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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커플 보면 부럽니? 마담뚜한테 부탁해봐! (동아닷컴 2010-10-05 10:46)

커플 보면 부럽니? 마담뚜한테 부탁해봐!

부산의 한 남자고교에 다니는 1학년 윤모 군(16·부산진구)은 9월 모의평가를 치른 뒤 친구 4명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으로 향했다. 최신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논 지 20분이 지났을 즈음, 윤 군과 친구들은 갑자기 노래를 멈추고 테이블 위에 놓인 키보드 형태의 리모콘을 집었다. 바로 ‘노래방팅’을 하기 위해서다.

노래방팅이란 노래방에 따로 마련된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노래방의 다른 방에서 노래하고 있는 학생들을 검색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같은 방에 모여 노는 것. 채팅을 하는 동안 천장에 매달린 작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 화면으로 다른 방 여학생들(남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줌 기능’을 사용하면 다른 방 학생들의 얼굴을 ‘스캔’(샅샅이 살펴본다는 뜻의 은어)할 수도 있다.

이날 윤 군과 친구들이 노래방팅을 신청한 상대는 2번 방에서 놀던 같은 지역 학교 여고생 5명. 이들은 1시간 20여 분을 함께 논 후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헤어졌다. 윤 군은 “이날 만난 여학생 중 한 명에게 ‘대시’한 결과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다”면서 “반 친구 중 절반 이상이 노래방팅을 해봤을 정도로 노래방팅은 이성 친구를 만날 절호의 기회”라고 전했다.

신세대들이 이성 친구를 만나는 방법이 갈수록 다양하고 대범해지고 있다. 학교나 학원 등 한정된 장소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를 발견한 뒤 ‘어떻게 고백할까’를 고민하다 겨우 용기를 내는 학생은 이제 ‘원시인’ 취급을 받는다. 요즘 중고생들은 별의별 ‘팅’(만남)을 만들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성 친구를 만날 기회로 삼는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오로지 연락처만 건네받고 문자를 주고받는 ‘문자팅’, 온라인 커뮤니티게시판을 통해 서로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한 뒤 메신저로 이성 친구를 만드는 ‘메신저팅’이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상에서 대화를 주고받다가 실제 만남을 갖는 ‘트윗팅’도 생겨났다. 심지어 이성 교제가 목적인 고교생 트위터 사용자들이 모인 모임도 개설됐다.

서울의 한 여고에 재학 중인 이모 양(16·서울 노원구)은 친구들 사이에서 ‘사진팅 전문가’로 불린다. 사진팅이란 남학생의 학교, 나이 등 기본 신상정보와 함께 그의 사진을 직접 여학생에게 보여주면서 만날 것인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일종의 ‘즉석 소개팅’.

“주위에 ‘예쁜 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남학생 친구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그때 ‘결혼정보업체처럼 소개팅을 해주고 일정한 대가를 받으면 용돈도 절약하고 재미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죠.”

이 양은 사진팅을 원하는 남학생들로부터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멀티메일로 전송받았다. 이후 평소 알던 여학생 친구는 물론 지나가다 예쁘장한 여고생이 지나가면 휴대전화에 보관돼 있는 남학생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사진팅을 해볼 생각이 없는지’를 물었다. 과연 여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여학생이 사진팅에 흔쾌히 응했다는 게 이 양의 설명. 한 달에 평균 사진팅 11건을 주선하고 그중 실제 커플이 되는 건 3쌍 정도라고.

이 양은 “남학생 친구들에겐 사진팅 성공 대가로 영화티켓이나 액세서리 등을 받는다”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남학생이 사진을 보내온 경우도 있는데 심지어 사진팅을 하고 싶다며 사진을 보내오는 여학생도 생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