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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李대통령, 국민보고 뚜벅뚜벅 갈 길 간다 (연합뉴스 2009.05.10)

이번에 담아 올 것은
(성남=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길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발하기 위해 트랩을 오르고 있다. 2009.5.10
scoop@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f6464


집권 2년차 구상 `집안문제' 등으로 삐걱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차 10일 출국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올 초 천명한 `신(新) 아시아 외교구상'을 구체화하고 에너지.자원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수확할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감이 있지만 국내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고 하나 경제불안이 여전하고, 남북관계 경색도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 `집안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집권 2년차를 맞아 제대로 일을 해 보려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그야말로 난국을 맞은 형국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이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새 출발을 다짐하며 내놓은 `당의 단합과 쇄신'이라는 화두가 박근혜 전 대표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대한 반대로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른바 `친이-친박'의 갈등 해소를 위해 제시된 해법이 오히려 불화를 표면화하는 결과를 낳은 셈으로, 여권내에서는 "한나라당이 이제 `두나라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참담한 현실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자성론과 박 전 대표에 대한 쓴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한 핵심 참모는 "지난 6일 당청회동에 앞서 사전에 좀 더 정교하고 치밀한 접근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단합과 쇄신이라는 지향점을 유지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 계속 진정성을 전하는 수밖에 현재로서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참모는 "현 정권은 `한나라당 정권'이 아닌 `이명박 정권'이라는 게 그동안 박 전 대표가 보여온 인식"이라고 비판한 뒤 "2007년 8월 당내 경선 이후 단 한번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이 대통령을 도와준 적이 있느냐"면서 "그게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원칙이냐"고 거듭 반문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단독회동 등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4.29 재보선 완패 이후 진행되고 있는 당 쇄신 작업과 맞물려 청와대 개편과 개각 가능성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고민거리다.

"현재로선 미풍도 없다"는 게 청와대 공식 입장이지만 여권 일각에선 이미 인사검증 등 인적쇄신을 위한 준비작업이 물밑에서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주목된다.

아울러 경기불황 장기화로 인한 일자리 문제와 기업구조조정, 노사문제 등 경제 현안과 함께 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 미디어관련법 논쟁 등도 이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반도 상황도 녹록지 않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최악의 국면을 맞았던 남북관계 경색이 지난달 21일 당국간 접촉을 계기로 활로를 찾는 듯했으나 북한 조평통이 지난 9일 남북대화 거부를 시사하면서 또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았기 때문.

특히 우리 정부가 조만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발표할 경우 극한대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상황의 난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면서 "긴 안목을 갖고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결국은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