자는 “모든 지휘관들이 병영폭력과 가혹행위는 반드시 공개하는 것이 자신과 상관은 물론이고 부하에게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실히 들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무 단축으로 90% 현역 입대…폭력성향 ‘관심병사’ 갈수록 늘어

 (동아일보 2014-08-11 07:35:45)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병력자원 질적 저하도 원인

 

 

구타와 가혹행위 등 병영 내 폭력사태의 주된 원인의 하나인 병력자원의 질적 저하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치권에서 표심(票心)을 의식해 충분한 대책 없이 군 복무기간 단축을 강행해 만성적인 병력 부족 현상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문제 병사들이 군에 대거 유입돼 화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10일 “과거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선별했지만 지금은 병력자원이 부족해 징병검사 대상자의 90% 이상이 현역으로 입대한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현역 징집 대상에서 제외될 사람들까지 군에 들어와 사건 사고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육군에 따르면 지난해 현역 입영자 32만2000여 명 가운데 심리이상자는 2만6000여 명, 입대 전 범법자는 524명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군에 들어온 병사 가운데 상당수는 ‘관심병사’로 분류되지만 적절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힘든 실정이다. 육군에 따르면 관심병사 비율은 전체 병력의 23.1%에 이른다. 군이 지난해 전군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고예측 판별 검사에서 8%에 해당하는 5만 명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群)’과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군 관계자는 “관심병사가 예상보다 많아 사고를 막아야 하는 지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6월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해 폭력 등 병영 내 각종 사건 사고에 관심병사가 연루된 사례가 많았다.

아울러 폭력성향 등 정서적 심리적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들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전국 각 지방병무청에서 활동 중인 임상심리사는 27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 한 해 1차 인성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5만4450여 명을 상담했다. 1인당 하루 10명꼴로 연간 2000여 명을 검사한 셈이다.

2005년 경기 연천군 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도입된 심리상담사는 현재 2000∼3000명 규모의 연대당 1명꼴로 배치돼 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1개 사단에서 1명씩 운영되다가 올해부터 늘어난 것이지만 형식적 배치에 그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에선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한 전문인력을 원하지만 보수가 적고 오지 근무가 많아 자원자가 드물다. 결국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예비역들이 심리상담사의 주류를 이룬다.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보고도 못 본척… 신고 사각지대

 (동아일보 2014-08-11 09:25:01)

 

 

국민을 경악하게 한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가해자로부터 사건의 내막을 전해들은 김모 상병(21)의 용기 있는 신고가 없었다면 자칫 단순 질식사로 묻혀 버릴 수도 있었다. 만약 폭행 초기부터 신고가 이뤄졌다면, 제도적인 신고 장치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윤 일병이 목숨을 잃는 극한상황은 피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사고의 대부분은 신고만 제대로 이뤄지고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마음의 편지’로 알리면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은 명령계통을 중시하는 계급조직이다. 이 때문에 신고자가 쉽게 알려지고 지휘관들도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자 전출을 꺼리고 있다. 이젠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할 때다.


○ “비밀보장 안 되는 신고…하고 싶어도 못해”

군에서 운영하는 신고 채널은 개인이 작성하는 마음의 편지를 비롯해 군 감찰실, 국방부 헬프콜 전화 등이 있다. 이런 채널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확인된 셈이다. 사건이 발생한 28사단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병장 A 씨(23)는 “마음의 편지를 통한 소원수리는 1년에 20∼30번 한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 100명 가까이 모여서 쓰다 보니 누가 뭘 썼는지 다 알게 된다”고 말했다. 쓰라고 해도 사실상 쓸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것.

신고자는 보통 관심병사로 분류된다. 지휘관들이 보호 차원에서 신고자를 관심병사로 분류한 것이지만, 관심병사가 되는 순간부터 면담 등을 이유로 자주 불려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 부대에 소문이 퍼지고, 동료를 고자질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곤 한다.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복무 중인 B 병장(26)은 “가혹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군이 워낙 폐쇄적인 조직이고 말이 빨리 퍼지기 때문에 무언가 하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신고 자체가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현실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의 ‘모범 답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대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이들을 상급부대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전출시키려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대대급 부대에서 사고가 나면 그 인원은 대대 안에서만 근무처나 보직 조정이 가능하다. 연대급 다른 부대로 옮기려면 연대장의 승인을, 사단 내 부대 조정을 하려면 사단장의 승인을 각각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지휘계통 부대 안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하나마나한 조치가 되는 셈이다.

