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 미/자 동 차

‘사장님차’ 그랜저, 이젠 30대가 탄다 (한겨레 2011.06.09 22:20)

‘사장님차’ 그랜저, 이젠 30대가 탄다

한겨레 | 입력 2011.06.09 21:00 | 수정 2011.06.09 22:20 |

고유가에도 4~5월 판매 1위

30대 20%…60대보다 많아

준대형급 전락이 '전화위복'


올해 1월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신형 그랜저(HG)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에만 1만396대가 팔리며, 4월에 이어 두달 내리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대형 세단이 월간 판매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06년 1월(그랜저TG) 이후 5년여만이다. 지난 1986년 처음 등장한 그랜저는 국내 첫 대형 승용차였다. 당시만해도 그랜저는 '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25년이 흐른 지금, 사정은 달라졌다.

■ 고급차 이미지 벗고 '대중차'로 변신 중?

신형 그랜저 판매실적은 업계의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올 들어 5개월 동안의 판매 누적치는 4만9727대로, 이달 중 5만대를 가뿐하게 넘어설 조짐이다.

특히 올들어 고유가 현상이 지속됐는데도 연비 효율이 떨어지는 대형차의 인기는 의외다.

조래수 현대자동차 국내마케팅 팀장은 "기존 그랜저 모델이 신차 효과로 연간 8만대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10만대까지 올라간 적은 없었다"며 "당초 올해 내수 시장에서 8만대 판매가 목표였는데 최근 추세로는 10만대를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만해도 기존 모델인 그랜저 TG는 연간 3만2893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그랜저가 기존 상류층·고급차 이미지에서 '대중차'로 저변을 넓힌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30대 구매층이 늘어난 게 대표적 예다. 지난 1~4월 신형 그랜저 판매 동향을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고객의 비중은 21.1%에 이른다. 반면에 같은 기간 기존 모델(그랜저 TG)의 30대 고객은 14.6%에 그쳤다. 중후함을 강조하는 대신
쏘나타처럼 날렵한 디자인을 내세운데다, 교통 흐름에 따라 자동 정지·재출발 기능을 지원하는 주행 시스템 등 최첨단 옵션을 대거 도입한 점 등이 효과를 본 셈이다. 중형차인 쏘나타 가격이 계속 가파르게 오른데다,

경기회복으로 중형차 수요 일부가 대형차로 옮아가면서 그랜저가 덕을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2.4ℓ 기준으로 그랜저 럭셔리 모델(3112만원)과 와이에프(YF)쏘나타 GDI(3000만원)는 100만원 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 하반기 나올 경쟁차종 경쟁력이 변수

하지만 독보적 '지존'의 지위에서 경쟁이 치열한 준대형급 차종으로 '전락'한 데서 그랜저 인기몰이의 비밀을 찾아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기출 현대차 프로젝트2팀 책임연구원은 "(신형 그랜저 개발에) 3년 6개월여 동안 4500억원이 투입됐다"며 "'
무주공산'에서 경쟁차종이 늘어나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신차 개발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랜저는 1992년 2세대인 뉴 그랜저 출시 4년만에 다이너스티가 등장하면서 대형차 1등 자리를 내줬다. 이후 1998년 그랜저 XG가 나온지 1년 만에 에쿠스가 등장하면서 '대형'이 아닌 '준대형'으로 신세가 바뀌었다.

고급차 시장을 그랜저 위급인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넘겨주면서 저변 확대가 필수과제로 다가온 셈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새 같은 준대형급 경쟁차종들이 우르르 쏟아지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르노삼성의 에스엠(SM)7과 기아차의 케이(K)7은 물론이고 동급 일본차 렉서스 ES350과 혼다 어코드 등도 경쟁상대로 치고 나온 탓이다.

그랜저의 독주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케이7과 에스엠7은 1~5월 판매가 전년동기에 견줘 각각 42.9%와 46.2% 줄었고 대형차 제네시스(-8.0%)와 중형차 와이에프 쏘나타(-43.7%)도 올들어 판매가 부진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그랜저 돌풍이 계속될지 여부는 하반기에 출시될 신형 에스엠7 등 경쟁 차종들이 얼마나 업그레이드돼서 나올지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