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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박칼린 카리스마의 원천 (중앙일보 2010.10.03 15:12)

박칼린 카리스마의 원천

2010.10.03 15:12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요즈음 사람 몇만 모인 곳에 가면 박칼린(43·사진)이 화제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박칼린은 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이었다.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꼽히는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이었다고 얘기하면 “나도 그 뮤지컬은 봤는데…” 하는 정도였다.

일반 대중이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7월 초다. 그는 이때부터 지난주 방송이 마무리된 KBS-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오디션을 거쳐 합창단원을 뽑았다. 지원자는 가수, 뮤지컬 배우, 개그맨, 일반인이 뒤섞여 있었다. 박씨는 지원자 노래를 들어가며 그때 그때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웃거나 무표정이거나 하다가 칭찬이라도 하면 그것은 곧바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렇게 뽑은 33명의 합창단원을 하나로 묶어 나가는 모습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단원들과 얘기할 때는 빨아들일 듯한 눈길을 보낸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따라하라”고 외칠 때는 이종격투기 선수도, 개그맨도, 가수도 고분고분해진다. 박칼린은 생판 몰랐던 33명의 오합지졸을 제대로 된 병사로 훈련시켜나간다. 프로그램의 당초 취지는 이경규·김국진·김태원·이윤석·김성민·윤형빈 등 기존 출연진의 합창 도전기였지만 박칼린과 단원 속에서 그들은 왜소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고된 훈련을 마무리하는 거제합창대회는 단원과 시청자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미션’의 삽입곡에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와 ‘만화영화 주제가 메들리’를 부른 뒤 그들은 서로 안고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시청자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26일 방영한 합창대회의 시청률은 31.4%에 달했다.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한 것은 합창단원이 고생해 가며 소리를 만들가는 재미와 박칼린이 품어내는 매력 때문이다. 특히 박칼린의 인기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200여 곳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그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시원스러운 외모도 있지만 그가 보여준 강력한 리더의 자질에 있다.

그 첫 번째는 신뢰다. 합창대회에서 무대에 오르면서 단원들은 긴장을 떨치지 못한다. 표정이 굳는 건 기본, 손을 떠는 사람도 여럿 있다. 어디선가 “선생님이 빨리 나와야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앞에 서면 비로소 단원들의 떨리던 손과 굳은 마음이 풀렸다. 보기만 해도 믿음이 생기는 지휘자를 따르지 않은 단원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단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힘을 보여줬다. 박칼린은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창 소리가 나오자 이런 말을 한다. “비로소 하나가 됐다. 이게 우리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룬 거다. 하나가 됐기 때문에 거제도에 안 나가도 된다.” 방송 자체가 정한 합창대회 참여라는 목적이 있지만 박칼린은 스스로 비전을 정하고 실천해 나간 것이다.

그는 수시로 단원들에게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따뜻함을 갖고 있다. 합창대회가 끝난 뒤 이종격투기 선수 서두원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노래하는 것이 꿈이었다. 평생 한번도 못해보고 죽을 수 있었는데 꿈을 이뤘다”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박칼린은 서씨에게 “왜 우느냐”면서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서씨가 꿈을 이룬 것을 자기 일처럼 기뻐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한 에너지의 원천은 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전문적인 음악적 자질에 있다. 33명이 동시에 노래를 하면 누가 무엇을 잘못하는지를 꼬집어낸다. 그들 가운데 누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꼭 집어내 호통을 친다. 만화 주제가를 메들리로 묶는 솜씨도 단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단원 가운데는 성악 전공자나 현재 가수로 활동 중인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을 장악하고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박칼린이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와 비전, 함께 울고 웃어주는 따뜻함을 갖춘 리더. 전문적인 실력을 갖추고 믿고 따르면 반드시 비전을 실현시키는 지도자.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인 동시에, 박칼린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다.

