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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금융권 특판상품 인기 (조선일보 2013.02.10 08:10)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금융권 특판상품 인기

 

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증권사의 채권 특판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한 푼의 이자라도 더 받겠다는 투자자들과 은행 예금을 끌어오려는 증권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현상으로 해석된다.

◆ 증권사, 금리 4%대 채권으로 은행 고객 잡기

KDB대우증권은 지난 달부터 채권 특판(특별판매)을 시작했다. 3개월 만기인 통안채 금리는 연 3.4%, 1년 만기인 RP의 경우 연 4.0% 수준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통화안정채권(통안채)과 RP(환매조건부채권)를 400억원 판매하는데 짧으면 하루, 길어야 사흘이면 준비된 물량이 다 팔리는 상황이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보니 은행 예금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연 4.0% 금리 1년만기 RP 채권 특판도 매진 사태다. 특판 조건이 까다로운 편인데도 지난 4일부터 실시된 청약에 닷새만에 200억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삼성증권의 특판 채권은 새로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에 1억원 이상 가입하거나 삼성증권 계좌는 있지만 최근 1년 동안 거래를 하지 않았던 고객들만 살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권별 자금 동향 자료를 보면 1월 중(30일까지 집계) 증권사에 판매한 RP 금액만 3조9100억원에 달한다. 김경식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파트장은 “여태껏 은행 예·적금에만 돈을 넣어왔던 투자자들도 특판 채권 때문에 증권사를 찾고 있다”며 “은행 예금의 낮은 금리에 지쳐 생전 처음으로 증권계좌를 튼 주부들도 많다”고 말했다.

◆ 돈 굴릴 데 없는 은행, 특판 상품으로 고객 유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30일 은행의 저축성 예금에선 약 6530억원이 빠져나갔다. 예금 금리의 매력도가 떨어지자 만기돼 나간 돈 만큼 신규 예금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2.45~3.30% 수준이다. 한때 고금리 예금으로 인기를 끌었던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평균 3.37%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고객 기반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대응하고 있다. 일정 한도만 판매하는 고금리 예금이나 가입조건에 따라 금리를 더 쳐주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많이 받아도 빌려줄 데가 없어 예금 유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거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특판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이 지난달 말 창립기념으로 1조원 한도로 준비한 특판 예금은 5일 만에 1조원 어치가 다 팔렸다. 1년 만기에 최고 3.45%를 준다는 소식에 하루 평균 20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판매했던 ‘우리 매직7적금’을 올해 ‘우리 매직적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놨다. 우리 매직적금은 올해 12월까지 한정 판매되는데 지난 1월 한달간 1조70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 상품은 기본 연 3.5% 금리에 우리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2.0~3.0%포인트를 얹어준다. 예를 들어 1년 만기로 25만원씩 부으면서 적금 가입기간에 우리카드로 200만원 이상 쓰면 연 5.5% 이자를 받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