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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 UAE 원전수주 막판까지 `살얼음판` > (연합뉴스 2009.12.28)

< UAE 원전수주 막판까지 `살얼음판' >(종합)
이 대통령 영접하는 모하메드 왕세자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후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UAE 방문기간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공개입찰 경쟁과 관련한 담판을 벌일 예정으로,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한전 컨소시엄의 수주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2009.12.26

MB "잠이 안온다"..덴마크에 아랍어 통역 대동
2주前 통보에도 `불상사' 우려 초긴장

한국전력 컨소시엄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는 막판까지 상황을 장담할 수 없는 `살얼음판'이었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후일담이다.

이미 2주전 UAE로부터 사실상 수주 확정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경쟁국인 프랑스가 막판까지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면서 원전사업 계약서에 서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것.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 수주에 나선 올해 봄부터 참모들에게 `잠이 안 온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수주전에 직접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UAE 원전 수주는 지난달초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아레바(Areva)로 기울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당시 현지를 방문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그룹 재직시절 중동을 무대로 뛰어다녔던 이 대통령이 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상황은 서서히 변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긴 장래를 보고 진심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진정성과 열정을 강조했으며, 이후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태영 국방장관등을 필두로한 실무 협상단을 급파하면서 꺼져가던 `불씨'는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UAE가 사실상 우리나라의 수주를 확정 통보한 것은 이 대통령이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 참석차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출국하기 이틀전인 지난 15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전화통화 이후 한차례 수주 결정을 연기했던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 숙고 끝에 한국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수행키로 사실상 결정했다"면서 "주말에 다시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통화 직후 즉각 참모들에게 아랍어 통역을 코펜하겐 일정에 동행토록 지시했다.

당시 참모들은 "토요일(19일) 귀국 후에 전화가 올 가능성이 높으니 통역을 데리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이 대통령은 "아랍인들은 금요일도 주말로 여긴다"면서 "금요일에 연락이 온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런 예상은 그대로 적중, 18일 코펜하겐 시내에 마련된 숙소에서 전화를 통해 모하메드 왕세자로부터 `낭보'를 전해들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에서 귀국하는 특별기내에서 68번째 생일파티를 하면서 쌀막걸리를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시는 등 어느때보다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 이유가 UAE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후에도 `철통 보안'을 유지하며,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했다. 통상 1-2주 전에 발표하는 해외순방 일정을 이번에는 출국 당일인 26일 오전 6시에 공식 발표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UAE 방문기간 모하메드 왕세자 등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의 입출국에 모두 공항까지 나왔으며, 환송장에서는 "솔직히 그동안 한국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한국이 원전을 수주하게 된 것은 신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도 지난 27일 오찬에서 이 대통령이 "아랍 음식 가운데 양고기와 낙타고기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준비를 하지 않은 관계자들을 질책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고 우리측 한 수행원은 전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은 UAE 국왕이 한국을 방문하면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손자까지 다 데리고 와달라고 당부하는 등 중동 사람들의 성향을 꿰뚫었다"면서 "오랜 비즈니스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아랍권에서는 포옹을 잘 하지 않는데 모하메드 왕세자는 공항에서 이 대통령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UAE 수도 아부다비 힐튼호텔에서 생중계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 수주 사실을 국민에게 알린 뒤 기자들에게 "내 입술이 터진 보람이 있네"라며 "언론이 그동안 협조해 준 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