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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정이 있는 삶 안타까운 이야기

<美여성 납치ㆍ감금 18년 미스터리> (연합뉴스 2009.08.29)

<美여성 납치ㆍ감금 18년 미스터리>
18년 전 납치됐을 당시 제이시 두가드(AP=연합뉴스)

1991년 6월 등교 도중 납치된 뒤 납치 용의자의 두딸까지 낳아 키우며 감금 생활을 해 오다 극적으로 가족의 품에 안긴 미국 여성 제이시 두가드(29)에게 지난 18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가드는 지난 26일 납치 용의자의 손아귀에 벗어나 18년만에 자유를 되찾았지만 납치 용의자 필립 가리도(58)를 형사범이라기 보다는 결혼한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간 한번도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던 정황 등이 드러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28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등이 공개한 필립 가리도 부부 공소장 내용 등에 따르면 두가드는 납치당한 지 한달 이내에 용의자 필립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어린 소녀 시절 내내 성관계가 지속됐으며 캘리포니아주 북부 앤티오크에 위치한 필립의 집 뒷마당에 격리된 채 오두막과 창고, 텐트 등지에서 지내야 했다.

두가드의 양아버지 칼 프로빈은 두가드와 재회한 뒤 "딸애가 납치된 이후 어느 시점부터인가 모르지만 필립이 납치범이라는 생각을 중단한채 남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납치 용의자 필립에 대해 `강렬한' 감정을 갖고 있었고 거의 결혼 관계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가드는 어머니 테리와 감격적인 재회를 나눈 자리에서 "안녕하세요, 어머니, 나에게 아기들이 있어요"라며 첫 인사말을 건넸다.

두가드는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납치범 필립 부부 등에 대한 원망이나 처참했던 감금 생활 보다는 자신이 한번도 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주로 털어놓아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두가드는 납치범 필립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딸에게도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아버지 칼은 "납치범과 관계를 맺어온 데 대해 두가드가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어쨌든 필립은 두가드와 18년을 함께 있었고 우리는 두가드와 11년을 함께 살았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납치범 필립이 인쇄 회사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가운데 두가드는 필립이 일해 온 인쇄 공장 대표나 고객 등과 만난 적이 있으며 고객 등에게는 자신을 `앨리사'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필립은 두가드를 자신의 딸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속였다.

필립이 소속된 인쇄 회사 대표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앨리사가 삽화 디자인 일을 했고 삽화 디자인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성범죄 등 다수의 전과가 있는 필립이 뒷마당에 `수상한' 별채 등을 차려놓고 어린이들과 살고 있다는 이웃 등의 신고를 받고 2차례 이상 필립의 집을 찾아가 대면 조사를 벌이고도 납치 행각을 적발해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경찰은 당초 필립의 범죄 사실을 조기에 밝혀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했다.

수사 당국은 납치범인 필립과 낸시 가리도 부부를 성폭행과 감금, 어린이 학대 등 29건의 혐의로 기소했으며 가리도 부부는 이날 법정에 출두,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필립 등은 성폭행과 감금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종신형이 선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