A 씨는 “GOP(일반전방소초)에서 근무할 때 한 부대원이 폭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소원수리를 했는데 소대장이 이를 묵살했다”며 “이후 그 친구가 소원 수리했다는 게 선임들에게 알려져 그 친구만 더 힘들어졌고 결국 대대장한테 울면서 호소한 뒤에야 다른 부대로 갔다”고 전했다.


○ 전출 후에도 겉도는 신고자들…‘그럴 바엔 남아라’

군도 고민을 호소한다. 부대 전출 및 보직 변경을 쉽게 허용하는 것이 자칫 특혜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관심병사인 경우가 많아서 다른 부대도 이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운 좋게 받아주는 부대가 있더라도 새로운 부대의 생소한 환경에서 ‘아저씨(다른 부대 병사를 지칭하는 말)’ 대우를 받다가 전역한다. 선·후임 서열도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한 예비역 장교는 “아예 해군이나 공군으로 옮기더라도 군 조직의 특성상 개인 기록에 왜 옮기게 됐는지 다 적혀 있어 얘기가 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무철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보훈민원과 조사관은 “권익위에서 2011년 9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엔 내부 신고자를 고발자로 배척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며 “내부 공익신고자·공익제보자와 같은 용어 사용으로 제보자는 배신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 이등병도 쉴 수 있는 내무반으로

 (동아일보 2014-08-11 07:18:18)

구타 부르는 日帝식 통제 청산 시급
점호 없애 자율적인 생활 유도하고 2, 3인용 생활관 등 다양한 실험을

 

“아들, 괜찮니?” 윤일병 사고부대 찾아온 면회객들 9일 경기 연천군 육군 28사단 면회소를 방문한 한 부모가 아들을 위해 준비한 먹을거리를 건네고 있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 부대에는 이날 오전부터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러 면회를 온 부모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우리 병영문화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 악습에 찌든 21세기 한국군의 ‘민낯’을 목격한 국민의 공분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적폐의 대물림을 끊는 병영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폭력을 정당화하는 병영 내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0년대부터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내 일제문화 척결에 노력했지만 안보현실과 징병제의 한계를 이유로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성향과 시대적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병영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도 절실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과거의 틀과 규칙으로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젊은 세대가 단체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군처럼 2, 3인용 생활관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병영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점호와 같은 통제감시 제도를 없애고, 훈련은 강하게 하되 생활관에 복귀하면 이등병도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관을 맡는 장교의 역량과 질적 향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진급 등 자신의 안위보다 책임과 명예심, 역량을 갖춘 지휘관이 많아야 군이 바뀔 수 있다”며 “특히 매년 임관장교 7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을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에 우수인력이 지원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존중이 전투력의 근간인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을 군내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군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중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학교폭력 등 사회적 배경과 함께 병영문화 개선과 강군 육성정책이 균형을 잃고 혼선을 빚은 측면이 크다”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병사들 스스로 수칙 만들어 실천… “사고? 우린 몰라요”

 (동아일보  2014-08-12 07:40:13)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中>가혹행위 사라지려면
우리 부대는 이렇게 바꿨다

 

간부 간섭 없이 군생활 토론 공군 17전투비행단 병사자치위원회 소속 병사들이 11일 병사자치구역 내 회의실에서 간부들의 간섭 없이 후임병들이 제안한 건의사항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조종사들의 성명과 기수 등을 외우는 건 업무를 위한 기초 지식입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병사들끼리 시험을 치르거나 기한을 정해 압박하는 건 안 좋은 방법입니다.”

11일 충북 청주시 공군 제17전투비행단 병사자치구역 회의실. 공군 병사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27명으로 구성된 병사자치위원회에 속한 병사들로, 후임병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기수 외우기’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었다. 간부들은 자리에 없었다. 이형식 상병(21)은 “병사들끼리 편하게 군생활 문제와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친분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병사자치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실시된 17전투비행단만의 제도다. 병사들의 문제는 병사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각 대대 소속 병사들의 자원 또는 추천을 거쳐 6개월 임기로 구성되며 선정된 병사들은 근무 일부를 면제받는다. 자치위원회에 속한 장병들은 ‘으뜸 병사’로 불린다. 이들은 건의사항 취합과 환경미화, 부대 행사 등 군생활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운영한다. 김진설 병장(24)은 “부모 초청행사 같은 큰 행사도 병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200만 원의 예산도 배정받아 병사들이 동아리 운영비, 시설 개선비로 사용하고 있다. 신민구 병장(23)은 “(자치위원회 안에서) 통제나 간섭이 없으니 병사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일과후 눈치 안보며 쉬고 비슷한 계급의 병사 5, 6명 정도만 한 방에서 생활하는 ‘동기생활관’ 운영으로 병사들은 일과 후에도 선임병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17전투비행단 일병들.

