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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돈벌레 송씨`, `송대인`으로 변신하다 (조선일보 2011.02.15 13:22)

[수도권II] '돈벌레 송씨', '송대인'으로 변신하다

입력 : 2011.02.15 03:03 / 수정 : 2011.02.15 13:22

파주 웅지세무대학 송상엽 이사장
연봉 30억 학원강사 출신 10년간 번돈 모두 투자
회계사·세무사 10여명 지방서 매년 배출 기록
"학생과 사회가 원하는 대학 시스템 만들것"

"젊음을 바쳐 열심히 책 쓰고 학원에서 강의했는데 학생들은 나더러 '돈벌레 송씨'라더군요. 더 이상 돈벌레 소리 안 들으려고 대학을 세웠죠."

'웅지세무대학 이사장' 명패 뒤로 걸걸하게 웃는 송상엽(45)씨는 여느 이사장답지 않았다. 그는 38세이던 2004년 경기도 파주시에 국내 유일의 세무·회계 특성화 대학인 웅지세무대학을 세운 입지전(立志傳)적인 인물이다. 연봉 30억원의 스타 학원강사였던 그가 오히려 "따로 학원을 안 다녀도 되는 대학을 세우겠다"며 10년 동안 번 돈 180억원을 전부 투자한 것이다.

송 이사장은 연세대 상대에 재학 중이던 1987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회계법인에서 일하다가 1992년부터 학원 강의를 시작했다. 대기업 재무제표를 쓰던 노하우를 녹여 출간한 수험서가 1991년 첫 해 3000여부나 팔리는 등 대박을 친 것이다.

송 이사장은 "그때는 움직이는 기업이란 표현이 딱 맞았어요"라고 말했다.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이 넘쳐 400명 정원의 강의실 6개를 터놓고 동시에 강의했다. 정식으로 낸 수험서만 10권이 넘었다. 그렇게 3년 만에 서울 합정동에 회계학원을 열었고 대학까지 세웠다. 전남 목포에서 홀로 상경해 번 돈으로 일으킨 결실이었다.

“돈벌레 소리 안들으려고 대학 세웠어요. 이제 이 학생들을 키워 대학 교육을 새로 바꾸렵니다.”웅지세무대 송상엽 이사장이 서울시 창천동 웅지경영아카데미에서 포부를 말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번돈 180억 모두 투자… 38세에 대학 이사장

웅지세무대학은 2004년 개교한 이래 359명의 회계사와 세무사, 세무공무원을 배출한 작지만 큰 3년제 특성화 대학이다. 기숙학원 같다는 비판 속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2006년 회계사와 세무사 최연소 합격자를 동시에 배출한 데 이어 작년에는 회계사 8명, 세무사 17명, 세무공무원 9명이 이곳에서 나왔다. 2009년에는 아주대, 전남대 등 4년제 대학을 따돌리고 전국에서 19번째로 많은 회계사(11명)를 배출했다.

송 이사장은 "지방에 있는 전문대에서 회계사·세무사가 한 해에 10명씩 배출된다면 누가 믿겠어요?"라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을 졸업하고 회계사나 세무사가 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도 생겼다.

그만큼 웅지세무대학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재학생 1400여명 대부분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스파르타식'으로 공부한다. 학생들은 매일 오후 10시 30분까지 도서관에서 '자기 학습'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매 학기 50여명의 학생들이 중도 탈락한다.

회계사·세무사 출신의 교수진 82명도 교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학기마다 자신의 강의 동영상을 놓고 잔소리 많은 이사장과 다른 교수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송 이사장은 "대학도 이제 졸업장만 줄게 아니라 학생과 사회가 원하는 것을 가르쳐야 해요. 그것도 잘 가르쳐야죠. 학생들도 취업이 어려울수록 꿈을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요"라고 했다.

최근엔 경제학 수험서 출간도

그는 최근 "권위있는 경제학자들이 쓴 기존의 교과서를 대신하겠다"며 1100페이지 분량의 경제학 수험서를 처음 냈다. 비록 혼자 힘으로는 벅차지만 4년제 대학으로의 전환도 준비하고 있다. 추가로 확보한 6000㎡(약 1800평)의 부지에 올해부터 기숙사와 학생회관, 실내체육관 등도 지을 예정이다. 내년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대학과 세무·회계 분야 MBA 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돈벌레 송씨'가 아니라 '송대인(宋大人)'이라고 한다. 왕년의 스타 강사는 이제 은퇴했지만 쉬지 않고 내는 수험서와 웅지세무대학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6년 전 360명으로 시작한 학교가 이제 전국에서 온 1400여명의 학생들로 붐벼요. 올해도 회계정보학과, 재경행정학과 등 6개 과에서 1000명의 신입생을 뽑았어요. 이들을 키워내 대학 교육을 새롭게 바꾸는 게 제 꿈이에요."