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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6. 협상의 산실, 통상교섭본부 (서울경제 2010/09/28 02:08:58)

제네바·對美통상라인 주축…외부수혈도 많아 '다국적군'

[한국의 新人脈] <3부> 관료사회를 파헤친다 6. 협상의 산실, 통상교섭본부

제네바인맥, WTO등 다자외교 중심 줄기로… 김종훈·안호영 등 핵심인물 대부분 거쳐
이태식·김원경 등 '미국통'으로 맹활약… FTA추진 이후엔 김현종 등 외부영입도
'통상'은 협상의 기술인 만큼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진다. 다만 지극히 '보수적'인 정통외교부 사람들과 달리 자유분망한 사고를 지닌 '리버럴(Liberal)함'이 특징이다. 외부에서 수혈된 인재들도 많아 '다국적군'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다른 관료
집단처럼 지역ㆍ학교로 이어지는 인맥보다는 담당 영역이나 능력에 따라 출세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입신을 좌우하는 코스는 분명 있다. 이른바 '제네바 인맥'과 대미 통상 라인이 그것인데 통상교섭본부의 인맥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네바 인맥
한국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불리는 통상교섭본부는 지난 1998년 외무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통상산업부(현 지식경제부) 등에서 통상 분야 업무와 인력을 통합해 탄생된 조직이다. 지금의 통상교섭본부는 개중에서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동했던 '제네바 인맥'이 가장 큰 줄기를 이룬다. 제네바가 세계무역기구(WTO) 등 각종 국제기구가 즐비한 다자 외교의 중심 무대인 까닭이다.

김종훈(
외시 8회) 통상교섭본부장, 안호영(11회) 통상교섭조정관, 최석영(13회)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 안총기(16회) 지역통상국장, 이태호(16회) FTA정책국장, 김기환(17회) 다자통상국장 등 현 통상교섭본부 국장급 이상 등 대다수가 제네바 인맥의 줄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과장급에서도 김희상 FTA협상총괄과장, 김영재 세계무역기구과장, 이미연 다자통상협력과장 등 핵심 인물들이 제네바를 거쳤다
양자 외교의 가장 큰 핵심은 미국이다. 제네바 인맥 중에서도 워싱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통상교섭본부의 트로이카인 김 본부장, 안 조정관, 최 대표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다자는 제네바, 양자는 미국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교섭본부 간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를 겸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네바ㆍ워싱턴 외에 많이 찾는 곳은 유럽연합(EU) 대표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이다. FTA교섭대표를 역임한 이혜민(14회)
필리핀 대사와 최종현(15회)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워싱턴과 브뤼셀에서 근무했다.

최근 수석대표로
성공적으로 한ㆍ페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시킨 김해용(17회) FTA교섭국장은 제네바ㆍ워싱턴ㆍ브뤼셀 3곳 모두 경험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미 통상의 달인
통상에 있어 대미 인맥은 절대적이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거니와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큰 탓이다. 우리와 경제ㆍ정치적으로 밀접한 미국과의 FTA 협상에 있어 '미국통'들의 활약상은 절대적이다. 국내 관료 중 미국 전문가들은 북미유럽연합통상과를 거쳐 미국으로 파견ㆍ연수를 다녀온 케이스가 많다.

최석영 대표는
주미대사관 경제공사를 맡으며 한미 FTA 추가 협상, 쇠고기 협상 등에 참여했다. 현재 워싱턴에 경제참사관으로 나가 있는 김원경 과장과 김진욱 과장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핵심 실무자다. 김원경 과장은 외교부 출신 미국변호사 1호로 대미통상의 달인으로 불린다.

협상 당시 참여했던 멤버 중 조태열(13회) 주스페인 한국대사는 주미 경제참사관, 북미 구주통상담당 심의관 등을 거친 미국과의 양자 협상통이다. 정통부 특채로 공직사회와 연을 맺어 외교부에서 통상전문가로 활약한 남영숙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FTA 협상 당시 통신서비스ㆍ전자상거래분과장을 맡았다.

◇외부 영입 인재도 많아
통상교섭본부는 초창기 다자교역 업무가 중심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본격적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외부 전문가를 꾸준히 수혈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김현종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 김 사장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WTO사무국 분쟁해결상소기국 법률자문관으로 활동한 뒤 특채로 통상교섭본부에 합류했다.

