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의 명산-백아산(810m, 북면) |
정상에서 조망이 압권인 흰 거위들이 앉아 있는 산 소년 빨치산 박현채 활약…빨치산 전남도당 본거지 백아산휴양림 최적 삼림욕 서비스…가족단위 탐방 활성화 성공 |
입력시간 : 2008. 11.29. 10:57 |
| 수리마을에서 본 백아산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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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 산에 희끗희끗한 석회암이 많이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흰거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흰거위산, 백아산이다.
백아산은 화순읍에서 3~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첩첩산중이다. 도로망이 구축되고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다면 접근이 쉽지 않을 곳이다. 해방공간 때 빨치산 전남도당이 이곳에 있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이다. 치열한 좌․우익 대결구도에서 역사의 생채기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다.
가을은 짧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하여 가을은 없어져 버리고 여름과 겨울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도 늦가을의 정취가 조금은 남은 초겨울 백아산을 찾았다. 홀로 가는 산행은 말없는 산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말없는 것과의 대화는 자기 마음과의 대화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내린 비로 들녘과 대지는 촉촉이 젖어 있다.
동복의 옹성산과 독재터널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흰거위들이 무리지어 있는 백아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水里마을 지나 백아산휴양림가는 길은 초겨울 정취를 더해주고, 수리저수지는 산중호수로 푸른 물빛이 상쾌하다. 휴양림은 초겨울 날씨로 을씨년스럽다. 평일인 관계로 백아산과 휴양림을 찾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 풍경이 아름다운 수리마을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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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마을 통나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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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산휴양림 최적의 삼림욕 서비스…가족단위 탐방 활성화 성공
삼림에서 품어 나오는 피톤치드로 인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새삼 숲의 기능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백아산휴양림은 화순군에서 관리하고 있고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산막과 수련실, 세미나실 등이 있고 산책로, 잔디광장, 체력단련장, 사방댐 등이 잘 조성되어 도심생활에 지친 심신을 풀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백아산휴양림은 다른 휴양림과 달리 화순군에서 직접 직영하며 숲해설가, 휴양림코디네이터 등이 근무하며 휴양림을 이용하는 탐방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탐방객이 오면 이것저것 안된다는 금지사항만 늘여놓는 휴양림이 대부분인데 안내하는 말씨부터가 다르다. 평일 한적한 지금 휴양림 직원 조영현씨는 차 한 잔 하고 가라고 권한다.
천혜의 요새, 암릉과 육산(肉山)길 산행 맛 일품
관리사무소를 지나니 여러 채의 산막과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쉼터와 산책로가 잘 연결되어 있다. 쉼호흡을 크게 해본다. 상쾌함과 편안함, 그리고 머리가 맑아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백아정이라는 현판이 걸린 팔각정 전망대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되면서 1000개의 나무계단을 오르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었다. 전망대에서의 전망이 좋았다. 날씨가 흐려 모후산, 조계산, 지리산 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 팔각정에 서서 골짜기를 바라본다. 골 깊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천혜의 요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휴양림 아래 노치마을과 좁고 길게 이어진 골짜기 그리고 코딱지처럼 붙어 있는 농경지가 가난한 산골임을 알려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는데다 이처럼 전망은 좋다보니 빨치산의 근거지로 적당했을 것이다.
| 휴양림에서 팔각정으로 가는 나무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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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각정에서 본 문바위삼거리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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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까지는 가파랐지만 문바위삼거리를 거쳐 정상까지는 육산길과 암릉길이 섞여 있고 비교적 평탄하다. 암릉길은 설악산을 옮겨놓은 것 같이 아기자기하다. 평일에 날씨까지 궂어 산행을 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날 수 없다. 아기자기한 암릉길과 오솔길 같은 육산길을 혼자 산행하는 맛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정상 매봉이 가까워지면서 매봉을 중심으로 선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저런 모습이 동양화에 나오는 신선이 사는 풍경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팔각정에서 문바위삼거리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되었고 문바위삼거리에서 백아산 정상까지는 40분여가 소요되었다.
| 꿈같은 선경인 백아산 정상 매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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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아산 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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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내륙의 웬만한 산은 다 보여
정상에서의 조망은 압권이었다. 넓게 펼쳐진 전망은 실로 감동적이다. 동쪽으로 지리산, 서쪽으로 무등산이 버티고 있고 모후산과 옹성산은 물론 순천의 조계산, 광양 백운산, 담양의 병풍산·추월산, 곡성의 동악산·통명산·봉두산 같은 산들이 첩첩이 둘러싸여 있다. 날씨가 쾌청하지 못해 조망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주변에는 넓은 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산자락에 닥지닥지 붙어 있는 논배미들이 깊은 산골임을 알려준다.
꿈같은 선경을 뒤로하고 정상 매봉에서 마당바위쪽으로 길을 잡았다. 조릿대가 무성한 오솔길을 따라가니 쓰러진(?) 아니 옆으로 누운 소나무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끼면서 천불봉을 뒤로하고 마당바위 바로 전 철쭉군락지에 다다렀다. 천불봉과 마당바위 사이에 있는 안부인 철쭉단지는 꽤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고 약수터가 있다. 이 약수터 덕에 많은 인원의 빨치산들의 주둔이 가능했으리라......
| 정상(매봉)에서 마당바위로 가는 조릿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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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으로 누운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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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바위 밑 철쭉군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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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불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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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빨치산 박현채 활동했던 마당바위
빨치산의 근거지였다는 마당바위(756m)에 올랐다. 밑에서 볼 때 병풍처럼 펼쳐지는 바위라서 위에 올라가면 평지가 있을까 싶었는데, 수백 명도 들어갈 수 있는 넓은 평지가 바위 위에 있다. 그래서 이름도 마당바위다. 마당바위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을 생각해본다. ‘소년 빨치산 박현채’ 소설 태백산맥에서 소년 빨치산 조원제의 실제 주인공 박현채. 돌격중대 문화부 중대장이었던 박현채는 우리 고장 동복 출신이다. 후에 ‘민족경제론’이라는 대저술을 하여 민족경제이론과 사회구성체논쟁을 이끌었던 걸출한 인물이 이곳 마당바위에서 조국의 해방과 통일을 위해서 청춘을 바쳤던 곳이다.
다시 마당바위를 내려와 철쭉군락지에서 북면 원리쪽 관광농장으로 길을 잡았다. 굴참나무길을 벗어나니 솔밭길이 반겨주면서 겨울에도 푸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백아산을 빠져 나오는데도 산은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저 말없는 산과 대화를 한다. 말없는 자와의 대화는 마음의 대화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백아산휴양림(50분)→전망대(30분)→산불감시초소(문바위삼거리,30분)→백아산정상(매봉,30분)→철쭉단지삼거리(20분)→능선삼거리(20분)→관광목장앞(등산로 입구).
| 지난 봄 철쭉제(위령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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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바위 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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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치산들의 근거지 자연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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