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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함바 로비` 유씨, 정보기관 같은 인맥관리] (조선일보 2011.01.10 03:01)

['함바 로비' 유씨, 정보기관 같은 인맥관리]

유력인사 130여명 신상 파일 만들어 고향·출신학교·인맥 등 꼼꼼히 기록

인맥 정보 관리… PC에 수시로 업데이트 "내 돈 안받은 관료없다" 측근에게 말하고 다녀


물량 공세… 전라도 특산물 홍어 선물 양주박스에 현금 담기도
직위 사칭… 경찰 등과 함께 다니며 "내가 금융감독원장"

"대한민국 관료 중에 내 돈 안 먹은 사람 없다." 건설현장 식당(함바) 운영권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급식업체 대표 유모(65)씨는 평소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유씨는 자기가 관리하는 인사들의 리스트를 컴퓨터 파일로 저장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해 왔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이름과 고향, 출신학교는 물론 누가 누구와 친한지 인맥(人脈) 지도까지 그릴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30여명의 인맥 정보가 가득한 이 파일에는 정·관계, 재계, 경찰과 검찰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건축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 재개발 조합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한 측근은 "정보기관이 관리하는 정보를 보는 것 같았다"며 "특히 경찰 인맥이 많아 경찰 인사과 정보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전했다. 유씨는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뿐만 아니라 자기가 관리하는 인사들의 인사청탁도 집요하게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비서진에 따르면 "유씨는 (강 전 청장을) 만날 수 없다고 해도 집무실을 계속 찾아온 정말 끈질긴 사람이었다"며 "유씨 때문에 비서진이 상당히 난감했을 정도"라고 했다.

유씨는 전라도 특산물인 홍어를 선물로 보내거나 양주 박스 안에 현금을 넣는 방식으로 이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이렇게 관리해 온 인사들을 식사·술자리에 데리고 다니며 자신이 현직 금융감독원장, 감사원장이라고 사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브로커는 "유씨 옆에 있는 경찰서장과 건설사 간부들이 서로 치켜세워주니 동석한 사람들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가 관리한 인사 중 30여명 선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에게 피해를 당한 중간 브로커나 업자들을 통해 일부 인사들의 연루 혐의를 잡고 계좌추적 등 기초조사를 하며 수사 대상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기 위해 유씨에게 로비자금을 줬다가 떼인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달라며 찾아가면 고위층 인맥을 과시하며 무마하려 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유씨는 빚 독촉하러 간 사람에게 소매를 걷어 양팔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처남 등 측근들은 피해자들에게 "유씨가 어떤 사람인데 합의할 생각은 안 하고 고발하느냐. 힘겨루기를 해보자는 것이냐"며 피해자들을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많은 피해자는 유씨에게 저항하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비유하며 송사도 포기할 정도였다.

유씨에게 수억원을 뜯겼다는 한 피해자는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 30여명을 모았지만, 상당수는 '유씨가 어떤 사람이냐. 인맥을 동원해서 금방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며 "지난해 6월 안산지청에 유씨를 고소할 때는 7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유씨도 자신이 필요한 고위 인사들 앞에서는 고개를 조아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와 돈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난 전직 장관의 동생은 "내 앞에서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네네'하며 굽실거려서 유씨 같은 사람이 그렇게 큰 사업을 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함바 게이트' 유씨는 누구?] "그는… 함바의 무법자였다

입력 : 2011.01.08 03:01

음주운전, 전화 1통으로 해결… 사무실에 '명함 찍는 기계'도
신문사 국장 사칭 '신분 위조'… 전화 10여대, 서울에 빌딩 4채

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모(65)씨의 지인(知人)들은 유씨를 '천하의 무법자'라고 불렀다.

유씨가 따온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개인 업자들에게 되팔았던 한 브로커는 "내가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걸린 뒤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소동을 피운 적이 있는데, (유씨가) 전화 한 통을 하자 10분 만에 경찰이 나가라고 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유씨는 사무실에 명함 찍는 기계를 갖다 놓고 즉석에서 신분을 위조했다. 유씨는 경찰 치안감이라고 사칭하기도 했고 신문사 편집국장 명함까지 갖고 다녔다. 이름도 가명(假名) 여러 개를 번갈아 사용했다. 유씨가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 고위 간부조차 유씨 이름을 가명으로 알고 있었다.

유씨는 중간 브로커나 업자들에게 자신을 '유 영감' '유 회장'이라고 부르도록 했다고 한다. 그의 지인은 "유씨가 비서 휴대전화를 쓰거나 10여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유씨는 서울에 빌딩 4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진급, 내게 이야기하라"

(조선일보 2011.01.12 03:08)

'함바 비리' 유상봉씨… '경찰 인사 개입' 정황 증언 잇따라

"진급하고 싶으면 나에게 이야기하라."

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65)씨 지인 A씨는 "유씨가 '경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기 능력을 과시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유씨 주변 사람들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유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제일 가까운 사이였다"고 입을 모았다. 유씨는 관리하던 경찰관의 인사청탁을 위해 강 전 청장에게 1억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강 전 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유씨를 가리켜 '질이 안 좋은 사람'이라거나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조사를 마치고 11일 오전 1시 30분쯤 굳은 표정으로 귀가했다.

김철준 부산경찰청 차장(경무관)은 "유씨는 관내 건설소장을 소개해 달라는 청탁을 거절하자 전화를 걸어와 '지금 강 청장을 만나러 간다. 승진 부탁을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유씨와 자주 동행한 건설현장 식당 업자도 "유씨가 전화 통화를 하며 '(경찰 내에서) 진급하고 싶으면 말하라'고 말하는 걸 수차례 들었다"며 "유씨의 처남이자 로비자금 전달책이던 김모씨가 '진급 다 시켜줬는데 (수고비로) 100만원밖에 안 주느냐'며 유씨에게 불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씨 지인들은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마련하는 유씨의 수법상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씨는 최영
강원랜드 사장이 2007~2009년 서울시 산하 SH공사 사장일 때 민원인 자격으로 최 사장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SH공사 관계자는 "시기와 횟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한두 번 온 것은 아니다"며 "잊을 만하면 사장실을 방문하곤 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최 사장이 강원랜드로 옮긴 뒤에도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과의 인맥을 이용해 강원랜드 인근 건설 현장의 식당 운영권은 물론
강원도 지역의 가스발전소, 열병합발전소 등의 공사 현장에 접근하려 했다는 것이다. 유씨는 2000년대 초반 강원랜드 카지노와 호텔을 짓던 건설사 고위 임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서울시에 로비를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2003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유씨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유씨와 인사를 나눴지만 브로커 냄새가 너무 나서 이후 상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유씨가 드나들던 SH공사로부터 최 사장 재직 시절 SH공사가 발주한 사업리스트를 넘겨받아 유씨와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