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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회사와 싸워 '200억 대박' 슈퍼개미, 누구? (머니투데이 2013.02.23 06:37)

회사와 싸워 '200억 대박' 슈퍼개미, 누구?

일동제약 20억 투자 안희태씨, 최근 240억원에 넘겨… 회사는 피로감만

 

일동제약 (10,300원 보합0 0.0%)에 20여억원을 투자했던 슈퍼개미 안희태씨(45)가 현경영진과 9년갈등 끝에 2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안 씨는 일동제약의 취약한 지분구조를 공략, 2009년 이후 일동제약 경영진과 본격적으로 싸움을 벌이며 현 경영진에 자신의 보유주식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넘겨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윤원영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안 씨의 지분을 비싼 값에 사들이며 분쟁은 끝났지만 경영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몇년간 이어지면서 회사로서는 피로감만 크게 쌓였다는 평가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주요주주였던 안희태씨는 이달 초 보유주식 175만주(지분율 7%)를 1주당 1만3700원씩 총 240억원에 윤원영 회장의 개인회사 씨엠제이씨에 넘겼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지분은 37%대로 높아져 경영권 위협에서 사실상 벗어났다. 하지만 윤 회장은 안 씨의 지분 사들이기 위해 당시 시세보다 20%이상 높게 쳐줘야 했다.

안 씨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9월까지 24억원 정도를 들여 일동제약 지분 7.65%를 확보하며 2대주주가 됐다. 당시 일동제약의 주가는 1000원대(주식분할·무상증자 반영)에 불과했다. 이후 안 씨가 몇 차례 일동제약 주식을 사고판 것을 감안하더라도 안 씨는 일동제약 투자로 2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 2009년 경영권 분쟁이후 일동제약 주가 2배 이상 올라=

 안 씨가 일동제약의 주식을 집중 매입한 시기는 지난 2003년이다. 당시 자신의 부친인 안준찬씨가 임원으로 근무해 회사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동제약 경영진의 지분율이 높지 않았던데다 주가도 싸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동제약의 주요주주로 오를 수 있었음을 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안 씨는 부친 안준찬씨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일동제약 비상근 감사로 일하게 된 것에 맞춰 회사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일종의 휴전이었던 셈이지만 일동제약이 2009년 안준찬씨를 감사에서 해임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안 씨 측은 안준찬씨 감사 해임에 반발해 2009년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2명과 감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표 대결에서 고배를 들었다.

이후 안 씨는 일동제약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사이 일동제약의 주가는 5000원대에서 1만원대로 2배 이상 올랐다.

◇ 취약한 지분구조 사냥감 위협 확인=

2010년 주총에서 안 씨는 다시 감사후보를 추천했다. 갈등끝에 26년간 일동제약 CEO를 역임했던 이금기 회장이 퇴진하는 것으로 일단 봉합됐다. 안 씨가 "일동제약의 우량자회사였던 일동후디스가 이금기 회장 소유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비상근감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밝힐 것"이라 반발한데 따른 여파였다.

그러나 지난해 안 씨가 개인투자자들과 연합해 일동제약이 제안한 경영진 재신임 건에 반대하고 나서며 분쟁이 다시 표면화됐다. 표결에서 진 뒤 안 씨는 일동제약 측이 부당한 방법으로 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았다며 법원에 이의까지 제기했다가 1심에서는 패소했다.

이과정서 미묘한 변수가 생겼다. 녹십자가 지난해 12월 환인제약이 가지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을 전격 인수해 일동제약 보유주식을 총 384만6880주(15.35%)로 늘리며 2대 주주로 부상한 것이다. 녹십자 이외에도 개인투자자 이호찬(12.57%), 피델리티(9.99%) 등이 일동제약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씨의 지분이 캐스팅보트가 돼 버린 것이다. 윤 회장 입장에서는 비싼 값을 주더라도 안 씨의 지분을 사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 분쟁에 회사는 피로감..안 씨 과세여부 주목=

증권업계 관계자는 "안 씨의 지분을 누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던 상황"이라며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 경영진은 안 씨의 지분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일동제약의 가치가 달라진 것은 없고 회사는 분쟁에 따른 피로감만 쌓였다"며 "안 씨만 경영권 분쟁의 최대 수혜자로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동제약의 매출액은 2003년 1716억원에서 2011년 3385억원으로 97%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03년 293억원에서 2011년 373억원으로 27% 늘어나는데 그쳤다. 다른 대형제약사들과 비교해 성장성이 저조한 편이다.

일동제약 측은 "경영권 분쟁과 상관없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 연구개발성과가 가시화되면 회사도 큰 폭의 성장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씨는 현재 해외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국세청에 질의한 바에 따르면 안 씨는 매도주식 차익에 대해 2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현행 세법에 상장주식이라고 해도 안 씨 처럼 장외양도한 경우 중소기업은 10%, 대기업은 2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일동제약 지배구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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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일동제약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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