TV ‘남자의 자격’ 합창단 기적 이끈 박칼린 인터뷰

[중앙일보 2010.10.02 02:14 ]

2010.10.02 01:58 입력 / 2010.10.02 02:14 수정

“사람이 안 돼 있으면 실력 있어도 결과 나빠”
칼같은 카리스마, 인자한 리더십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신드롬이 일고 있다. 그의 부드러우면서 강한 리더십이 화제다.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기폭제가 됐다. [조용철 기자]

이 여자,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다. 지난 주말 그와 오합지졸 아마추어 합창단이 만든 작은 기적은, 오랜만에 TV 시청자들을 흠뻑 울렸다. KBS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합창단을 지휘한 음악감독 박칼린(43)이다. 소통과 신뢰 속에 남격 합창단은 마침내 ‘하모니’를 이뤘고, 대회가 열린 마지막 방송은 눈물바다가 됐다. ‘칼린쌤’이 보여준 강한 카리스마와 엄하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은 ‘박칼린’ 학습 열풍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칼린은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세대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랐다. 1995년 28세에 뮤지컬 ‘명성황후’ 음악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후 국내 뮤지컬 산업의 시스템 구축에 일조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청담동 킥뮤지컬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강의하는 뮤지컬 아카데미다. 인터뷰 당일은 그가 음악 수퍼바이저로 참여한 뮤지컬 ‘틱틱붐’ 개막일이기도 했다.

-박칼린 신드롬이 일고 있다.

“뮤지컬을 20년 했는데 다른 것으로 알려지니 다소 아이러니하다. 나는 늘 똑같다. 다만 이번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간 간직해온 몇 가지 철학이 살아남은 걸 확인하게 돼 기쁘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는 거, 사람과 사람의 관계, 진심은 언제든 통한다 같은 것들 등등.”

-예능프로 출연에 망설임은 없었나.

“PD에게 진짜 목적이 9월 3일 거제도 합창대회 맞느냐고 거듭 물었다. ‘사전 구성도 없고 아무 요구도 않겠다. 이건 예능이 아니고 다큐’라고 답하더라. 첫 미팅 3시간 중 2시간은 그에 대한 확답을 듣는 거였다. ”

-개인적으로 ‘남격’ 합창단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이런 아마추어를 데리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가 하나의 도전이었다. 사람들을 잘 살폈다. 어떻게 짝을 맺어주면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전체를 잡을 수 있을지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코미디 때문에, 아니면 자기를 알리려 튀고 까부는 모습이 사라졌다. 내가 못하면 남에게 피해가 가는구나, 상대가 연습을 많이 해오니까 나도 열심히 해와야겠다, 이런 믿음이 생긴 거다. 내게 ‘남격’은 그저 방송프로가 아니다. 내가 감독한 하나의 작품이다.”

-‘박칼린 리더십’이 화제다. 소통과 신뢰, 자율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자의 책임감을 일깨우고, 엄격했다가 ‘사랑합니다’ ‘I 믿 You(나는 너를 믿는다)’라며 끌어안기도 하고.

“평소 뮤지컬을 하면서 소통과 신뢰, 사람 사이에 위아래 없다는 걸 강조해왔다. 뮤지컬은 모든 것을 최소로 압축한 장르다. 연주자 수만 해도 오케스트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빠져도 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똑같이 중요하다. 배우들에게 늘 스태프를 소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나도 직원들을 직원이라고 안 부르고 군단이라고 부른다. 평소 선생님, 이러면서 굽실거리는 사람들은 잘 안 쓴다.”

-좋은 리더의 역할은 뭘까.

“리더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따라주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 남이 만들어주는 자리다. 리더의 역할은 사람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사람들을 잘 배분하는 거다. 20년 일하면서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오디션도 3분이면 끝이다. ‘남격’에서도 그랬지만 실제 오디션 때도 기술보다 인격·인성을 본다. 사람이 안 돼 있으면 아무리 실력 있어도 결과가 안 좋다. 나는 목표를 정하면 밖에서 어떤 게 날아와도 무시한다. 필요 없는 것을 모르는 척하는 힘이 있다.”(웃음)

-리더십의 모델이 있나.

