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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반도] 한반도는 2억6천만년 전 남반구서 왔다 (한겨레 2009.05.27)

[살아있는 한반도] 한반도는 2억6천만년 전 남반구서 왔다

독일 과학자이자 모험가인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는 세계지도를 보다가 남아메리카 동안과 아프리카 서안이 조각그림 맞추기처럼 꼭 들어맞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두 대륙 양안에 유사한 지층과 화석이 연결돼 나타나는 것에 주목하고, 1912년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란 책에서 세계의 대륙이 한때 ‘판게아’라는 초대륙으로 뭉쳐 있었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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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륙이 어떻게 이동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던 베게너는 비웃음거리가 됐고, 50살의 나이로 그린랜드 탐험 중 실종됐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 지구의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평가받는 판구조론이 1960년 등장하면서 옳았음이 밝혀졌다.

인도대륙은 지금도 연간 5㎝ 속도로 북쪽으로 치받기


판구조론은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로 해저가 확장되고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가라앉음으로써 대륙이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그 증거가 히말라야산맥에서 확인된다.

2억 년 전 지구에는 북반구의 로라시아대륙과 남반구의 곤드와나대륙이 합쳐진 초대륙 판게아가 유일한 대륙이었다. 곤드와나대륙에서 아프리카, 남미, 남극, 호주와 붙어있던 인도는 8000만 년 전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연간 20㎝라는 ‘빠른’ 속도로 북상을 시작해, 5000만 년 전 아시아와 충돌했다. 두 땅덩어리의 충돌부를 따라 지층이 구겨지고 솟아올라 히말라야산맥과 티베트고원이 만들어졌다. 인도대륙은 현재도 연간 4~5㎝ 속도로 북상 중이며 끊임없이 이 일대의 지각변형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8만 7천여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규모 7.9의 쓰촨대지진도 근본 원인도 이 충돌 때문이었다. 인도와 아시아의 충돌이 히말라야를 낳은 것처럼 북미와 유럽의 충돌한 흔적은 애팔래치아산맥으로, 아프리카와 유럽의 충돌 자취는 알프스산맥으로 솟아있다.

3개 땅덩어리와 2개 습곡대가 한반도 구성

한반도는 인도보다 훨씬 전 벌어진 대륙이동과 충돌의 산물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한반도는 단일한 땅덩어리가 아니다. 낭림육괴, 경기육괴, 영남육괴라는 3개의 선캄브리아(5억 4천만년 이전) 시대 땅덩어리와 그 사이 낀 임진강대와 옥천대라는 2개의 습곡대로 이뤄져 있다.<그림 ‘한반도의 지체구조’ 참조> 이 두 습곡대는 약 2억년 전인 중생대 초에 형성되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오랜 땅덩어리는 어디서 왔을까. 중생대에 한반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판구조론이 이런 의문을 풀 단서를 제공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 박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형성은 곤드와나대륙이 분열되면서 시작된 세계적인 격변의 일부”라고 말했다. 고 지자기 연구 결과 고생대 초(약 5억 년 전) 동아시아 땅덩어리들은 남반구에 위치한 곤드와나 대륙의 북쪽에 속해 있었으며, 후에 한반도를 이루게 될 땅조각들은 남반구 저위도에서 적도 사이에서 서로 떨어져 있었다. 이웃엔 인도, 호주, 인도차이나, 아프리카 대륙이 있었다.

암석에 새겨진 남반구의 기억…생물학적 증거도 뚜렷
한반도가 한때 남반구와 적도 근처에 있었음을 알려주는 결정적 단서는 암석에 남아있는 고 지자기이다. 고 지자기란 녹은 암석이 굳기 직전 당시의 지구 자기 방향을 기억한 것이다. 지자기의 방향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어떤 암석이 간직한 고 지자기를 알면, 그 암석이 언제 어떤 위도에서 처음으로 굳었는지를 알 수 있다.