공군은 2012년 병영 인권실태 조사 후 지난해부터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병사 스스로 규율을 만들어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한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다. 제17전투비행단을 비롯한 전 공군부대에서 진행한 ‘생활관 헌법 만들기 대회’도 그 일환이다.

또한 병사들의 책임감을 고취하기 위해 2007년부터 상병진급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으로 분대장(관리자)이 될 수 있는 계급인 상병이 되면서부터 교육을 통해 선후임병을 연결하는 상병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병영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2011년 전군 최초로 자살예방 전담교관을 두고 현재까지 16만5298명의 병사와 간부를 대상으로 654회의 예방교육도 했다.

동아리 활동으로 특기 살리고 공군 17전투비행단의 어쿠스틱 기타 동아리 소속 병사들이 11일 새로 배치된 신병들에게 동아리 활동으로 특기를 살리고 선임병들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현장의 호응도 크다. 이광수 17전투비행단장(51·준장)은 “병사들이 병영문화 개선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병영생활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간부들의 부담도 줄었다. 이무열 상사(43)는 “병사들이 먼저 나서 문제점을 이야기해주니 큰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또 군 최초로 군 사고에 민간 조사위원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공군은 이달 7일 한국심리학회와 ‘범죄사건 조사 시 전문가 참여제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전국 주요 대학 내 심리학 교수 및 석·박사로 구성된 전문가들을 부대별 범죄심리 전문가로 위촉했다. 이들은 범죄사건으로 형사 입건된 장병들에게 상담 및 성격검사 등을 실시하고 성장 과정 등을 조사함으로써 범죄행위의 내적 원인을 규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육군 61사단은 지난해 1월부터 언어개선 시범부대로 선정돼 폭언 근절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가혹행위의 출발점은 언어폭력이라는 취지에서다. 간부 2명과 병사 1명으로 구성된 ‘언어 친절맨’을 선발해 언어폭력이 있는 병사나 간부에 대해 경고하고 우수 장병을 추천하고 있다. 연대별로 매월 단막극 경연대회를 통해 병영 내 언어폭력 실태를 알리고 개선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시행 전 전체 43%가 변화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꾸준한 노력 결과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전 부대원의 83%가 전반기보다 언어폭력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무관심 무소신 무책임… 3無 간부들 軍폭력 독버섯 키워

 (동아일보 2014-08-12 07:34:02)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中>가혹행위 사라지려면
지휘관 의식부터 개혁을

 

 

《 영화 ‘명량’의 관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선풍을 일으키면서 솔선수범으로 부하를 지휘한 ‘이순신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의 성패는 지휘관들의 역량과 소명의식에 좌우된다. 하지만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21세기 한국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는 국민적 공분과 비판에 흔들리고 있다. 》


○ 지휘관의 방관과 무소신 척결 필요


일선 지휘관들의 방관과 무소신이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폭력을 ‘대물림’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건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지휘관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일병 사건도 상급 지휘관의 무관심과 사건 축소, 초급 간부(하사)의 폭행 가담이 빚어낸 21세기판 병영 대참극이었다.

11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육군 병사들은 “간부들이 바뀌지 않으면 병영혁신도, 군대개혁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 의정부의 모 사단에서 근무 중인 이모 상병은 “대개 간부들은 ‘진급’에 목을 매면서 부대 내 문제를 가급적 쉬쉬하고 덮으려 한다”고 말했다. 군인의 사명과 본분을 망각한 채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고 ‘보신주의’에 안주하는 지휘관들이 병영 내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병사들은 “일선 지휘관들이 부대 관리의 편의를 위해 고참병 위주의 ‘군기잡기’식 내무 부조리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탓에 병영폭력이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관들이 병사를 ‘부속품’이나 ‘소모품’으로 여기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선 부대를 다녀보면 병사를 하인이나 시종 취급하면서 잔심부름을 시키는 간부가 많다”고 말했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이런 문제는 징병제가 갖고 있는 숙명이자 병폐”라고 지적했다. 때가 되면 부하(병사)들이 충원되는 구조에서 일선 지휘관들은 부하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가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처럼 모병제 국가는 병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부하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윤 전 장관은 진단했다.