“어려서 부모님께 받은 영향이 크다. 딸만 셋이고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지만 어려서 집에서는 차별이라는 게 없었다. 여자여서, 어려서 안 되는 게 없었다. 모든 게 실력대로, 실력순이었다. 부모님이지만 틀렸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얘기하게 하셨고, 어떤 일이든 충분히 미리 설명해주셨다. 충분한 설명을 들으니 매사 불평이 없었고, 세상에 말로 해서 안 될 일이 없다는 믿음도 생겼다. 그렇지 않은가. 진심으로 말로 소통해서 안 되는 일이 있는가.”

-‘명성황후’ 이후 국내 뮤지컬 음악 감독의 계보는 대부분 여성이다. 해외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는데.

“역사의 단추를 잘 못 끼운 탓이 아닐까(웃음). ‘명성황후’ 때 20대였는데, (자)존심 때문에 20대 여자 밑으로 들어와 배울 남자들이 없었던 거다. 여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남자는 뮤지컬 음악감독 안 하는 것 같은 풍토가 돼버렸다. 물론 최근에는 바뀌었지만.”

-당시로는 파격적인 등장이었다.

“그전엔 음악감독이라는 인식이 아예 없었으니까. 오디션 제도도 처음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이 많은 배우들이 ‘어린 여자 앞에서 오디션 보라니 말이 되냐’며 화내기도 했다. 그땐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 레슨 받는 것도 없었다. 그저 끼 있고 노래 좀 한다 싶으면 뮤지컬 배우 하는 줄 알던 시절이니까. 어린 여자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려 하니까 반발이 심했다. 난 차별 같은 건 전혀 경험 못하고 자랐는데 그때 한국사회에서 나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값어치인지 절감했다.”

-마녀라는 별명도 있었다.

“초기에 뮤지컬 배우들한테 보컬 레슨 받아라, 춤도 배워라, 공부해라 하도 닦달하고 다녀서 얻은 별명이다. 한동안 나는 ‘필요하기는 하지만, 껄끄럽고, 그렇다고 자를 수도 없는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남격’ 마지막 회에 단원들과 함께 울 때 자막으로 나갔던 ‘그간 이방인으로 느꼈던 설움’이라는 게 그런 뜻이다. 혼혈이란 점은 특별한 한계가 되지 않았다.”

-뮤지컬과는 언제 인연을 맺었나.

“미국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오케스트라를 하고 뮤지컬 배우를 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첼로주자였는데 지휘자 선생님은 잠깐 자리를 비우면 꼭 내게 지휘봉을 맡기시곤 했다. 어려서 농구·승마도 했다. 팀을 짜서 소 500마리를 몰아본 적도 있다.”(그는 캘리포니아 종합예술대학을 거쳐 서울대 국악과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다음 작품 계획이 있다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왜 브로드웨이에 가지, 불모지에서 사서 고생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게 좋다. 차기작으로는 정말 맘 맞는 사람들끼리, 남의 돈 안 쓰고, 아주 작은 규모로, 일 하는 게 곧 노는 것인, 그런 휴식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

 -새로 맡은 뮤지컬 ‘틱틱붐’을 소개해 달라.

“파격적 형식과 음악으로 뮤지컬의 틀을 깨며 반향을 불러일으킨 ‘렌트’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이다. 작은 무대에 젊음의 폭발력을 담은 록음악, 주연배우 세 명의 동등한 역할분배 등이 흥미로울 것이다.”

