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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우리가족` 인식범위 축소..배경과 대책> (연합뉴스 2011/01/24 22:17)

<'우리가족' 인식범위 축소..배경과 대책>

여성가족부가 24일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조사' 결과, 우리 사회에 핵가족화 현상이 급속히 확산돼 조부모나 형제자매까지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대구대학교와 닐슨컴퍼니코리아에 의뢰해 조사, 이날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가족 관계의 범위가 크게 축소돼 형제자매를 '우리 가족'으로 여기는 응답자조차 63.4%에 그쳤다.

이는 10명 중 6명 가량만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것으로, 5년 전 조사때의 81.2%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또 부모와 자녀, 배우자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각각 77.6%, 84.5%, 81.1%로 지난 조사에 비해 각각 15.2%p, 14.2%p, 17.3%p 감소했다.

특히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한 비율은 각각 23.4%, 20.6%로 5년 전 63.8%와 47.6%의 3분의 1과 2분의 1수준으로 격감했다. 친.외조부모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5명에 한명 꼴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배우자의 부모'와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인식한 비율 역시 각각 50.5%, 29.6%로 지난 1차 조사(79.2%, 54.0%)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처럼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배우자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감소한 것은 '우리 가족'의 범위를 동거인의 범위로 보는 경향이 커진 것과 관련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연령대별 차이와 기혼인지 미혼인지를 구분하지 않아 가족에 대해 인식하는 범위가 여러 층위로 차이가 있었을 테지만, 전반적으로 동거인 구성이 응답자의 가족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핵가족화의 증가로 결혼해서 어린 자녀와 2세대로만 구성된 가정이 많아지면서 따로 떨어져 사는 형제자매는 '우리 가족'이라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부모ㆍ형제와 떨어져 도시에서 홀로 사는 젊은층 단독 가구와 미혼 독신 인구가 많아지면서 조부모는 물론, 동거하지 않는 형제자매나 부모까지도 가족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 역시 "핵가족이 늘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떨어져 사는 가족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보니 같이 살고 있는 가족으로만 좁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족 인식 범위의 축소는 사회 시스템과 생활방식의 변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정책적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 연구위원은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정책적으로 딱히 뭘 하기에는 어렵다"며 "서구사회에서도 이런 경향은 이미 심화해 가족이 못 해주는 부분을 마지막에 국가가 마련해주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도 결국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실장은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해 가족관계를 증진하고 의사소통과 교류를 갖는 프로그램들을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마련해 활성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족 개념이 축소되면서 노인 부양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질 수 있어 이런 문제를 앞으로 정책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 조사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