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백신 대량조제 가능할까 (연합뉴스 2009.04.28)

SI 백신 대량제조 가능할까

연합뉴스 | 입력 2009.04.28 21:17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정부가 연말까지 돼지인플루엔자 백신 650만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어려운 선택이 필요한 문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가운데 인플루엔자백신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녹십자가 유일하다.

녹십자는 현재 화순공장에서 올해 500만명분을 목표로 계절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만약 정부의 발표대로 650만명분의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려면 계절인플루엔자 백신을 중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백신 원료로는 특수한 시설을 갖춘 양계장에서 생산된 유정란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에 쓸 양 외에는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백신 제조용 유정란을 생산하는 양계장은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 녹십자가 계약한 물량은 500만명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따라서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을 대량 생산하려면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계절인플루엔자 백신을 수입해서 써야 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돼지인플루엔자 기세가 강해지고 계절인플루엔자보다 더 심각해 국내 생산이 꼭 필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한다면 정부의 결정에 따라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처하려면 국내 업체에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발주 물량을 늘리고 백신용 유정란이 상시 공급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즉 1천만명분을 목표로 계절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했다면 긴급한 상황에서 백신의 종류를 바꾸더라도 두 백신 모두를 일정량 이상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특수 유정란을 백신용으로 납품하지 않을 때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팔 수밖에 없다"며 "양계 농가가 안심하고 4계절 백신용 유정란을 공급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