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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경제부총리 현오석,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김종훈 내정 (한국일보 2013.02.17 20:27:13)

경제부총리 현오석,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김종훈 내정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 내정된 김종훈 '벤처신화'의 주인공
농림 이동필ㆍ산업 윤상직ㆍ복지 진영
환경 윤성규ㆍ노동 방하남ㆍ여성 조윤선ㆍ국토 서승환ㆍ해양 윤진숙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새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현오석 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내정했다.

또 '공룡부처'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는 벤처기업가에서 세계 최고 IT연구기관의 수장이 된 '살아있는 IT 신화의 주인공' 김종훈 미국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발탁됐다.

통일부장관에는 류길재 한국북한연구학회 회장, 농림축산부장관에는 이동필 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는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 보건복지부장관에는 진영 새누리당 의원(3선)이 각각 내정됐다.

환경부장관에는 윤성규 한양대 연구교수, 고용노동부장관에는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성가족부장관에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국토교통부장관에는 서승환 연세대 교수, 해양수산부장관에는 윤진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 각각 지명됐다

박 당선인은 이날 이런 내용의 후속 11개 부처 장관 내정 인선을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통해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3일 6개 부처 장관 내정자 발표에 이어 이날 추가인선으로 새 정부 조각이 완료됐지만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새 정부 출범일인 25일 이후에 잡혀 '박근혜 정부'가 온전한 모습을 갖추는 시점은 3월초나 될 전망이다.

17개 장관 내정자의 면면으로 본 '박근혜 정부'는 관료 출신(8명)이 주축이 돼 전문성ㆍ안정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인 성장동력 및 복지확충에 초점을 맞춘게 특징이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출신이 10명, 영남 출신이 4명으로 많은 반면 호남 출신은 1명에 그쳤고 여성도 2명 뿐이어서 '탕평인사'로는 미흡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인 출신은 3명이다.

조각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근혜 정부의 꽃'으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의 인선이다.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등을 포괄하는 매머드 부처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될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에 세계적인 벤처신화 주인공인 김종훈 사장을 발탁한 것은 박 당선인의 작품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마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내정자는 가난한 미국 이민자의 아들인 교포 1.5세로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IT연구기관인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를 이끌었다.

또 박 당선인이 오랜 핵심측근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대변인인 조윤선 전 새누리당 의원을 각각 보건복지, 여성가족부장관에 발탁한 것은 재원부족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대선공약인 복지 확충에 총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경제부처의 컨트롤타워 격으로 5년 만에 부활되는 경제부총리에는 현오석 KDI 원장이 내정됐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현 내정자는 행시 14기로 경제기획원을 거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과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실물과 이론에 두루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를 이끌면서 성장동력 마련 등의 '경제살리기'가 그에게 맡겨진 임무이다.

현 내정자는 내정직후 기자회견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장관 내정자는 30년 가까이 북한문제를 연구해온 대북 전문가로 박 당선인의 대북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성안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류 내정자는 남북간 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는 온건파로 국가안보컨트롤타워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외교안보라인의 한 축을 이루면서 대북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이동필 농림수산축산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성규 환경부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내정자는 각각 관료나 연구원, 교수 출신 등 해당분야의 전문가들로 꼽힌다.

김용준 위원장은 "새 정부가 원활하게 국정운영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그러나 개편안 통과가 늦어져 안정적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부득이 장관 추가 인선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훈 미래부장관 내정자 누구인가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등을 포괄하는 매머드 부처로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게 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은 벤처기업가에서 세계 최고 IT연구기관의 수장이 된 살아있는 IT 신화의 주인공이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15세에 미국으로 이민, 빈민촌에서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주경야독으로 명문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 기술경영학과 석사학위를 1년 빨리 마쳤다. 공학박사 학위는 메릴랜드대에서는 3년만에 따냈다.

1992년 벤처회사 '유리시스템즈'를 세운 그는 1998년 개발한 ATM이라는 군사통신장치를 개발해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에 매각하며 38세의 나이에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도 미래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05년 4월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벨연구소 사장직을 맡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벨연구소는 좌초 위기에 몰렸으나 김 사장 영입 이후 회생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벨연구소는 루슨트 테크놀로지 산하 연구기관이었으나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프랑스 알카텔과 합병한 이후에는 '알카텔-루슨트'의 산하 연구기관이 됐다. 이 연구소는 3만개에 가까운 활성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기관이다.

김 내정자는 "다시 회사를 차린다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1순위로 선택할 것이고, 에너지와 바이오 분야에도 커다란 과제들이 많아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ICT업계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쏟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그의 발탁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미래창조과학부를 역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연구기관을 이끌고 있는 경험을 한국의 미래에 투영할 수 있는 강점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서울(53) ▲존스홉킨스대 ▲메릴랜드대 공학박사 ▲유리시스템즈 설립 ▲루슨트 광대역네트워크사업부문 사장 ▲매릴랜드대 교수 ▲벨연구소 사장

연합뉴스



과기ㆍ방통계 "김종훈, 미래부 장관 적임자"


과학기술계와 방송통신계는 17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내정된데 대해 "연구개발(R&D) 성과를 실제 산업에 접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내정자가 국회나 업계 풍토를 비롯해 국내 시스템 전반에 어둡고, 통신기술(ICT) 중심의 단기 성과 위주 정책을 펼 경우 기초 과학기술이 소외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도 나온다.

방송통신업계의 경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김 내정자가 ICT 분야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벤처기업가 출신으로서 창의와 실용, 기술-산업 연계 정신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

ICT 대기업 관계자는 "통신업계 사정을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고, 조직의 상당 부분이 미래부로 편일될 방송통신위원회의 관계자도 "벨연구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ICT 기관인만큼 실용적 성과물을 내놓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과학기술계도 김 내정자가 R&D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 전문가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김 내정자가 1990년대 벤처기업을 만들어 거액에 매각하는 등 기술거래와 창업 등에 뛰어나다"며 "김 내정자가 맡고 있는 벨연구소의 주요 역할도 ICT 연구개발(R&D) 성과를 기업으로 연결, 사업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부 출신 한 고위 공무원도 "미래부에 주어진 사명이 앞으로 ICT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인데, 김 내정자가 낡은 것을 해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와해성 혁신'의 선구자로 불리는만큼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이력상 과학기술 분야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미래부의 중심이 과학기술인지 통신인지 말이 많았지만, ICT기업 CEO 출신이 장관으로 내정된 것을 보면 통신 중심이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사무총장도 "내정자의 기초과학 마인드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며 "통신과 기초과학기술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김 내정자가 미국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성공했으나 미국 문화와 시스템은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면서 "김 내정자의 경험을 접목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부 출신 공무원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술 이전 등에 관한 시스템이 부족하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회를 잘 설득해야 하는데, 이런 이해가 부족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 경험에 비춰 기업 출신 장관은 단기 실적 위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