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9988' 인기 직장 만들기
입력 : 2010.11.02 23:06
- ▲ 송의달 산업부 차장대우
"연구·개발(R&D)직을 뽑으려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있는 용인보다 북쪽이어야 하고, 마케팅·기획사원 선발의 남방 한계선은 서울 양재동이라는 걸 아세요."
지난주 만난 A기업의 B부사장은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신제품 개발이나 판매가 아니라 인력 채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의료용 검사기기 제품으로 8년여 만에 연매출 1000억원대의 기업을 일궜지만 괜찮다 싶은 인력은 입사 1~3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떠나거나 면접조차 거부한다는 하소연이다.
"매출의 60%를 해외에서 올리고 매년 20%씩 성장하는데도 지방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할 때마다 씁쓸합니다."
B부사장은 결국 경기도 용인 본사와 별도로 최근 서울 양재역 주변에 사무실을 열었다.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발버둥인 셈이다.
취업 시즌이지만 중소·중견기업 현장에선 이처럼 구인난(求人難)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열 곳 중 여섯 곳은 채용 공고를 내고도 직원을 뽑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23%)은 미국(51%)·일본(41%)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통틀어 최하위다. 이런 불일치를 단번에 고칠 묘책은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학력 인플레에다 핵가족화, 산업구조 변화,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까지 겹쳐 있는 복잡한 사안인 탓이다.
그래도 이를 마냥 방치했다가는 한국 경제 전체가 멍들 수밖에 없다. 이른바 '9988'(한국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한다는 뜻)로 불리는 중소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최대 보병군단이지만 실력과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 총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에서 지난해 32%로 떨어진 반면 대기업들이 만드는 상위 10대 품목의 비중은 전체 수출의 63%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 산업계는 소수 대기업 중심 '스타 제품'에 의존한 채 대·중소기업 간 주종(主從)관계가 고착화되고,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이탈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대기업을 쥐어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나 세제·금융 혜택의 효과는 일시적이다.
대기업들도 부러워할 만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 쪽으로 산업정책 노력을 본격화하고,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 캠페인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벌였으면 한다. EU는 이미 2007년부터 R&D 총지원금액의 75%까지 중소기업에 몰아주는 '유로스타(Eurosta)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짜 중소기업들을 키우고 있다.
일부 국내 중소기업들은 지금도 대기업보다 근무 환경이 좋고 장래성도 밝다. 사람들이 모를 뿐이다. 작지만 강한 한국형 '스몰 자이언츠(Small Giants)'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확산된다면 유능한 젊은이들이 앞다퉈 중소기업을 찾을 날은 반드시 온다.
'교 육 > 취업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부급군인 위장취업 의혹 (아시아경제 2010.11.16 10:52) (0) | 2010.11.16 |
---|---|
대학생이 취직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오마이뉴스 2010.11.03 18:23) (0) | 2010.11.03 |
이건희 회장 `전략기획실 부활, 아직은 잘…` (매일경제 2010.10.30 21:31:00) (0) | 2010.11.02 |
샐러리맨의 꿈, 연봉 1억원을 받는 법 (이코노미플러스 2010.10.21 16:31) (0) | 2010.10.22 |
<`경찰관 되려면`.. 광주전남 오세요> (연합뉴스 2010/10/19 16:53) (0) | 2010.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