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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정이 있는 삶 안타까운 이야기

응급환자 옮기던 구급차 길 한복판서 고장 (연합뉴스 2010.02.01)

응급환자 옮기던 구급차 길 한복판서 고장

20분 지연…119 긴급후송 불구 환자 사망
유족측 “구급차 고장이 말이나 되나”

응급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이동 중이던 구급차량이 도로 한복판에서 고장나 10분 이상 멈춰선 사이에 환자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일 서울 강서경찰서와 김모(35.여)씨 유족 등에 따르면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임신한 김씨는 지난달 21일 정기검진을 받다가 갑자기 혈소판 수치가 낮아져 서울 서부지역의 M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다음날인 22일 오전 8시50분 두 딸을 출산하고 회복실로 옮겼다.

그러나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83%(정상은 95% 이상)로 떨어지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주치의는 김씨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대형 병원으로 이송키로 했다.

하지만, 김씨를 옮길 구급차가 출발 직전에 차량 내부의 산소 호흡장치 미작동 사실이 발견돼 새 호흡장치로 약 10∼15분 동안 교체하고서 오후 1시10분께 M병원을 떠났다고 유족 측이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구급차가 이송 중 도로 한복판에서 고장 나 멈춰 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씨가 숨졌다.

김씨와 동승했던 남편 계모(38)씨는 “구급차가 약 15분 가량 운행하다 1시25분∼1시30분께 갑자기 고장 났고, 차량에는 주치의 등 6명이 타고 있었다. 차량 시동이 꺼지면서 차 내부의 의료장치 역시 동작과 멈춤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계씨는 “주치의가 기도를 확보하려고 아내의 입을 열었을 때 거품이 많이 나왔고,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아내의 얼굴색이 변하고 손 온도가 차가워진 것으로 미뤄 이때 심장이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계씨는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119구급차를 불러 이화여대 목동병원으로 부인을 옮겼다.

119 상황보고에 따르면 유족은 오후 1시36분 119에 전화를 걸었고, 119구급차는 3분 뒤인 오후 1시39분 현장에 나타나 17분 뒤인 1시56분 이화여대 목동병원에 도착했다.

계씨가 주장한 차량 고장 시각이 맞는다면 김씨는 119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9분∼14분을 길거리에서 허비한 것이다.

이대 목동병원에서는 약 2시간 동안 김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오후 4시5분 공식적으로 사망 판정을 내렸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이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들어가 사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김씨 시체의 부검을 의뢰했다.

계씨는 “구급차가 환자 이송 중에 고장이 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런데도 병원 측에서는 해당 사고가 모두 천재지변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M병원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고 사인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려봐야 한다. 당시 구급차가 멈춘 것은 사실이지만 1월 중순 정비를 받았다. 우리도 (왜 차량이 멈췄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량이 고장 난 직후 119 응급차량이 왔다”며 “현재 유가족 측과 합의를 시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