고생대 때 한반도는 남반구에 위치한 곤드와나대륙의 북쪽에 자리잡았다. 고생대 후기에 들어 맨틀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열덩어리가 올라오면서, 곤드와나대륙이 하나씩 붕괴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약 2억 6000만 년 전 곤드와나대륙 북쪽 가장자리에서 두개의 작은 땅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가 북쪽으로 먼 여행에 나섰다. 이 땅덩어리들은 1억 8천만년 전 함께 부닥치고 회전하고 봉합함으로써 중한지괴(한·중·일의 주요부를 구성하는 땅덩어리)를 이루게 된다. 중한지괴는 계속 북상하다가 마침내 중생대 백악기 초인 1억 2000만 년 전 남하하던 로라시아대륙의 시베리아지괴와 충돌함으로써, 오늘날 유라시아 모습이 완성되었다.<그림 ‘한반도 형성과정’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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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증거도 있다. 고생대의 표준화석인 삼엽충은 주로 아열대의 따뜻한 바다에 살았다. 최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강원도 태백·영월 지역의 삼엽충 화석을 북중국·오스트레일리아 화석과 비교한 결과 우리 것이 중국과 거의 같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유사함을 밝혔다. 최 교수는 “태백·영월이 당시 곤드와나 대륙의 가장자리에서 호주와 이웃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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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년 전 한반도 원초적 ‘뿌리’ 찾을 단서


한반도가 단일한 땅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은 한반도 지체구조 연구의 중요한 결실이자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충돌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중국대륙이 남중국과 남중국 지괴가 충돌해 형성된 것처럼, 한반도도 대륙의 충돌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윤수 박사는 “원래 북중국지괴에 있던 영남육괴는 남중국지괴에 있던 경기육괴와 충돌하면서 내려와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륙충돌대가 한반도의 임진강대로 연장된다는 주장은 아직 다이아몬드나 코에사이트 등 대륙충돌의 더 결정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정환 서울대 명예교수(지질학)는 “한반도가 남반구에서 이동해 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충돌설을 두고는 논란이 많다”며 “초고압광물 한 두 개 발견이 아닌 충돌선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기반암은 대개 선캄브리아대(5억4000억 년~46억 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5억 년보다 더 먼 과거에 한반도는 어디에 있었을까. 오랜 기간 변성을 겪고 유일한 단서인 고 지자기마저 흐릿해진 당시를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중생대 동안 극심한 조산운동이 일어난 한반도에서 선캄브리아대의 암석에서 잔류자화를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졌다.

최근 이윤수 박사는 수년간의 연구끝에 서해 백령·소청도의 약 8억년 된 암석에서 1차 고 지자기 방향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10억 년에서 8억 년 전 사이 지구상에는 판게아 이전의 초대륙인 로디니아가 존해했음에 비추어 수년 안에 한반도의 고지리 복원이 10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한반도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
초대륙의 중심…제2 히말라야산맥 배후에


초대륙의 붕괴와 형성은 지구 탄생이래 계속 되풀이된 지질현상이다. 한반도의 미래도 그 흐름속에 있다. 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중앙해령이 확장하면서 유라시아-아프리카판과 남북아메리카판은 매년 수 ㎝씩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판에 속한 한반도도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측정한 결과 한반도 지각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인도-호주 판이 북상하고 있고 또 태평양 판이 일본열도 아래로 파고들고 있어 한반도의 동행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평온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한반도가 또다른 초대륙 형성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평양 판은 서쪽으로 이동해 일본 근처에서 지각속으로 들어가는데, 1300만년 뒤면, 해저에 한반도보다 큰 규모로 솟아있는 산인 샷스키라이즈가 일본열도와 충돌하게 된다. 이 바닷속 산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충돌 여파로 일본열도는 찌부러들고 동해도 호수로 변할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한반도도 대규모 지진에 흔들리고 땅이 갈라지는 지각변형을 겪을 것이다.

한편, 5000만 년 뒤엔 북상중인 호주 판이 마침내 일본 근처까지 올라와 동아시아와 직접 맞닿게 된다. 호주판 앞에 있는 인도네시아-뉴기니아가 일본열도와 대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그 충돌부에는 히말라야 산맥보다 거대한 습곡산맥이 만들어질 것이며, 한반도는 그 산맥 배후에 현재의 고비사막이나 티벳고원처럼 황량하고 건조한 지역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탄생 ‘옛새우’가 밝혀냈다

한겨레 | 입력 2011.02.15 17:10 | 수정 2011.02.15 21:00

한반도는 네개의 대륙 합쳐져 형성된 것


홍성~오대산 지역서 충돌증거 암석 나와


2천만년전 동해 생기면서 한반도·일본 분리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충남 옥천과 경북 영주, 경기 여주 등지에서 새로운 옛새우 3종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옛새우는 지하수에만 살아 대륙이동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증거로 사용된다. 어느 두 지역에서 같은 계통의 옛새우가 발견된다면, 옛새우는 바다나 하늘로는 이동할 수 없으니 두 곳이 예전에 한 대륙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주래 생물자원관 무척추동물연구과장은 "일본의 옛새우와 우리나라의 옛새우를 비교해보면 형태가 아주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의 옛새우 26개 종을 계통분석해보면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해 중국 하이난섬, 베트남에 이르는 경계선이 그어진다. 그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대륙의 합종연횡 중에 태어난 한반도

