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따뜻한 디자인 세계가 반했다
디자인·광고제 휩쓴 5인 작품 모은 ‘위너, 그리고 디자이너’전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환경보호를 주제로 만든 공익광고 포스터. 뉴욕 원쇼 금상수상(2007). “대기오염으로 한 해 6만명이 사망합니다”라는 문구를 달았다. | |
2008년 모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설치했던 디지털 영상작품이다. 당시 명동 거리를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와 ‘소통’했다. 영상디자이너 설은아씨(34·포스트비쥬얼 대표)의 ‘이것이 사랑(This is love)’. 설씨가 빚어낸 ‘따뜻한 디지털’은 세계에서도 통했다. ‘이것이 사랑’을 비롯, 그가 제출한 세 작품이 지난해 뉴욕광고제에서 금·은·동상을 휩쓸었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서울 동숭동 남서울대 갤러리이앙(관장 김상학)에서 열리고 있는 ‘위너, 그리고 디자이너’는 그 현주소를 보여준다.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IDEA·레드닷을 비롯 칸광고제·뉴욕페스티벌·런던광고제 등에서 수상해온 20~30대 디자이너 5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제석(광고), 설은아(영상), 송원준(제품), 박성우(제품), 전진수(시각)씨의 시도는 의외로 소박했다. ‘쉽고 따뜻한’ 디자인이다.
◆일상, 재치, 그리고 소통=이제석씨(27·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는 현재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07년 한 해에만 국내외 30개의 상(중복 수상 포함)을 받았다. ‘총’의 이미지를 건물 옥상과 연결해 완성한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 공익광고 포스터, 이라크전쟁 반대 포스터 등 그의 작품은 시각적 위트와 사회적 메시지의 멋진 만남으로 평가 받았다.
제품 디자인도 ‘공감’과 ‘소통’이 대세다. 박성우씨(27)의 보이스 스틱(Voice Stick·2008년 IDEA 은상 수상)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 점자를 스캐닝해 목소리로 전해주는 기능이 눈길을 끈다. 차가운 디지털이 따듯한 아날로그로 승화됐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에너지싹(Energy Seed)’도 재미있다. 폐건전지에 남아 있는 전기를 모아 빛나는 램프를 만들었다.
◆위너(승자)를 넘어 디자이너로=국제 상을 휩쓴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이제석씨는 “튀는 형식보다 진솔한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겉으로 거칠어 보이더라도 안에서 솟구치는 힘이 느껴지도록 했는데, 이게 오히려 강점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은아씨는 사용자 중심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의 관점에서 세상을 해석하지만 내게 영감을 주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우씨는 아이디어보다 책임감을 강조한다. 그는 “아이디어는 디자인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를 구체적 작품으로 밀고 나가는 뚝심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충도 털어놨다. 송원준씨는 경영 마인드를 내세웠다. “디자인을 하고 직접 생산에 뛰어들어보니 특허 관련부터 물류, 법률까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디자인 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진수씨는 “정부에선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지만 연인과 이별하면 버려지는 연애편지 같은 단발성 대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전문마켓 창설 등 지속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전시는 24일까지 열린다. 16일에는 디자이너와의 대화가, 23일에는 예비디자이너를 위한 멘토링 워크숍이 마련됐다. www.galleryiang.com, 02-367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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