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일당 10만원 '지옥알바' 따라가보니
'택배 상하차 알바' 미성년자에 고임금, "가출 부추겨" 논란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
현행 노동법상 청소년을 고용할 경우 부모 등 후견인동의서와 고용노동부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이 필요하지만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택배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미성년자를 무작위로 기용, 청소년들의 탈선과 가출생활을 돕는다는 지적이다.
◇가출 부추기는 택배 알바
중학교 3학년 A군은 지난해 11월27일 오후 5시 서울 가락시장역 7번출구에 다른 가출 친구들과 모였다. 가출청소년들 사이에는 유명한 '아저씨 ' 전화번호로 '알바 버스'를 예약한 상태. 관광버스를 몰고 온 택배 분류업주는 한눈에 봐도 코흘리개로 보이는 중3짜리 3명에게 "너 몇 살이야?" 라고 물었다. A군 등이 "스무살이요"라고 답하자 확인도 없이 "그럼 타"라는 대답이 돌아 왔다.
A군 등을 태운 관광버스는 이날 오후 7시쯤 대전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잠시 저녁을 먹고 쉰 뒤 오후9시쯤 물류센터 창고로 향했다. 여기에는 전국 각지로 배달될 각종 택배 물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A군을 비롯한 '알바'들은 이곳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물품들을 각각 전주칸, 광주칸 등 지역별로 분류하는 하역작업을 했다.
일이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아침을 먹고 오전 6시쯤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8시쯤 서울 가락시장역 7번출구에 다시 내렸다. 아들 친구의 제보를 받고 지하철역 앞에서 기다리던 어머니에게 붙잡힌 A군은 이처럼 일주일에 3차례나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A군 어머니는 "어떻게 가출한 어린 애들을 그렇게 악용할 수 있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이들 택배 알바업체를 처벌할 방법을 경찰 등에 문의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과태료' 이외의 처벌은 어렵다는 경찰의 조언을 들었다.
◇우리 아이들 내팽개친 정부·기업들
A군을 고용한 업체는 △가족관계 기록 증명서 및 후견인 동의서 제출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 66조와 △고용노동부 장관이 허가한 인허가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15세 미만인 자(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자를 포함)가 근로자로 고용될 수 없는 근로기준법 64조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10시~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하는 근로기준법 70조 등을 어겼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소년 탈선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법의 미비함과 근로감독을 책임진 정부당국, 사실상 불법 고용을 방치하는 대기업 택배사 등도 청소년 가출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는 후견인 동의서를 받지 않고 청소년을 불법 고용했더라도 형사처벌이 아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아울러 관할노동관서의 인가를 받지 않고 청소년을 야간이나 휴일에 고용하면 2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적발이 힘든데다, 실제로 징역형을 받거나 1000만원의 벌금을 물린 경우도 드물다.
최은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노무사는 "불법을 저질러도 실제 관계 당국 등에 의해 업주가 처벌받은 건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노무사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나몰라라'로 일관하는 수사당국과 노동부 등 정부기관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택배사 "협력업체 잘못" 항변
대기업 택배사들도 이같은 청소년 불법고용 실태를 사실상 알면서 방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장에 내려갈 때마다 청소년 고용과 관련해 지도 감사를 하고 있다"며 청소년 고용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도를 따르지 않는 협력업체나 물류업체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현재 택배사들은 하청에 하청을 주는 피라미드 구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 택배업체는 물류센터 운영과 관리 전반 업무를 하청업체와 계약해 일임하는 방식이다.
1차 하청업체는 물품 분류와 상하차, 배송 업체별로 하청을 준다. 이들은 또다시 다수의 용역업체와 계약해 인력을 공급받아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용역업체는 하루 물량을 미리 파악하고 물량이 많을 경우에는 추가로 인력을 모집해야 한다. 때문에 청소년 등을 가리지 않고 고용하는 것이 다반사다. 정해진 물량을 소화해야만 원청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있어 용역업체는 인력충원에 사활을 거는 구조다.
청소년 불법 고용에 대한 단속에 나서더라도 원청업체인 대기업 택배사는 현행법상 법적 단속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로기준법상 실질적으로 청소년을 직접 고용한 하청업체나 용역업체에게만 책임을 묻게 돼 있기 때문이다.
조부건 서울지방노동청 동부지청 행정주사는 "부모 입장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현행법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최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청소년 근로환경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청소년 근로환경감독 강화를 약속했지만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 육 > 취업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점장이 꿈'..미스코리아 출신 은행원의 특별한 포부 (이데일리 2013.01.15 07:50) (0) | 2013.01.16 |
---|---|
"신의직장 저리가라" 3400만원 받고 하는 일이 (0) | 2013.01.13 |
좋은 상사 되기(1) ‘전체답장’은 잊어라 (월스트리트저널 4. January 2013, 14:48:34) (0) | 2013.01.11 |
‘취업 잘 될 만한 지원자’만 뽑는 요즘 MBA (월스트리트저널 10. January 2013, 12:58:12) (0) | 2013.01.11 |
사시·행시·외시에 현차고시? 고시 빅4로? (조선일보 2013.01.08 19:26) (1) | 201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