외부 수혈은 특히 FTA 분야에서 많이 이뤄진다. 2005년 FTA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FTA국(4개 과)이 신설되면서 타 부처로부터 많이 영입했다. 현재 FTA 관련 업무는 2국 6개과로 확대됐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는 "도하개발어젠다(DDA)는 장기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FTA는 2~3년 안에 아웃풋이 나오기 때문에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인맥은 호남·TK출신 양대산맥 젊은피, 기수파괴 나서

[한국의 新人脈] <3부> 관료사회를 파헤친다 6. 협상의 산실, 통상교섭본부

'배려' 차원 호남장관 득세… 내부승진 케이스는 드물어
최근 2·3차산업 변신 시도… 젊은세대엔 기회의

농림수산식품부를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 중의 하나가 '배려'다. 장관을 포함한 상층부 인사가 있을 때면 인사권자들이 권력의 핵심에서 배제된 집단을 챙겨주기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곳이 농식품부다. 그래서일까. 전통적으로 농식품부는 호남색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때 1차 산업을 꺼리는 문화로 인해 인력풀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젊은 피에게는 기회의 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큰 변신을 꾀하는 부처가 되고 있다. 우선 부처의 분위기 자체가과거에 농축수산 등 1차 산업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2008년 보건
복지부의 식품산업진흥정책과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정책 등을 가져오면서 2ㆍ3차 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맥의 분포도 또한 달라지고 있다.

◇호남 출신 장관 득세, 내부 승진은 드물어
전통적으로 농식품부 장관은 지역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김영삼 정부 때는 허신행(전남 승주), 김양배(전남 곡성), 최인기(전남 나주), 강운태(전남 화순), 정시채(전남 진도), 이효계(전남 여수)씨로 이어지며 5년 내내 농림수산부(96년 농림부로 명칭 변경) 장관이 호남 출신이었고, 노태우 정부 때는 농림수산부 장관 다섯 명 가운데 세 명이 호남 출신이었다. 이번 정권에서도 정운천(전남 해남) 전 장관과 장태평(전남 무안) 전 장관이 호남맨이다.

지역안배가 강조되다 보니 내부
승진 케이스가 드문 점은 농식품부의 아픔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최근 정치권에서 들어온 유정복 장관까지 10명의 장관 중 김동태 장관만이 유일하게 정통 농식품부 관료 출신이다
◇호남ㆍTK 양대축으로
농식품부 인맥은 호남과 TK(대구ㆍ경북)가 양대 산맥을 이룬다
현재 농식품부에서는 정승(전남 완도) 2차관과 박현출(전남 목포) 식품산업정책실장, 김종훈(전북 진안) 식량원예정책관 등이 호남 출신 관료다. 정 차관은 업무에 대한 열정과 소신이 뛰어나 항상 앞서 나갔고 윗사람의 두둑한 신임을 받았다. 박 실장은 조직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정한 뒤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불도저 스타일이다.

김재수(경북 영양) 1차관, 양태선 기획조정실장(경북 상주), 배종하(경북) 한국
농수산대학 총장 등은 TK 출신 주요 인사다. 김 차관은 시야가 넓은데다 아이디어가 많다. 지난해 1월 농촌진흥청장으로 부임해 폐지위기에 처했던 농진청을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업무평가 1위 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양 실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답게 성격이 활발하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젊은 피, 기수파괴 나선다
농식품부는 타 부처에서는 과장급인 행정고시 36~37회 기수가 국장에 승진할 정도로 서열파괴가 과감히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파격인사 뒤에는 인력수급구조가 어려운 고충도 있다. 1차 산업 중심에 알짜 산하기관도 없는 부처 특성상 고시 출신들이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해수부가 분리되는 과정에서도 상당수가 국토해양부를 택해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로 인해 수산정책실은 인력풀이 제한적이다.

기수파괴의 선두주자는 김종훈(
행시 36회) 식량원예정책관과 이주명(행시 37회) 기획조정관이다. 김 국장은 지난해 승진한 뒤 녹색성장정책관, 대변인, 식량원예정책관 등 주요 현안들을 두루 맡았다. 이 국장은 꼼꼼한 성격으로 예산, 기획조정 등 부처의 안살림을 챙기고 있다.

이 외에도 김인중 기획재정담당관, 민연태 식량정책과장, 배호열 소비안전정책과장, 남태헌 농업금융정책과장 등 37회 기수가 주요 정책과장 자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