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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사시·행시·외시에 현차고시? 고시 빅4로? (조선일보 2013.01.08 19:26)

사시·행시·외시에 현차고시? 고시 빅4로?

합격자 캠퍼스엔 고시패스때나 붙는 현수막이…
초봉 5000만원대 후반, 강성노조 덕에 안정적

 

대학생 이진경(가명)씨는 지난해 하반기 이른바 ‘현차고시(現車考試)’에 합격했다. 현차고시란 현대자동차(005380) (210,500원▲ 2,000 0.96%)의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일컫는 대학가 신조어로, 높은 경쟁률과 합격자들의 쟁쟁한 스펙(학벌, 학점, 영어 점수 등의 평가기준)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이씨는 “현대차 입사로 집안 어른들 사이에서는 자랑거리가 됐고, 주위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을 한몸에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격 소식과 함께 맞선 및 소개팅 주선도 줄을 잇고 있다며 자랑했다.

모 대학 캠퍼스에 걸려있는 현대자동차 대졸공채 합격자 명단.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대졸 공채를 실시한 뒤 주요 대학에 합격자들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 합격자 명단 밑에는 ‘현대자동차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는 문구가 현대차 인재채용팀 이름으로 적혀있다. 과거에는 3시(사법·행정·외무고시)나 회계사, 변리사 합격자 명단 정도만 단과대학 건물에 게시되는 수준이었다. 웬만한 국가고시가 아니면 대학에 이 같은 현수막이 붙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차가 대졸공채 지원자들에게 보낸 안내 메일 내용. 서류전형 경쟁률이 최고 708대1을 기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자운 기자

현대차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대졸공채 지원자들에게 보낸 안내 메일에 따르면, 분야별 최고 경쟁률이 서류전형에서만 708대 1에 달했다. 지난해 사법고시 1차시험 경쟁률(10.3대 1)의 70배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직이면 몰라도 사무직 경쟁률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입사가 이 같이 치열해진 것은 높은 임금 때문. 한 취업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에 의하면, 작년 기준 현대차 1년차 신입사원 연봉은 5600만원으로, 형제 기업인 기아차(5700만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위아(5300만원), 현대파워텍(5200만원)이 각각 3, 5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선언, 시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힘이 강해 정리해고 위험이 적기로 유명하다. /조선DB

정리해고의 위험이 적다는 것도 현대차의 매력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정년은 만 60세다.

지난해 현대차에 합격한 박영선(가명)씨는 “성과급이 많은 대형 전자회사와 동시에 합격해 고민했는데, 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는 선배와 부모님 설득에 따라 현대차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현대차 잡페어'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현대차 대리, 과장급 사원들로 부터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행사다. /조선DB

이성상 가톨릭대 경영학부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국내 고용시장이 전체적으로 워낙 어려운 데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구직자는 너무 많아 경쟁률이 수백대 일에 육박한다”면서 “현대차의 경쟁률이 유난히 높은 것도, 브랜드 가치나 위상 못지않게 높은 연봉과 복지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해주는 것이 한몫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