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공하던 20대 여대생, 서울서 농사짓겠다고 하더니
서울서 로컬푸드 운동
건물 옥상·노들섬서 농사… 홍대 인근 카페 등에 공급
"사라져가는 도시의 농사 문화콘텐츠로 만들고싶어"
대학생·직장인 등 20명 활동
올 1월 협동조합으로 전환… 재배면적도 430㎡로 늘려
"탄소 배출 하나도 안하는 진짜 '유기농' 작물 키울 것"
서울 한복판에서 유기농 채소를 길러 식당과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젊은 농사꾼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파절이'(파릇파릇한 젊은이)라고 부른다.
나혜란(26) 파절이 대표는 작년 여름 내내 회원들과 함께 한강대교 아래 노들섬 텃밭에서 땡볕을 맞으며 농사를 지었다. 이들이 재배한 작물은 치커리, 당근, 고구마, 토마토 등 모두 22가지. 수확한 작물은 홍대 인근 카페와 레스토랑에 직접 배달했다. 이처럼 작물이 생산된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로컬푸드' 운동이라고 한다. 작년 수확한 면적은 230㎡(약 70평)에 불과하지만 올해는 총 430㎡(약 130평)으로 넓힐 계획이다. 아직 거래처는 세 군데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농사로 도시를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바꿔 보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 21일 오후 서울 한강대교 아래 노들섬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파절이 나혜란 대표와 김은향씨, 이혜나 작목반장(사진 오른쪽부터)이 삽과 갈퀴를 들고 웃고 있다. / 채승우 기자
처음 아이디어를 낸 나 대표는 홍익대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어느 순간 배우고 있는 디자인이 소비를 조장하는 도구처럼 느껴져 방향을 바꿨다"며 "도시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농사를 일종의 문화 콘텐츠로 탄생시켜 보고 싶었다"고 했다. 농업에 도시가 가진 문화적 요소를 입혀 '농사'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느낌과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던 것. 그는 "우리가 해낸다면 농사는 고된 노동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일 수도 있고 문화 서비스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곱게 자라 디자인을 배운 딸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직업군인으로 전역한 뒤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왜 멀쩡히 공부 잘하다가 농사일을 하려 하느냐"며 반대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첫 관문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나 대표는 부모님을 설득한 다음 같이 일할 친구들을 찾아 나섰다. 도시 농업을 연구하는 '씨앗들'이라는 대학연합동아리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을 보고 작목반장 이혜나(23)씨와 오윤명(25)씨 두 명이 합류했다. 돈은 거의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종자 구입비 13만원이 들었고, 농구(農具)는 '텃밭 보급소'라고 하는 단체에서 기증받아 해결했다. 밭은 공공 임대 방식으로 해결했다.
농사일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 해보는 삽질과 호미질에 항상 손목이 아팠고, 어깨와 관절에는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살았다. 땡볕에서 얼굴을 까맣게 태우며 매일 5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는 사이 새로운 멤버들도 하나 둘 모였다. 지금은 대학생과 직장인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창립총회를 갖고 협동조합으로 조직 형태를 바꾸었다. 200만원 가까운 돈을 출자금으로 모았고, 이달 말쯤 등기도 마칠 예정이다.
파절이는 '진짜' 유기농 제품을 추구한다. 자전거 배달만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트에서 친환경 퇴비로 재배했다고 유기농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퇴비가 칠레에서 날아왔으면 유기농은 아니죠. 수입하면서 비행기로 탄소를 배출하잖아요."
오는 4월 파절이는 밭이 하나 더 생긴다. 마포구 광흥창에 있는 한 건물 옥상에 264㎡(80평) 규모 옥상 텃밭을 추가로 운영하게 된 것. 거래 업체 중 하나인 제과점 퍼블리크에서 "노는 땅인데 젊은이들이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2년차로 접어들었지만 이들에게 농사는 여전히 어렵고 고되다. 하지만 농사는 그들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안겨주고 있다. 나 대표는 "파절이 식구들처럼 세상 사람 모두가 지구에 덜 미안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가져보고, 음식을 먹되 잔반은 남기지 않는 경험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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