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李대통령, 긴박했던 원전수주 외교> (연합뉴스 2009.12.29)

<李대통령, 긴박했던 원전수주 외교>(종합2보)
모하메드 왕세자 영접을 받는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후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해 모하메드 왕세자의 영접을 받고 있다.


패색짙던 11월초 모하메드 왕세자에 전화, 설득
오일시대 이후 다양한 분야 협력 제안해 성사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수주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물밑 수주지원 외교가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현대건설 대표시절 당시 건설된 국내 원전 18기중 12기를 건설하면서 습득한 해박한 관련 지식과 식견,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 CEO'로서 사실상 원전 수주전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국내에는 원전 20기가 가동중이다.

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수주전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달 초부터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UAE로부터 사실상 '프랑스에 원전 수주 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절망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 때 이번 입찰에 결정권을 쥐고 있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에게 지난달 이후 6차례나 직접 전화통화를 하면서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 우리의 기술력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UAE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大) 산유국이지만 원유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수십년 뒤 포스트 오일(post oil)시대를 지금 준비해야 하며 그 인프라, 즉 원자력과 첨단 정보통신, 인력양성의 상생협력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양국 정부가 이번 원전 프로젝트 협상을 계기로 그간의 자원 중심 협력관계에서 벗어나 향후 50년, 100년을 바라보는 형제국과 같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6번에 걸친 이 대통령의 '전화 외교'는 한국의 열세였던 수주전의 양상을 중립, 그리고 우세 쪽으로 점차 옮겨놓았다.

이 대통령은 또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과 UAE간 정부차원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6월 UAE를 방문, UAE 정부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지난달 다시 UAE로 서둘러 파견했다.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김태영 국방부장관도 한 전 총리를 수행했다.

여기에 프랑스의 '자책골'도 상황을 역전시키는데 약간의 요인이 됐다. 프랑스가 핀란드에 짓는 원전 프로젝트가 2년 연기되면서 신뢰에 살짝 금이 가게 된 것이다.

이런 뒤 이 대통령은 UAE에 방문 계획을 타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돌아온 직후 UAE로부터 '방문해도 좋다'는 답변을 듣고 원전 수주를 위한 '화룡점정' 작전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이 26일 아부다비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동안 공을 들인 성과가 나타났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 역시 27일 모하메드 왕세자가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탄소배출 제로(0)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를 예정에 없이 방문, 화답했다.

이러면서 지난 5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선두로 나섰던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막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프랑스가 원전 건설 분야의 선두권에 서 있었고 아부다비가 독립 직후부터 프랑스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도 프랑스가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였다.

UAE는 군사무기를 프랑스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고 UAE에 루브르 분관을 건설하는 13억달러 프로젝트도 실행중이다.

그런 프랑스를 누르고 UAE 원전을 수주한 것은 한국이 단순히 국제 원전수출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을 넘어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우리가 선도적인 녹색성장의 세계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중대한 모멘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는 이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30년전 이 대통령이 대표로 재직하던 현대건설은 고리 1,2호기 건설했을 당시 하청업체로, 건설기술을 전적으로 세계 최대 발전설비 건설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해야 했지만 지금은 웨스팅하우스가 한전 컨소시엄의 하청업체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단 하나라도 선진 기술을 더 얻어내기 위해 현대건설 회장으로서 웨스팅하우스 부사장과 치열하게 담판을 벌였던 일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에서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당당하게 선진기술로 세계에 진출하는 원전 수출국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