◆뮤지컬 ‘틱틱붐’=서른을 앞둔 젊은이들의 꿈과 패기를 소재로 한 록뮤지컬. 11월 7일까지. 충무아트홀. 1544-1555

박칼린 신드롬…우리는 '영웅'을 꿈꾼다

  • <세계닷컴> 입력 2010.10.02 (토) 13:18, 수정 2010.10.03 (일) 10:01

KBS ‘남자의 자격’에 합창단 음악감독으로 나선 박칼린의 리더십이 화두다. 박칼린은 오합지졸과도 같았던 단원들을 훌륭한 합창단원으로 조련하며 ‘여자 히딩크’, ‘제2의 강마에’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방송은 끝났지만 박칼린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은 본인은 물론 제작진조차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이 다수 포함된 합창단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쳤고 그 열의와 노력은 시청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장려상’이라는 성과보다는 박칼린의 리더십과 멤버들의 불굴의 의지가 만나 한 뜻을 이룬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박칼린의 합창단은 사실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된 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악보를 볼 줄조차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였으며 모두 바쁜 개인의 본업이 있었다. 또한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겨우 2개월의 프로젝트였다.

개그맨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등의 기존 출연진들은 초반 재미를 위해 튀는 발언과 돌발 행동을 보였지만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 그리고 전체를 위한 책임감이 뚜렷하게 보였다.

박칼린은 엄격하면서도 공정했고 소통과 신뢰를 중요시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긴장되는 연습 시간이 끝나면 그녀는 ‘사랑합니다’라고 말했고, 거제 합창대회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긴장한 단원들에게 ‘I 믿 You(나는 너를 믿는다)’라며 따뜻한 포옹을 했다. 합창곡 ‘넬라 판타지아’의 솔로를 배다해에서 선우로 바뀌었을 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리더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했다. ‘음악을 즐기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다, 긴장하라’고 외친다. 그 유명한 ‘플랫’, ‘시선’, ‘벽에 가서 서 있어’ 등의 발언은 단원들을 이완과 긴장의 연속으로 몰아넣었다. 그것은 단원들에게 지속적인 동기 유발이 됐다.

왜 대중들은 박칼린에 열광한 것일까. 이것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인과응보’의 따른 정의와도 가깝다. 거기에는 노력과 진실함이 내포되어야 한다. 또한 박칼린이 보여준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건함은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영웅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진정성이라는 장점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박칼린과 출연진들을 제외하고서라도 넬라 판타지아, 만화영화 메들리는 노래 그 자체로 너무 좋았다”며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넬라 판티지아는 물론 만화영화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리더’들에게 도전을 주기도 했다. 신경민 MBC 앵커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박칼린은 매력적인 지도자”라며 “두 달 만에 오합지졸을 근사한 하방단으로 승격시킨 요소는 실력, 열정, 피, 땀이었죠. 혈연, 지연, 학연, 근무연, 술 실력이 아니었죠. 바로 이겁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박지도자의 매력과 본질에 대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영화평론가이자 대구사이버대 교수인 심영섭 교수는 “박칼린 선생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나는) 온라인대학, 그것도 지방대학의 선생. 제자들 태반은 전문대 졸업생이지만, 나는 제자들이 그것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없다고 믿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며 “나는 제자들을 믿는다. 명문대 대학원에 간 제자가 있으니 유학 갈 제자도 나올 것이다. 박사 제자도 나올 것이다. 나는 그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는다”라고 전했다.

지금은 ‘뮤지컬의 전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최고의 위치에 오른 박칼린이지만 그녀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명성황후’ 이전에는 ‘음악감독’이란 명칭이 따로 없었다”며 “그 작품을 통해 음악감독에 대한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은 이국적인 외모와 어리다는 이유로 수많은 텃세를 경험했다. 그녀는 당시를 떠올리며 “음악감독을 시작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겠단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남다른 의지와 열정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전했다.

박칼린은 두 달간의 축제를 마치고 다시 본업인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돌아갔다. 최근 세계적인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틱,틱…붐!'의 음악슈퍼바이저로 참여, 오민영 음악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을 극찬하고 벤치마킹하겠다는 여론의 반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리더가 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이 생기면서 리더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건 뒤늦게 되돌아봐서 생각해 본거죠. 리더가 되고 싶어서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