○ “초급 간부 자질 향상이 병영 혁신 출발점”

3군 사령부로 이송되는 윤일병 가해자 2명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이모 상병과 지모 상병이 11일 헌병 특수임무대(SDT)와 함께 헌병 버스를 타고 경기 안양 3군사령부 예하 부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모 병장 등 다른 가해자 3명은 피고인 분리수감 원칙에 따라 용인에 있는 예하부대로 이송됐다. 안양=뉴스1

 

초급 간부의 자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육군 28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건에는 함량 미달의 초급 간부가 사태를 방조하고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일선에서 병사와 직접 마주치며 이들을 챙겨야 할 초급 간부의 질적 저하가 병영 부조리의 불씨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매년 3100여 명의 부사관이 구타 가혹행위와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이 중 130여 명이 강제 퇴출되고 있다. 전체 부사관 7만5000여 명의 평균 4% 이상이 범죄와 결격사유로 해마다 징계를 받는 셈이다. 또 대학 재학 및 졸업자가 전체의 51%인 병사들과 달리 부사관은 4%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로는 부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맡는 부사관이 병영을 장악하고 병사를 관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은 장교보다 보수 및 처우가 낮은 데다 사회적 인식도 낮아 갈수록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초급 장교의 질적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체 소대장(중·소위) 가운데 학군장교(ROTC) 등 단기 복무장교 비율은 89%에 이른다. 중대장(대위)의 단기복무 장교 비율도 35.6%에 달한다. 육군 관계자는 “단기복무 장교들은 장기복무 장교보다 직업적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일선에서 병사를 관리하는 초급 간부의 자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병영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간부의 인사적체 해소와 예산 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 “소통이 필요해…”

일선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소통시간이 부족한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중대장 이하 초급 지휘관은 교육과 훈련은 물론이고 잡다한 행정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부대원 중에 ‘관심병사’라도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은 아예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양구의 모 사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 대위는 “사고라도 터지면 상부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페이퍼 워크’를 처리하느라 일선 지휘관들은 진이 다 빠진다”며 “병사들과 스킨십은 고사하고, 개별 면담도 건성건성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상부의 보고시간에 맞추기 위해 별문제가 없는 병사는 아예 면담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상급부대의 지나친 간섭이 초급 간부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장교를 지원하도록 양성 및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초급 간부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해 병사 관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軍보다 악명 전-의경, 3년새 구타 크게 줄여

 (동아일보 2014-08-12 04:42:16)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
가혹행위 부대 해체-지휘관 처벌… 신고 신병은 원하는 부대 배치
의경 지원율 지난달 19대1 기록

 

 

신병이 오면 곧바로 속칭 ‘폐쇄실’로 부른다. 간부들이 모르는 비밀 공간, 구타를 위한 장소로 주로 으슥한 창고나 장비보관실이다. 병사들 전원을 한곳에 모아 때리는 걸로 신고식을 대신한다. 신병이 잠을 자다 코를 골기라도 하면 고참이 바로 깨워 주먹과 발로 때린다. 신병 100일 동안에는 움직일 때 벽에 붙어 다닌다.

2011년 경찰이 자체 적발한 전·의경 가혹행위의 일부다. 전·의경의 가혹행위는 일반 군대보다 악명이 높았다. 2002년 서울의 한 기동대에서 근무한 유모 씨(33)는 “선임병이 때리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짬통(잔반통) 음식을 주워 먹으라’는 인간 이하의 지시를 내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 3년 만에 ‘환골탈태’

3년이 지난 지금 경찰의 복무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경찰이 2011년 1월 강원 307전경대 동기생 6명이 탈영해 부대 내 구타를 신고한 이후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다. 복무 문화가 달라지면서 지원자도 늘었다. 2010년 1.4 대 1에 불과했던 의경 지원율은 올해 7월 19.3 대 1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찰은 ‘충격 요법’부터 시작했다.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2011년 1월 “내부 구성원을 괴롭히는 부대는 존재 의미가 없다”며 구타 및 가혹행위가 발생한 307전경대를 해체했다. 100여 명의 307전경대 전원은 지휘관부터 갓 들어온 신병까지 ‘가혹행위 부대’ 출신이라는 딱지를 달고 전국에 흩어졌다. 307전경대 외에 강원경찰청 내 다른 2개 부대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원수리가 접수된 전남경찰청 산하 611전경대도 해산됐다.