옛새우뿐만 아니라 고생대 표준화석인 삼엽충도 대륙의 만남과 헤어짐을 밝히는 증거가 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최덕근 교수 연구팀은 강원도 태백·영월에서 발견되는 삼엽충 화석이 북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화석과 유사한 것을 근거로 당시 이 지역이 호주와 인접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가 언제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방법은 대륙의 합종연횡 때 생성된 암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의 암석들을 비교조사한 결과 중생대 시기인 2억4천만년~2억3천만년 전에 북중국대륙과 남중국대륙이 충돌하면서 지금의 한반도 모습이 처음으로 형성됐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때 함경도 북동부 지역은 또하나의 소규모 대륙인 뷰레아소대륙이 충돌하면서 한반도의 일부로 편입됐다. 남중국대륙은 원래 양쯔대륙과 커테시아대륙이 충돌해 만들어진 것이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한반도는 네개의 대륙이 합쳐져 형성된 셈이다. 이들의 합종연횡을 이해하려면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남중국대륙은 원생대말기인 8억9천만년 전에 양쯔 대륙과 난후아열곡대, 커테시아대륙이 합쳐지면서 태어났다. 이 난후아열곡대의 흔적이 현재 한반도의 옥천습곡대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대륙이 한곳에 모여 로디니아초대륙을 이루고 있던 8억3천만~7억6천만년에 한반도 남쪽은 남중국대륙과 한몸으로 호주와 북아메리카대륙 사이에 끼어 있었다. 실제 홍성에서는 이 시기 섭입(한 암석권의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내려가는 과정)과 관련된 화성암이 발견됐다. 당시 한반도 북쪽은 북중국대륙과 한 덩어리로 시베리아대륙 주변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오 교수는 밝혔다.

7억6천만년 전 이후에 남중국대륙은 로디니아초대륙에서 분리돼 6억년 전쯤에는 곤드와나초대륙의 일부가 된다. 홍성에는 이 시기 분리과정에서 생성된 염기성 변성
화산암이 존재한다. 오 교수는 "당시 홍성지역은 아프리카열곡대처럼 대륙이 갈라지던 장소로, 많은 암석권이 존재한다"며 "안타깝게도 이런 장소들이 과거 석면광산이 있었다는 이유로 매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곤드와나초대륙에서 북중국대륙은 남중국대륙의 이웃에 있었다.

5억~4억년 전 남중국대륙과 북중국대륙이 곤드와나대륙에서 분리돼 북쪽으로 이동한 뒤 2억4천만~2억3천만년 사이에 충돌하면서 현재의 한반도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때 다비-수루 충돌대가 만들어지는데 한반도의 홍성-양평-오대산 지역은 이 충돌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발견한 화강암과 에클로자이트(대륙 충돌 때 고온·고압에 의해 만들어지는 암석)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오 교수는 당시 한반도 남과 북 사이에 바다가 존재하고 홍성-오대산 선을 따라 안데스산맥같은 대륙지각 밑으로 해양지각이 섭입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본의 탄생 가설

일본에는 5억년 전께 형성된 섭입대 암석이 존재하는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남중국대륙 아래쪽에서는 섭입대 암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반면 북중국 주변에는 이 암석이 존재한다. 이 암석이 발견되는 다비-수루충돌대는 우리나라에서 홍성-오대산으로 이어지다 끝난다. 함경도와 오대산 사이의 섭입대 암석이 사라진 것이다.

연구팀은 일본이 5억년 전께 한반도 북부 동쪽에 형성돼 혼슈의 4분의 1 크기 정도로 커지다가 남·북중국대륙 충돌 때 떠밀려 한반도 남부의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해석한다. 그 사이 2천만년 전께 단층 활동을 통해 동해가 생겨나면서 한반도에서 분리됐으며 일본이 계속 커져 현재의 크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정단층에 의해
태백산맥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 오 교수는 "일본의 단층을 연구해보면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일 공동연구를 통해 가설을 입증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