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조건] <1> 오바마의 실패 '모자란 현실 감각'
"그는 똑똑할지 몰라도…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
40%지지율 반등 기미없어 여야 모두 리더십 비난
민주당 "지원유세 오지말라"
셧다운과 亞순방 취소 등 외교·안보 지도력에 흠집
부시 전철 밟을까 전전긍긍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줄줄이 바뀌는 '세계 권력 교체' 후 1년여가 지났습니다. 취임 첫 해에 강한 리더십으로 인기가 식지 않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바닥권을 헤매는 지지율로 권력의 정점에서 좌불안석인 지도자도 있습니다. 그들의 리더십의 성패는 무엇인지를 '키워드'로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다섯 차례 연재합니다. 첫 지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입니다.
"중간선거 유세에 나를 초대하지 않아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집권 2기 첫 해인 2013년이 지나면서 이런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거 때면 그의 지원유세를 고대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멀리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달 초 백악관에서 민주당 상원 의원들과 만나 현실을 인정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을 부르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 이어진 1년은 오바마에게 결코 편치 않은 나날이었다.외교나 국내 현안에서 되는 일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당쟁이 그치지 않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의 책임이 더 큰 것은 맞다. 하지만 보수, 진보 구분 없이 오바마의 리더십을 문제 삼고 있다. 현안들이 공화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데는 오바마 책임이 크다는 이유다. 민주당에서 벌써 '포스트 오바마' 담론이 풍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리더십의 가장 큰 결점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특히 오바마와 그의 참모들이 똑똑할지 몰라도 현실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이다. 4년여 정치공방 끝에 지난해 10월 처음 웹사이트로 가입자를 받기 시작한 오바마케어는 사실 오바마의 최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웹사이트가 거푸 접속장애를 일으키며 오바마 정부의 기술적, 행정적 실패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말았다. 공화당과 정치 공방에서 이겨 놓고도 실질적인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감점을 당하는 꼴이 됐다. 오바마는 집권 1기 때도 부실한 경기부양책과 실업자 대책으로 불신감을 초래했다.
오바마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한 또 다른 사례는 국가부채 조정과 예산안 문제로 연방정부가 폐쇄(셧다운)된 사건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마저 취소되면서 리더십 문제가 외교ㆍ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아시아국가들은 그의 외교 치적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오바마의 의지, 미국의 능력에 의심했다. 우유부단한 오바마의 외교ㆍ안보 리더십은 오바마 정권교체 때 바뀌지 않은 유일한 장관인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비판했다.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했다가 후퇴시킨 게 대표적이다.
오바마도 자신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2014년을 행동하는 해로 선언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서민을 겨냥한 경제불평등 해소 조치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번 내리막길로 접어든 지지율은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소득 불평등을 얘기하면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백악관 만찬 때 부인 미셸이 3,000달러짜리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은 자잘한 이야기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그를 괴롭힌다.
지난해 11월 40% 초반대로 추락한 오바마 지지율은 별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의 업무수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이미 오래 전부터 50%를 넘었는다는 점이다. 부동층이 오바마에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인 결과다.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도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 2기 출범 후 1년간의 지지율 흐름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와 유사하다. 정권 초기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갈수록 리더십이 흔들리며 결국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오바마의 임기는 아직 3년 남았다. 지금대로라면 오바마는 부시의 악몽을 다시 꿀지도 모른다.
[리더십의 조건] <2> 아베의 성공 '적재적소 인사'
(한국일보 2014.02.18 21:42:23)
"자기 사람만 챙기는 독선… 독약 될 수 있다"
취임 후 장관 교체 없고 반대하는 기관장은 교체
중진의원들 인사 불만 폭발… 버팀목 아베노믹스도 흔들
한국과 중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군국주의의 회귀를 꾀하는 우익인사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등 아베가 추진하는 군국주의적 시도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취임 직후 60%대이던 아베의 지지율은 무제한 양적 완화를 비롯, 아베노믹스가 본격 가동되던 지난해 4월 70%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특정비밀보호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40%대까지 떨어졌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우익세력 결집에 성공해 현재까지 50%대의 무난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의 지지율이 취임 후 1년 동안 높은 비결은 아베노믹스, 제1야당 민주당의 몰락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사'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아베는 2012년 12월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장관도 교체하지 않았다. 한번 기용한 인물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에서 장점으로 부각된다.
아베는 내각에 자신의 측근뿐 아니라 다소 불편한 경쟁관계의 인사도 대거 등용했다. 대표적인 측근으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꼽는다. 특히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사실상 가신 역할이다. 스가 장관은 당초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를 극구 만류했으나, 일단 참배를 강행하자 아베를 적극 두둔하는 등 가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베와 역사관이 비슷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은 교과서 개정을 통해 아베 사상을 교육현장에 주입하기 위한 선봉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정치적 경쟁자들을 자신의 곁에 두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능력도 발휘하고 있다.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대립각을 세웠던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를 각각 환경ㆍ원전장관과 농림수산장관에 발탁했다. 이들 부처는 아베가 추진 중인 원전재가동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쪽이어서 장관들의 운신의 폭이 자연히 좁을 수밖에 없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시바 시게루(石茂幹)에게는 자민당 간사장을 맡기면서도 모든 정국을 총리실 위주로 운영해 그가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아베는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기관장은 과감히 교체했다. 아베노믹스 실현을 위해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를 기용했고,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전 프랑스 대사를 내각법제국 장관에 앉혔다. 모미이 가쓰토 NHK회장은 아베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모미이 회장이 위안부 망언으로 사임 위기에 몰렸을 때 총리가 나서서 보호막이 돼 준 것은 '내사람 챙기기'의 전형이다.
