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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애니콜 신화+샐러리맨 신화` (조선일보 2011.07.21 21:36)

'애니콜 신화+샐러리맨 신화'

이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 '오너 신화'도 쓰나?

이기태 삼성전자 전 부회장 /연합뉴스

샐러리맨 출신으로 ‘애니콜 신화’를 쓴 이기태 전(前) 삼성전자 사장이 오너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후 지난해 연세대의 제안을 받아 현재는 정교수로서 IT 융복합을 가르치고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KJ프리텍은 이 전 사장이 제3자 배정 형식으로 오는 22일까지 41억원을 납입하면 지분율 25%를 취득해 KJ프리텍의 최대 주주에 오른다고 21일 공시했다. KJ프리텍은 휴대폰, LCD의 광원 역할을 하는 BLU를 제조한다.

이 전 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7년까지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분야를 진두지휘하며 애니콜을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 브랜드로 올려놓았다. 이 기간 중 삼성전자는 휴대폰 분야에서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면서,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유럽과 미국인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세계적 기업으로 올라섰다면, 이 전 사장은 애니콜을 통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사장은 반도체의 황창규 사장, LCD의 이상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부문별 사장을 맡아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 세 사람은 100억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은 2009년 1월 삼성전자 대외협력 부회장을 끝으로 삼성전자에서 바로 퇴직했다. 당시 이 전 사장은 "그동안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즐겁게 일해 왔는데 현업을 물러난 마당에 특별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며 삼성의 전직예우를 거절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상 삼성전자 스타급 사장이나 부회장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고 가능한 한 삼성이라는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주는 혜택과 보수가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을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가 자칫 실패라도 하면 지금껏 쌓은 명성에 금이 간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압박한다.

그래서 이기태 전 사장이 이번에 고용사장에서 오너로 변신하게 된 것은 이 전 사장이 삼성전자의 고문 제의 등을 거절하고 단번에 삼성의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이미 예견됐다는 평가다.

애니콜 신화와 샐러리맨의 우상이라는 두 전설을 거머쥐었던 이 전 사장이 오너로서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쓸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