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쓴 교수, 일본 가선…
-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의 '열정락서' 강연 모습.
이달 22일 저녁 서울 세종대에서 열린 삼성그룹 ‘열정락서 2013시즌(시즌4)’ 강연 콘서트에 강사로 나온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은 “사람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서 재밌게 살아야 한다”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자기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찾아야 하며 특히 젊은 시절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 자신도 ‘재미있는 삶’을 위해 지난해 3월 명지대 정교수 자리를 내던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의 한 대학 만화일러스트학과에 다니고 있다. 그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을 쓴 베스트셀러 저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처럼 이것저것 해보고 즐길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자기만 관점이 생길 때까지 조급해하지 마라. 특히 젊은이들은 다들 조급해 못 견디는데 조급해 하지 마라. 나도 내 인생 45살까지 풀리는 일이 없었다. 대학 때 데모했고 도망가듯 독일로 유학갔다. 가서도 많이 고생했다. 한데 45살부터는 내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잘 풀리더라. 가만 돌이켜보면 내가 숱하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안에서 남들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이 생겨서 그랬던 것 같다. 조급한게 인생을 망친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불안하지 않나?
“인간은 원래 불안하다. 대기업 취업하면 안 불안하나? 언제 짤릴 지 몰라 불안하다. 결국 내 인생의 조급함과 불안함을 견뎌내는 게 중요하다. 이 불안함을 이겨내는 것을 청춘때 배우지 않으면 평생 고생한다.”
-당신이 말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란?
“남이 만들어내는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여기서 새로운 지식이란 정보의 재구성을 말한다.”
-무슨 뜻인가?
“내가 20여년 전 독일에 유학갔는데 독일 사람들은 정리하는 습관이 어마어마하게 잘 돼 있더라. 왜 독일에서 철학이 발전하는 지 알겠더라. 독일의 아이들은 공부할 때 카드를 갖고 공부한다. 책 읽으면서 카드를 정리한다. 책 하나 읽으면 카드를 50개 60개씩 만든다. 여러 권 읽으면 그게 몇 백개씩 불어난다. 그 다음 크면서 이 카드를 자기 마음대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자기 생각을 만들어간다). 반면 우리는 책을 읽으면 노트를 한권 만든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비유하자면 그렇게 카드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자기만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거다.”
-어떻게 자기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질 수 있나?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령 검색을 한다고 해서 똑같은 검색이 아니다. 나의 경우 영어 하고 독어하고 일본어 한다. 그러면 검색해도 각 나라에서 다 서로 다른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럼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나만의 거를 할 수 있는 거다. 21세기에는 나만의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은 꼭 필요하다. 개인의 자신감도 다양한 문화경험에서 나온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 배낭여행 이런 거는 적극적으로 해보길 권한다.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하면 다른 사람과 다른방향으로 보게 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그랬다. 독일에서 7년간 주말에 잠을 자본 적이 없다. 학비 생활비 벌기 위해 야간 경비원 하느라 그랬다. 어떤 경험이든지 자신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다. 나도 새롭게 그런 결심을 한 지 오래돼지 않았다. 지난해 연 초 50대로 접어들면서 내가 뭐가 하기 싫은지 적어봤다. 제일 먼저 나오는게 학교가서 애들 가르치는 거였다. (웃음) 깜짝놀랐다. 내 사회적 지위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거 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주위에서 어떻게 하려고 그만두냐 큰일났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우연히도 작년에 내가 여태 번 것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광고도 찍고 패션모델도 하고. 모든 걸 일반화시킬 순 없겠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내가 생각 못했던 다양한 내 삶의 영역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만화 배우기로?
“프로이드 책을 보니 사람의 행복에 대해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게 제일 행복한 것이라고 쓰여 있더라. 그래서 만화를 배우기로 했다. 일본에서 시험봐서 3번 만에 붙었다.(웃음) 암튼 중요한 건 재밌는 사람만 오래할 수 있다는 거다. 지속가능한 삶이 중요하다. 내가 재밌는 걸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느 이것 역시 중요하다. 사회적 사회적 시스템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 그렇게 재미와 의미가 있어야 내 인생이 끊임없이 올라간다고.
-대체불가능한 인간의 조건을 재정리하면?
“첫째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둘째 그를 위해 다양한 문화적 경험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걸로 인생을 결정하면 안 된다. 나는 이제 올해 52살에 다시 시작하지 않나. 세번째로 관점이 생길 때까지 절대 조급해하지마라.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 인생이 재밌냐 아니냐 물어야 한다. 인생을 재밌게 살다보면 성공의 기회가 많이 온다.”
-요즘 생활은?
“오늘 강연 때문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가 내일 일본으로 다시 간다. 다음주에 일본에서 입학식 있다. 내가 교토에 있는 대학 만화 일러스트학과에 입학했거든. 앞으로 5년 뒤엔 성인 만화 전문가가 되볼까 생각 중이다.(웃음) 농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