이후 경찰은 지휘관 개혁에 나섰다. 영내 구타는 의무복무 중인 전·의경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이를 방치한 소대장과 중대장 등 지휘관 문제가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경찰청은 서장급인 총경을 팀장으로 10명의 복무점검단을 꾸렸다.

점검단은 새벽이라도 전국 전·의경 부대를 불시에 들이닥쳤다. 당직 중인 지휘관이 졸거나 승진시험 공부를 하고 있으면 곧바로 징계조치했다. 구타 및 가혹행위를 방조해도 처벌했다. 경찰은 그해 상반기(1∼6월) 부대 지휘관 372명의 복무 해이를 적발하고 8명을 형사 입건했다. 같은 기간 가해자 424명이 적발된 것과 비슷한 수치다.

당시 경찰청 전·의경 계장이었던 이영철 경찰청 경비1계장은 “경찰 내부에서는 2011년 복무 개선이 ‘혁명’이었다는 말이 나온다”며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은 없다는 말이 전·의경 지휘관 사이에 퍼졌다”고 전했다.


○ 조직 내 ‘별’이 직접 챙겨야

구타 근절의 마지막 ‘퍼즐’은 현역 전·의경의 가혹행위 신고 여부였다. 이전까지 전·의경 내부에서는 “소원수리해 봐야 경찰청까지 접수되지 않고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경찰은 2011년 1월 26, 27일 이틀간 경찰청 국장(치안감급)을 각 지방에 보내 전입 6개월 이내 모든 신병의 소원수리를 받았다. 군으로 따지면 장성이 직접 모든 신병의 가혹행위 유무를 점검한 셈이다.

신병들은 모든 짐을 싸서 모였다. 가혹행위를 신고하면 원하는 부대로 배치하고, 15일 휴가를 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었다. 당시 경찰청 경비과장을 맡았던 이중구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은 “‘허위 신고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잘못된 악습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새로 시작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다”고 말했다. 이때 365건의 구타 및 가혹행위 신고가 접수되면서 전국의 부대를 일제 점검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신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가혹행위는 잡초와 같다”며 “수장의 의지가 약해지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것이라 꾸준히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단장이 “덮자”하면 언제든지 형량 조절

 (동아일보  2014-08-12 09:47:00)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中>가혹행위 사라지려면
개혁 도마 오른 군사재판… 지휘관이 軍검찰-심판관 임명
상명하복식 판결… 독립성 훼손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현재의 군사재판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군 사법체계는 사단과 군단사령부에 설치돼 있는 1심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항소하면 국방부 산하 고등군사법원(2심)으로 넘어가는 체계다. 3심인 상고심에 가서야 민간 법원인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육군은 사단장, 해군은 함장, 공군은 전투비행단장 이상의 지휘관이 1심 판사를 지정하고 최종 형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이 지휘관들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하고 확정 판결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사실상 ‘초법적’ 권한을 갖는다. 범죄 수사를 직할 부대인 헌병대가 맡고 군 검찰 임명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인 사단장 또는 군단장이 마음만 먹으면 군내 폭력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지휘관 권한인 ‘심판관 제도’와 ‘형량 감경권’이 자칫 군사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률 전문가도 아닌 심판관에게 재판을 받거나, 법원에서 난 판결을 지휘관이 변경할 수 있는 군 사법제도는 ‘국민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27조에 어긋난다는 것.

특히 형량 감경권 행사에는 지휘관의 ‘사심’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별다른 견제장치도 없다. 법무참모의 의견을 듣는 규정이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데다 법무참모 역시 지휘관의 부하 장교다. 군 판사가 이미 ‘반성’이나 ‘초범’을 이유로 감경했는데도 지휘관이 다시 같은 이유로 형벌을 줄여준 사례도 빈번하다. 2009년 9월 지휘관의 감경 이유를 명시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묻지 마’ 감경도 가능했다. 2011∼2013년 국방부와 3군 보통군사법원이 처리한 사건 중 감경권이 행사된 것은 173건(3.1%)에 이른다.

