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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현미경 들이댄 日…한국이 강한 4가지 이유 (한국경제 2010-04-05 17:52)

經産省, 한국 벤치마킹 보고서
1社당 내수규모 한국이 더 커…日기업은 자국시장서 소모전

한국의 지식경제부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다룬 보고서를 작성해 관심이다. 최근 산하에 '한국 실(室)'을 설치키로하는 등 '한국 배우기'의 연장선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입수한 이 보고서는 '일본 산업의 현상과 과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현재 일본 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정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산업성이 지난 2월 말 작성,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교수 언론인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토론을 거쳤다. 경제산업성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5월 중 민관합동으로 신(新)산업전략(가칭 산업구조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이 꼽은 한국의 강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대담하고 발 빠른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시장 규모는 한국이 일본보다 작지만 메이저업체 1곳당 국내시장 규모는 일본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휴대폰 업종의 경우 한국 국내시장은 연간 2250만대로 연간 3100만대인 일본보다 작다. 하지만 일본엔 메이저 업체가 6개나 되는 반면 한국엔 삼성전자와 LG전자 2곳뿐이다. 메이저 업체 1곳당 시장규모를 비교하면 한국이 1125만대로 516만대인 일본보다 2배 이상 크다는 계산이다.

자동차 철강 전력 석유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비해 일본은 자국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 수가 너무 많으며 국내에서 소모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이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의 '빅딜'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강력한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과잉공급 구조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 대해선 1985년 엔고(高)위기 때 정부가 공공투자 등 내수확대로 대응하면서 과잉공급 구조가 그대로 남았다고 꼬집었다.

셋째,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민관일체의 대응도 경제산업성이 본 한국의 경쟁력이다. 대표적 사례로 작년 말 UAE(아랍에미리트)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의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UAE 왕세자와 6번의 전화 교섭에 나서고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수주 체계를 갖추는 등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된 점을 핵심요인으로 꼽았다. 덕분에 가격 측면에서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20% 이상 싼 가격을 제시하고 공기 연장 같은 위험부담도 적극 떠안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본은 민간기업 중심으로 수주전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경제산업성은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녹색산업 · 첨단융합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집중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산업의 위상 저하에 대해서는 "왜 일본이 기술이나 품질은 이기고 있으면서 사업이나 이익에선 지고 있는가"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3위에서 2008년 23위로 곤두박질했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국가 경쟁력 순위는 1990년 1위에서 2008년 22위로 주저앉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글로벌 기업만으론 일본 경제의 위기 탈출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글로벌 제조업 이외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신흥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중산층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했다.

또 원자력발전 · 철도 등 신흥시장 인프라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도 신흥시장 공략을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어서 향후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실제 경제산업성 실무관료 2명이 지난달 초 지경부를 방문했을 때 한국의 신흥시장 전략을 집중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