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출산장려운동 성공할까>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식 (서울=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9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에서 다문화 가족, 다둥이 가족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09.6.9 |
정부가 종교.시민 단체, 경제계와 함께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를 만든 것은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발등의 불이 됐다는 뜻이다.
2001년 이후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출산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사회 각계의 합의 도출을 통해 '아이낳는 풍토'를 확산하겠다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적이다.
정부는 민관 차원의 아이낳기 운동이 효과를 볼 경우 지난해 1.19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수)이 2020년에는 OECD 평균인 1.6명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 = 60년대부터 30년간 계속된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이미 추억이 되고 말았다.
90년대까지만해도 60만-70만명에 이르던 연간 출생아 수는 IMF 경제위기 직후 급감해 2001년 55만5천명, 2005년 43만5천명, 2008년 46만6천명으로 줄었다.
합계 출산율은 2001년 1.297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매년 감소해 2005년 기준 OECD 평균 1.63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5명, 프랑스는 1.94명, 영국은 1.80명이다.
이같은 저출산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천619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 2030년에는 3천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00년에는 국민이 제로(0)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저출산이 몰고올 부작용 = 저출산은 국가의 성장엔진을 멈추게 하고 전반적인 사회의 퇴보를 불러 올 수 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력은 2015년에 63만명, 2020년에 125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력 노동인구인 30-40대 인구는 2006년 1천675만명을 고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경총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0년대 1.8%에서 2040년 1.1%로 하락, 국가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시장 수요를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하는 2015년에는 소비가 감소하고 저축 감소와 사회보장에 대한 공공지출의 증가가 금융시장의 자금 축소를 유발, 자본스톡 증가율이 2000년대 5.14%에서 2040년 0.80%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는 젊은 세대의 노인부양 부담 증가로 이어져 2005년 생산가능 인구가 7.9명당 노인 1명을 부양했던 구조에서 2020년에는 4.6명당 1명, 2050년에는 1.4명당 1명을 부양해야 할 상황이다.
강민규 복지부 고령사회정책과장은 "결국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근로연령 상승, 소비.저축.투자 위축과 정부 재정수지 위기는 총체적 잠재성장률 둔화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하루빨리 해소해야 할 중점 과제"라고 지적했다.
◇아이낳기 운동 어떻게 펼쳐지나 = 민관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손을 잡고 범 국민 캠페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에는 경제 5단체와 한국노총이 가세했고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단체와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여성부, 국토해양부 등 6개 정부부처, 언론계, 보건의료단체, 지자체, 여성계 등 관련 기관, 단체가 총망라됐다.
이들 단체는 분야별로 행동선언을 발표하고 저출산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재계는 주 40시간 근로시간제 정착과 직장내 보육시설 확충, 정시퇴근 장려운동(패밀리데이)을 통해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보육시설 건립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종교계는 낙태방지 등 생명존중 운동과 종교시설의 육아지원시설 활용, 결혼예비학교 운영으로 생명존중사상을 확산시키고 시민 사회계는 공부방 운영확대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다문화가족.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초보임산부를 위한 멘토교실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도 산전검사비용과 난임부부에 대한 시술비 지원, 영유아 보육료 및 교육비 지원, 맞벌이 가구 및 두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지원확대, 직장여성의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해소, 다자녀 가구에 대한 주택 특별공급 등으로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이상영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은 "아이낳기 운동이 효력을 발휘하면 합계출산율이 2020년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달중 실무자 워크숍을 통해 앞으로 해야할 공동사업을 논의하고 지역별 릴레이 실천결의대회, 언론을 통한 캠페인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 = 이같은 정부가 민간과 힘을 모아 저출산 문제 극복에 나선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날 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에는 부모가 자녀갖기를 꺼리는 핵심 이슈가 빠져 있다. 바로 양육비 부담이다. 2005년 사회통계에서 부모들은 자녀양육에 가장 어려운 문제로 보육비용 부담(57.7%),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육비지원 확대(43.5%)를 꼽았다.
자녀가 커 갈 수록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지 않고서는 출산장려 운동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 23-34세의 청년층이 처한 불안정한 고용여건과 미혼여성의 결혼에 대한 소극적 태도,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 사회.문화적 여건도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범 사회적인 캠페인 활동도 중요하지만 보다 시급한 것은 사회 전반이 자녀갖기를 당연한 일로 알고 자녀를 양육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케어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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