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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계가 놀란 한국

[기고] 우리가 세워준 IT 센터에서 국무회의 연 페루 (조선닷컴 2010.04.08 23:31)

[기고] 우리가 세워준 IT 센터에서 국무회의 연 페루

  •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입력 : 2010.04.08 23:31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아무래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작년 11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한국이 너무 좋다. 한강도 멋지고…"라면서 체류 일정을 하루 더 늘렸다. 정상이 외국 방문 중에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는 정상회담을 하고 난 다음에 그만 청와대 안에서 넘어져 양복바지가 조금 찢어지고 말았다. 청와대는 급히 찢어진 부분을 짜깁기했고, 가르시아 대통령은 짜깁기 바지를 입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내용은 가르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다.

필자는 지난 3월 17일 페루 수도 리마의 국립영재학교에서 '한·페루 정보접근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정보접근센터(IAC·Infor mation Access Center)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02년부터 개발도상국의 정보화 교육 및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구축하는 일종의 '인터넷 플라자'다.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1개국에 구축됐으며, 페루가 22번째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 개소식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그동안 정보접근센터 개소식에는 그 나라 정보통신 관련 장관이 대표로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페루 정부가 24개 부처의 모든 장관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아예 그 자리에서 열 것이라는 전갈이었다. 파격적인 일이었다. 우리가 최신형 컴퓨터 66대와 첨단 디지털 기기가 설치된 정보화 교육장과 세미나실 등을 구축해주는 정도인데, 이렇게 고마워하리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궁금증은 행사 당일 가르시아 대통령을 만나고서 풀렸다. 그는 필자에게 자신의 짜깁기 양복바지를 보여주면서 지난해 11월 청와대 정상회담 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오늘 일부러 이 바지를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에게서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진심으로 우러났다. 한·페루 정상회담 때 우리측은 페루의 국가 정보화와 공적개발원조(ODA) 협력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한-페루 정보접근센터 개소는 이 약속의 가장 빠른 후속 조치였고,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24개 부처 장관들을 모두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방한 당시 그는 "경제 발전과 민주 발전의 모델로 늘 한국을 동경(憧憬)해왔다. 경험을 나눠줬으면 좋겠다"라면서 "일본·중국 등보다 한국과 모든 것을 먼저 하고 싶다. FTA도 한국과 가장 먼저 체결하고 싶다"고 했었다. 페루는 정보접근센터를 페루 전역의 인재(人材)가 모이는 국립영재학교에 세웠다.

한국은 해외원조 분야에서 OECD 국가 가운데 꼴찌에 가깝다. 중국과 일본의 지원 규모에는 한참 모자란다. 대부분의 국제 지원에서 우리는 일본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니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이번 페루 정보접근센터 구축의 예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그 나라 지도부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우리가 세계를 선도(先導)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T) 덕택이다.

올해 초 한국은 UN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192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우리가 앞서가고 있고 잘하고 있는 것을 세계와 공유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가치까지 올릴 수 있다. 이것을 'IT 홍익(弘益)사상'이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