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으로 투병기 쓰는 '오방떡소녀' 조수진
“암에 걸리기 전까지 참 바쁘게 살았어요. 공부와 일, 대인관계까지 챙겨야 했죠. 뭐든지 열심히 해서 최고가 돼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조수진(31)씨는 좋은 학교를 다녔고, 친구들도 많았다. 뭐든 원하면 뜻대로 이뤄진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대학 때는 A학점 이하를 받아본 적이 없었고, 졸업 후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다.
하지만 ‘쾌속질주’는 거기까지였다. 2005년,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왔다. 기침이 심해 기관지염을 의심했고, 걷기 힘들 만큼 무릎이 아파 류머티즘 약도 먹어 봤다. 하지만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임파선암 3기’였다. 2006년 방사선치료를 마치고 폐렴으로 병원을 찾은 그는 암이 재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됐고 1주일 만에 몸무게가 7㎏이나 줄었다.
약과 주사를 맞으며 무균실에 시체처럼 누워 있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은 퇴원하면 해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대체치료를 받기로 하고 퇴원했다.
전국의 요양원을 찾아다니며 조금씩 몸을 추스린 그는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언니가 투병일기를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릴 적 만화가를 꿈꿨던 그는 인터넷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동글동글하다는 뜻으로 ‘오방떡소녀’라는 필명을 썼다. 여성조선 1월호가 ‘오방떡소녀’ 조수진을 만났다.
“암이 재발한 뒤로는 다시 웃지 못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인터넷에 올린 그림에 사람들이 달아 준 격려의 댓글을 보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예감했어요.”
그는 지난해 6월 투병기를 ‘암은 암, 청춘은 청춘’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하지만 병은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허리와 골반뼈에 암이 전이돼서 지금도 항암치료 중이다.
“책을 보고 젊은 암 환자들이 많이 연락을 해 와요.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같은 아픔을 가진 또래 친구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처음엔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외로웠는데, 지금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아요.”
“암에 걸린 뒤 삶이 오히려 풍요로워졌다”면서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장진영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는 그의 투병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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