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살게 될 것이다… '전자 기억'으로
입력 : 2010.02.20 03:05
디지털 혁명의 미래
고든 벨·짐 겜멜 지음|홍성준 옮김|청림출판|355쪽 | 1만5000원
20년 전 개봉된 아널드 슈월제네거 주연의 공상과학 영화 《토탈 리콜》은 주인공이 기억을 파는 회사를 통해 뇌 속에 기억을 이식받으면서, 현재 기억 이전의 자신과 조우하게 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기억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 물음을 던진다
.
《디지털 혁명의 미래》의 원제도 '토탈 리콜(Total Recall)'이다. 영화는 2084년을 배경으로 했지만, 이 책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그리던 '토탈 리콜', 즉 '완전한 기억'의 시대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책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 줄 혁명적 미래상으로 '완전한 기억의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책·사진·녹음 테이프를 통해 단편적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기억'을 기록하는 일이 더욱 용이해졌다. 디지털 카메라, 이메일, 휴대전화, PDA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우리는 전보다 훨씬 쉽게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일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사진에 담아두는 것도 앞으로 가능해진다고 예측한다. 가령 내가 평소 착용하는 셔츠의 단추나 펜던트, 넥타이 클립, 브로치, 안경테, 귀걸이에 매우 작은 카메라와 마이크, 위치 추적기 같은 기기를 설치해 일상을 저장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완전하게 남기는 것이 가능해지면 나 스스로 내 삶의 사서이자 기록 보관자가 될 수 있다.
책은 이 완전한 '전자 기억'을 통해 평범한 개인도 '불멸의 삶을 사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내가 살아 있는 시간 동안의 모든 행동과 생각과 삶을 디지털로 기록해 완벽하게 '전자 기억'을 만든다면 내가 죽은 이후에도 영원히 살아남는 '가상의 나', 즉 아바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미래를 예측하는 여느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흥미롭게도 이 같은 미래를 직접 현실로 구현해가는 주인공들이 서술했다는 점이다. 저자 고든 벨과 짐 겜멜은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온 선두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사(社)의 수석과학자들이다. 특히 고든 벨은 컴퓨터 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를 거쳐, 컴퓨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미국 DEC사에서 23년간 근무하면서 최초의 미니컴퓨터 제작에 핵심 멤버로 참가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로 자리를 옮긴 그는 자신의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기 시작하면서 '마이라이프비츠'라고 명명된 '완전한 기억 프로젝트'를 지난 10년간 추진해왔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사람들은 영화감독이나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과학자야말로 상상하고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저자는 나란 존재를, 곧 '내가 살아온 삶의 기억의 모자이크'로 바라본다. 그래서 기술 혁명을 통해 그 기억을 보다 완벽하게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어디 기억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져 있는가. 언제 어디서든 세상과 연결되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우리의 삶에 자유와 동시에 또 다른 구속을 안겨줬듯, '토탈 리콜'의 시대가 나를 영원히 살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망각하고 싶은 기억 속에 나를 가두어두는 또 다른 구속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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