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제자리 잡았나
가입자 200만명 넘었지만 수익 기반 약해
IPTV 상용화가 1년을 갓 넘겼다. 성과는 어떨까.
1년간 가입자 수로 본다면 성장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지난해 10월 초 통신 3사 IPTV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12월 말 KT가 단독으로 가입자 수 100만명을 넘겼다. 올해 전체 가입자 수는 무난하게 300만명을 넘어서리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기존 유료방송시장에서도 유례없는 일이기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케이블방송은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데 30개월, 위성TV는 19개월이 걸렸다. 국외 IPTV시장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IPTV가 일찍 보급된 프랑스의 경우 100만 가입자가 넘는 데 2.5년~3년이 걸렸고, 홍콩은 무려 5.5년이 걸렸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IPTV 성공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지상파 방송사업자들로부터 어렵게 실시간 재전송 합의를 끌어냈지만 그 밖의 다른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유료방송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IPTV에서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빠른 성장비결은?
보란 듯이 10여개월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한 IPTV의 성장 비결은 뭘까. 우선 IPTV가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90% 넘는 국내 초고속인터넷의 높은 보급률이 한몫했다.
IPTV 시작은 SK브로드밴드(하나TV)였지만 가입자 수는 KT가 월등히 앞선 것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 1위 업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덧붙여 통신사들은 공격적으로 인터넷전화,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를 묶은 결합상품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동통신 보조금까지 받으면 결합 할인폭이 커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계통신비를 전체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함께 소비자들이 유료방송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지난해 국내 총 가구 수가 1600만가구인 데 비해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 수는 2000만가구가 넘어 보급률로 치면 100%가 넘는다.
케이블TV와 달리 양방향이 소통이 가능해 쇼핑,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 채널편성시간과 관계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드라마, 영화를 골라서 시청한다. 뉴스의 경우 신문배달이 지연되는 도서산간에서는 지면보다 빠르게 뉴스를 볼 수 있다.
상용화 초반 문제로 지적됐던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IPTV 3사가 연합해 IPSN과 스포츠원이라는 채널도 만들었다. 이외에도 온미디어가 3사 IPTV에 일반채널 8개, 유료채널 2개를 제공하면서 다양하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이 같은 IPTV 외적 성장이 통신사들에도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될까. 사실 IPTV는 통신사 입장에서 주력 사업은 아니다. 기존에 투자한 망을 활용해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망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 부담도 적기 때문. 여기에 결합상품을 판매하면 다른 이동통신, 인터넷 가입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공산이다. 김경호 SK브로드밴드 뉴미디어 사업단 매니저는 “사실 사업자 입장에서 IPTV는 기존의 방송시장을 대체하기보다 니치 수요를 찾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에서 다량 개통 다량 해약이 발생하면 고비용이 든다. 그러나 IPTV 실시간 재전송을 하면서 전체적인 해약률이 떨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3사의 전략은?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와 내년을 IPTV와 케이블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통신 3사는 본격 경쟁에 앞서 어떤 실탄들을 마련하고 있을까.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KT는 개인별 양방향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Qook TV는 TV를 시청하면서 구인구직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방향 서비스의 특징을 살려 구직자가 구직정보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UCC 이력서를 TV에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8월 처음 선보인 클리어스킨도 확대 적용한다. 클리어스킨이란 TV 위에 가상의 투명막을 씌워 화면에 보이는 인물, 사물, 장소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한다. 시청자가 리모컨으로 사람이나 소품을 가리키면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다. 현재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향후 영화까지도 서비스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
방송, 통신, 금융 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한카드, 국민은행, 농협중앙회, 비씨카드 등과 ‘T커머스 지불 결제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기존에는 방송시청 중 신용카드로 홈쇼핑을 하거나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리모컨으로 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이번 컨소시엄 출범으로 시청자들은 IC카드를 직접 셋톱박스와 연결된 리더기에 꽂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보안성과 편의성이 강화된 결제 서비스는 1분기 중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부가서비스뿐 아니라 기본 콘텐츠도 강화한다. 지난해 KT가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다양한 콘텐츠 확보였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 영화제작에 투자를 하고 개봉 후 독점적으로 빠르게 IPTV에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직접 제작하는 것보다 투자비가 적게 들지만 제작투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고 투자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석채 KT 회장은 최근 “장기적으로 KT의 IPTV는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오픈방식으로 가겠다”며 IPTV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올리고, 수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장터로 만들겠다는 것. 심의나 수익 배분 등의 문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가장 적은 투자로 다양하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전망이다.
LG의 ‘myLGtv 홈채널’ 서비스도 비슷한 오픈마켓 개념. 콘텐츠 사업자에게 월별로 채널 이용료를 받고,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었다. 유통플랫폼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들이 게임동영상, 악기 강습, 다큐멘터리 등 마니아층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직접 팔 수 있는 장터 기능을 한다. 영화, 드라마 등은 LG가 직접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수요가 적은 장르들까지 서비스할 수 있다. 또한 LG는 일찍이 VOD 가입자를 확보한 SK브로드밴드나 가장 먼저 실시간 전송을 시작한 KT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IPTV를 시작한 만큼 저가 정책으로 빠르게 가입자를 늘렸다. 올해 LG 통신 3사와의 합병으로 보다 경제적인 결합상품들도 기대해볼 만하다. 통합LG텔레콤은 특히 채널선택형 상품(알라카르테)으로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올해 투자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편. 일단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지역을 먼저 늘리고 IPTV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난 1년 동안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IPTV는 다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몇 가지 공통과제를 떠안았다. 우선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케이블이 디지털로 전환을 완료하고, 저렴한 셋톱박스가 출시되면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장악력을 더 높일 수 있다. 대신 지난해부터 국방, 교육 등에서 시작된 공공부문 IPTV 수요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가적인 수익모델 개발도 필요하다. 현재 IPTV의 주요 수입원은 아직까지 가입자들의 월 사용료에 의존하는 상황. 콘텐츠만 경쟁적으로 늘리려 한다면 출혈경쟁이나 막대한 비용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IPTV에서 취약한 스포츠 콘텐츠는 워낙 중계권이 비싸고, IPTV가 이미 서비스하는 VOD가 있어도 드라마채널 등을 묶어 거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박재석 삼성증권 이사는 “아직까지 IPTV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은 5% 미만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한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잠깐용어 IPTV(Internet Protocol TV)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해 양방향으로 영화, 드라마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존 위성TV나 케이블방송과 다른 점은 양방향 서비스라는 것. 영상 콘텐츠 감상뿐 아니라 홈쇼핑, 인터넷뱅킹 등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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