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숨은 원동력은 마음을 사는 '감성 경영'
폭설 내린 새벽 직원들 생각에 해장국 들고 찾아가
한식의 세계화, 대기업이 먼저 활로 뚫어줘야 승산
한국프랜차이즈협회(회원사 400여개)를 이끌고 있는 김용만(54) 회장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오는 10월13~16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프랜차이즈대회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세계프랜차이즈협회(WFCㆍWorld Franchise Council) 회원 41개국 가운데 38개국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대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으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회원사와 협회의 노력,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아시아ㆍ태평양프랜차이즈협회에 가입신청을 한 뒤 승인을 받기까지 8년이 걸렸습니다. 2008년 WFC에 가입하는 데만도 10년이 더 걸렸죠. 서울대회는 한국 프랜차이즈산업이 세계에서 드디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다. 협회장으로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김 회장은 이번 대회를 프랜차이즈산업의 위상을 재확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국내 연간 프랜차이즈산업의 총 매출 규모는 8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이른다"며 "은퇴 시기는 빨라지는 반면 수명은 더 늘어나는 세태에 비춰보면 향후 프랜차이즈산업이 고용 등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프랜차이즈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 최대 이슈인 인증제 등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통상적으로 가맹점이 100개 이상 되는 가맹본사의 경우 당장 인증제가 실시돼도 별 탈이 없지만 영세 브랜드는 상황이 다르다"며 "인증제가 프랜차이즈산업의 진입 장벽을 높여 창업의지를 꺾는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브랜드에는 자본금 규모 등 인증요건을 완화해주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프랜차이즈 평가제도도 여러 정부부처가 따로 만들기보다는 하나로 통일해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붐처럼 일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프랜차이즈가 되려면 계량화ㆍ규격화ㆍ매뉴얼화가 필수적인데 한식은 기본적으로 손맛이라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들이 먼저 나가 활로를 뚫어줘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로 진출하려는 브랜드에 대한 정부의 지원 창구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회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적' 아이템인 김밥을 프랜차이즈 성공 모델로 만든 인물이다. 김밥 프랜차이즈의 원조인 '김가네'가 바로 그의 회사.
이제는 전국 400여개 가맹점에 연매출 200억원(본사 기준)인 매머드급 브랜드의 대표지만 그도 김가네로 성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에는 조그만 치킨집을 했어요. 시쳇말로 가맹점주였던 셈인데 장사가 잘 안 돼 다른 업종을 찾았죠. 그게 바로 분식집이었어요."
직접 빚어 만든 손만두로 재미를 봤다. 고객 입장에서 속이 터져라 먹음직스러운 만두를 만든 덕분이었다. 하지만 새벽 늦게까지 만두를 빚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는 김밥이라는 아이템에 도전하게 됐다. 그때가 1994년. 서울 혜화역 인근에 김가네를 열었다.
"매장 윈도 앞에서 김밥을 마는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반응이 대단했죠. 그때의 흥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설렙니다."
김가네의 김밥은 프리미엄 김밥으로 통한다. 다양하고 질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인식 때문에 김가네 김밥만 찾는 사람도 많다. 김 회장은 이런 브랜드 이미지의 숨은 원동력을 '직원 사랑'에서 찾고 있다. 대표가 나서서 직원들을 아끼고 챙기면 직원들은 가맹점주의 애로점을 찾아 또 그들을 챙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십여년 전의 일인데 인도와 도로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눈이 너무 많이 온 날 새벽이었죠. 그날 직원들 생각이 나서 시장에 들러 해장국을 두 통 사서 택시를 잡아 타고 회사로 향했습니다. 새벽부터 일하던 직원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그 당시 해장국을 먹었던 직원들은 영업 필드를 거쳐 과장ㆍ부장으로 승진했다. 김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이른바 마음을 사는 '감성경영'의 첨병이 이들인 셈이다.
15년 전통의 김가네는 요즘도 가맹문의가 쏟아질 정도로 인기다. 최근에는 기존 점주의 상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도권의 신도시 인근에 신규 점포를 내주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도 신경 쓰고 있는데 이미 진출한 중국의 경우 교포 인접지역 입점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 지역으로 입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 회장의 경영 철학 김용만 회장의 집무실에 들어가면 단연 눈을 사로잡는 게 있다. 바로 자수로 만든 호랑이 액자. 특이한 것은 액자 속 호랑이가 세상을 삼킬 듯이 포효하는 모습이 아니라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긴 듯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포효하는 호랑이가 일반적이지 않냐"고 묻자 김 회장은 한 손으로 액자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사자성어가 쓰여 있었다. 그는 "호랑이같이 예리하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우직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두르거나 한눈 팔지 않고 묵묵하게 길을 가되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빛처럼 주위를 제대로 살피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포효하는 호랑이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세상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김 회장은 "무슨 일을 하든지 확실한 전략과 체계적인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마음만 급해서는 결국 탈이 나고 만다"고 말했다. 김가네가 예비창업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가맹점 수가 수년째 400여개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런 경영철학에서 연유한다. 무작정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서는 내실 있는 발전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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