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고 넘치는데 돈 굴릴 곳 없어 ‘난감’
한겨레 | 입력 2010.09.29 22:50
정기예금 14.4% 급증…대출금은 2.4% 증가에 그쳐
부동산침체·수출호조로 대출수요 줄어 운용 어려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기조에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는데도 은행 '곳간'에서만 돈이 맴돌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주춤한데다,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고 있는 수출 대기업들이 굳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시중의 여윳자금까지 몰리면서 돈은 많은 데 빌려줄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427조6390억원에서 지난 7월 말 489조1929억원으로 14.4% 늘어났다. 반면 예금은행의 총대출금 잔액은 같은 기간 955조7822억원에서 978조9100억원으로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아 일제히 정기예금의 금리를 낮춘 배경에는 시장금리 하락뿐만 아니라, 예금을 받아도 돈 빌려줄데가 없는 은행의 사정이 놓여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피에프 대출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황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며 "게다가 잘 나가는 대기업들은 대출을 하지 않는 등 자금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 호조로 최대 실적을 올린 대기업들은 회사 내부에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52개사의 유보율(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은 6월 말 현재 698.82%로 70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552개사의 현금성 자산총액이 70조9522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8.91% 증가했다. 이원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상장회사들이 현금자산이 늘면서 차입규모를 줄였다"며 "우량 기업일수록 자금 수요도 적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다보니 은행들은 대출보다 과거 고금리로 발행된 은행채 등을 상환하는 데 자금을 활용하거나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말 은행권의 은행채 잔액은 178조411억원으로 1년 전의 199조5184조원보다 21조4773조원(10%)이나 급감했다. 은행이 남는 돈으로 채권 등을 사들이면서 유가증권 보유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7개 시중은행들의 원화 유가증권 평균 잔액은 약 16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2조원보다 10조원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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