하지만 아베의 인사 스타일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재무장관 등 중진의원들이 최근 잇따라 아베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그의 독선적 인사에 대한 쌓였던 불만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0.3%로 기대에 못 미쳤고 1월 경기상황판단지수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처음 50이하로 떨어져 그늘을 드리웠다. 순풍을 맞으며 아베의 지지율을 떠받쳐온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까지 서서히 불거져 나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아베 총리가 자기 생각대로 인사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사실상 아베노믹스의 성공 덕분인데 이것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겉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조건] <3>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좌우 통섭'
(한국일보 2014.02.19 21:28:45)
"사회주의 신념 접고 독일식 연정 나서라"
지지율 1년 만에 반토막… 2월 신뢰도 19% 추락… 역대 대통령 중에 최악
"실업문제 묘수 찾고 중도보수 이탈 막아야 재선 도전 해 볼 만"
- 자료: TNS소프레스
- 여론조사기관 TNS소프레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2월 신뢰도는 19%였다.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2012년 5월 취임 이후 대통령 신뢰도가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여배우 줄리 가예의 사랑을 받는지는 모르겠으나 올랑드는 제5공화국 역사상 가장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다. 올랑드는 2년 전 대선에서 프랑스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사회당의 지도자다. 제5공화국에서 사회주의자로 프랑수아 미테랑(1981~1995 재임)에 이어 두 번째라는 기록을 세웠다. 대선 출마 연설은 왕년의 미테랑을 연상시키는 웅변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당 경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고 대선 2차 투표에 앞서 벌어진 일대일 토론에서는 사르코지를 압도했다.
- 올랑드의 취임 직후 지지율은 55% 수준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27%로 반타작이 나 있었다. 취임 2년을 앞둔 지금은 20%선 유지도 힘겹다.
- 취임 후 1, 2년 사이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올랑드에게만 유별난 현상은 아니다. 미테랑도 취임 직후 지지도가 74%였지만 1년 만에 55%로 하락했고 그 뒤로도 등락을 반복했다. 우익 대통령 자크 시라크(1995~2007 재임)도 취임 때 64%이던 지지도가 1년 뒤 44%로 추락했다. 사르코지도 취임 직후 63%이던 인기가 1년이 지나고 나니 32%로 떨어졌다.
- 그러나 올랑드처럼 20%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유가 뭘까. 진보 성향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우선 올랑드의 지지층이 극좌에서 중도우파까지 아주 다양하고 이질적이라는 점을 꼽는다. 정치상황이나 정책에 따라 역대 어떤 프랑스 지도자보다 지지도가 민감하게 변할 구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랑드에게 표를 던진 중도우파 유권자들은 두 달 후 중도우파인 민주운동(모뎀) 대표 프랑수아 바이루의 지역구 보궐선거에 사회당이 후보를 내자 모두 올랑드 반대로 돌아서버렸다. 좌파 정당들도 그때그때 쟁점이 되는 정책에 따라 올랑드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학교문제, 낙태, 동성결혼 정책 등은 그를 지지했던 가톨릭 신자와 중도보수 세력을 적으로 돌려놨다.
올랑드의 지지율 추락은 무엇보다도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실업과 취업 문제에 가시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물론 책임은 올랑드가 아니라 그에 앞서 20년 집권한 보수정권이 져야 마땅하다. 실제로 어떤 신문은 사설을 통해 올랑드에게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보수당에 책임을 물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랑드는 그러지 않았다. 정치적인 술수로 비판을 피해가는데 급급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정치인이다. 2017년 대선 재출마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약
속한 "보통 대통령" 공약은 이제 버렸다. 이기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이다.
올랑드의 정치적 기반인 프랑스 좌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필이 지적한 대로 싸워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아예 사회주의를 배반하느냐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싸워서 이기기에는 7.6%에 불과한 노조가입률 등 좌파의 역량 자체가 너무 약한 것이 현실이다. 보수 우익의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너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장할 경우 결국 좌파의 집권만 도울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결국 올랑드가 '딜레마'를 탈출하는 최선의 방법은 좌우 "통섭"의 길을 찾는 것이다.
이 점에서 모델이 되는 것은 지난 30년간 이런 실험을 해온 이웃 독일이다. 프랑스는 적어도 정치에서는 좌우가 극단으로 대립하는 나라다. 당장 독일처럼 좌우 연정 실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정치환경을 조성하고 그 같은 정책을 구사한다면 지금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올랑드의 리더십이 재평가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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