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가 빠진 박근혜 인사 (조선일보 2013.02.19 03:02)

3가지가 빠진 박근혜 인사

[학교·지역·여성 안배, 안하나 못하나]
①학교… 비서 4명 대학동문
②지역… 호남 사실상 없어
③여성… 기대 컸지만 2명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18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세 명의 수석 내정자를 발표했다. 비서실장에 '무게감 있는 정무형 인사'를 물색해온 박 당선인은 3선(選) 경력의 친박 허태열(68) 전 의원을 내정했다. 또 국정기획수석에는 대통령직인수위의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유민봉(55) 성균관대 교수를, 민정수석은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곽상도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홍보수석은 이남기 전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을 내정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발표를 지켜보던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발표했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발표된 네 사람은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었고, 이 측근은 "왜 같은 대학 출신을 몰아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9수석 체제인 '박근혜 청와대'에서 이날 수석 3명만 따로 먼저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박 당선인 측은 "다른 수석들은 검증 절차가 좀 남은 것 같다"는 추측만 내놨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가 '성균관대 출신'이란 사실도 이날 다시 부각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법무장관, 민정수석이 대학 동문인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는 고시 합격자 등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을 모두 배출하는 조합이 이따금 나왔다. 하지만 각각 총리 3명과 청와대 비서실장 4명을 배출한 연세대와 고려대는 그런 사례가 없었다.

18일 오전 박근혜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출근하고 있다. 현 원장 뒤의 액자는 KDI 1층 로비에 걸린 것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KDI를 만들면서 직접 쓴 글이다. /이준헌 기자

박 당선인은 또 "지역과 여성에 대한 안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호남 출신인 진영 의원과 방하남 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을 각각 임명했지만 "두 사람 다 초등학교 이후 지역과 인연이 없던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중심 구호로 내걸었고 여성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었지만 첫 조각에서 17개 부처 가운데 여성 장관 후보자는 2명에 그쳤다. 여성 장관 비율은 이명박·노무현 정부 첫 조각 때와 비교해도 낮았다.

이는 사후(事後) 평가는 저마다 달랐지만 어찌 됐든 인사에서 '안배와 균형'을 맞추려 애를 썼던 과거 정권과도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실제 박 당선인이 지역·학연·여성 같은 인사의 기본 요소는 고려 안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는 여권 인사들도 많다.

박 당선인 주변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한 측근은 "당선인 인사의 제1 기준은 '능력과 전문성'"이라며 "당선인에게 지역이나 학연을 고려해서 기계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인식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친박 인사는 "이번에도 인사를 해놓고 보니 결과적으로 성균관대 출신이 4명이나 됐을 것"이라며 "박 당선인이 사람을 발탁할 때 '어느 대학 출신이냐'고 묻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다른 친박은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검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시간에 쫓기면서 인사 구도가 헝클어졌기 때문에 '안배'를 고려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앞으로 남은 권력 기관장이나 차관급 인사를 보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