심판관은 주로 대령급이 임명되는데, 군 법무관인 재판관보다 계급이 높아 견제도 쉽지 않다. 군 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대령급인 심판관이 (재판 합의에) 사정을 봐달라고 얘기하면 무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두 가지 제도 모두 전시에 지휘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평시에는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과거에는 군 법무관이 부족해 심판관 제도를 두었으나 법조인이 대거 배출되는 지금 상황에선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군 사법체계 개선은 노무현 정부 때 국방부 발의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까지 제출됐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軍, 9차례 시늉뿐인 셀프혁신… 외부서 수술칼 들이대야

 (동아일보 2014-08-13 04:25:05)

[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下>병영개혁 제대로 하려면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우선

 

民官軍병영문화혁신위원들 28사단 방문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12일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심병사 2명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한 28사단의 야전부대 생활관을 예고 없이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각계 전문가 9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12월까지 ‘병영문화 혁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폭력과 부조리에 물든 병영 환경의 개혁을 더는 군(軍)에 맡겨선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병영 악습을 쉬쉬하고 축소하는 군내 집단이기주의와 보신주의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의 ‘셀프 개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군 당국은 1987년 ‘구타·가혹행위 근절지침’ 제정을 시작으로 올해 ‘병영문화 선진화 추진계획’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병영혁신’, ‘군 개혁’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총체적 실패로 끝났다. 병영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구호만 요란한 병영개혁


군 자체 개혁은 구호만 거창했을 뿐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군과 병영여건 개선을 내건 각종 대책의 주요 내용들도 대부분 재탕, 삼탕에 그쳐 ‘보여주기식 개혁’, ‘전시 행정’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신병영문화 창달’(1999년), ‘선진병영문화 VISION’(2005년), ‘전투형 군대 육성을 위한 병영문화 혁신대책’(2011년), ‘병영문화선진화추진계획’(2012년) 등 정권과 시대에 따라 군 당국이 추진한 병영개선 대책은 간판과 포장만 바꿨을 뿐 그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윤 일병 사건은 군 주도 병영개혁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군에만 맡겨선 내부 반발과 집단 이기심 등으로 병영 혁신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인권단체 등 민간·시민 차원에서 장병 인권 향상과 병영 적폐를 일소하기 위해 군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부대 관리와 전투력 향상이 혼연일체 돼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최근 최전방 부대를 찾아 “부대(병영) 관리가 잘돼야 실전적 훈련이 가능하고 싸워 이길 수 있는 강군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됐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아직도 일선 부대에는 병영 개선과 전투형 강군 육성을 상반 관계로 인식하는 지휘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두 사안 가운데 한 측면을 강조한 정책을 추진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월 논산훈련소의 훈련병 인분 가혹행위 사건, 같은 해 6월 육군 28사단 최전방초소(GP)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 정책을 쏟아냈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군사소위원회도 이때 만들어졌다. 군 관계자는 “당시엔 사건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훈련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 이런 조직들은 대폭 축소·폐지됐다. 같은 시기 국방부는 ‘군대다운 군대’, ‘군 재조형 작업’을 화두로 예하부대에 전투형 강군 육성을 주요 목표로 강조했다.

또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 당국은 ‘창끝부대’, ‘정예강군 육성’을 화두로 내걸었다. 일선 부대에서 대대장을 맡고 있는 한 지휘관은 “2006년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부대 입간판이 2008년 이후엔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시대와 정권에 따라 병영 개선과 강군 육성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일선 지휘관들은 상부 지시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 ‘군대 좋아졌다’는 시각이 폐습의 주범

최고 지휘관부터 병사까지 군과 병영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군대가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 “난 과거에 더 고생했다”는 그릇된 생각이 군을 개혁과 변화의 무풍지대로 만드는 주범이라는 의미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영 악습과 부조리가 계속되는 주된 이유는 장교와 병사 등 군내 구성원들의 ‘본전 생각’이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영 사건사고를 군의 치부로 여기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군기 문란 행위로 보는 그릇된 인식도 변해야 한다. 육군 25사단장을 지낸 서종표 전 국회의원은 “군기는 부대원 간 전우애와 일체감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병영문화 개선을 통해 ‘진짜 군기’가 정립돼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