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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정이 있는 삶 안타까운 이야기

태극기 달다 추락사한 제자에 애끊는 편지 (연합뉴스 2009.06.18)

태극기 달다 추락사한 제자에 애끊는 편지

"나에게 하늘이는 첫 제자이지만 하늘이에게 나는 마지막 선생님이다. 이 묘한 인연을 나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태극기를 달다 떨어져 숨진 고(故) 이하늘(9) 양의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제자를 향해 눈물로 쓴 편지를 보내와 주위를 숙연하게 하고 있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양의 담임선생님인 외도초등학교 3학년 1반 김민욱(25) 교사는 '사랑하는 나의 첫 제자 하늘이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안타깝게 숨진 제자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김 교사는 편지에서 "2009년 3월 2일 설레는 마음으로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날, 하늘이는 예쁘게 머리를 묶고 고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며 "평소 아이들에게는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던 하늘이는 반장이 됐고 그 후부터 나와 하늘이와의 짧지만 소중한 만남이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글솜씨가 뛰어난 하늘이는 매일 일기를 한 장 가득 써왔고, 하늘이의 일기는 새내기 교사인 내게 가르치는 보람과 자부심까지 줄 정도였다"며 "정말 다재다능한 우리 반의 별, 언제 어디에나 빛나는 아이였고 사랑받는 아이였다. 벨리댄스를 배웠던 하늘이가 공연에 나를 초대했었는데 그 곳에 못 가본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소식을 접하고 평소 배운대로 하는 하늘이가
삼일절에 이어 그날도 태극기를 달기 위해 바람 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혼자 애썼다는 사실에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는 김 교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슴을 파고들었고, 그 동안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늘이가 발표하는 모습, 아이들과 뛰어노는 모습, '선생님!' 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 터질 것 같은 심장과 함께 하늘이와의 기억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고 슬퍼했다.

김 교사는 또 "의식이 깨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장례식장에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하늘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하늘이가 한줌의 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난 다시 오열하고 전율했다"며 이 양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애끊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하늘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만큼 하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국경일에 집집마다 걸려있는 태극기를 보면서 좋아하던 하늘이, 부디 하늘에서나마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하늘아, 하늘아' 가만히 내 작은 친구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명복을 빈다"고 편지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